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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신앙의 조화, 진리를 향한 굴복, 회심"
가장 내키지 않은 회심자 (노먼 스톤(Norman Stone), 맥스 맥클린(Max McLean))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기독교 변증가로 불리는 C.S. 루이스의 생애를 다룬 2021년 영화 '가장 내키지 않은 회심자'는 무신론자였던 한 지식인이 어떻게 하나님의 진리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는지를 밀도 있게 추적하는 작품이다. 노먼 스톤 감독이 연출하고 맥스 맥클린이 주연 및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루이스의 자서전적 기록인 '예기치 못한 기쁨'과 동명의 연극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젊은 시절의 루이스는 니콜라스 랄프가 연기했다. 영화는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깊은 상실감, 아버지와의 단절,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겪은 끔찍한 악몽을 통해 기독교적 신에 대한 깊은 회의와..
인간의 흠결 위로 흐르는 주권적 은혜: 이크하우트의 '이삭이 야곱을 축복하다'
캔버스 위로 짙게 깔린 어둠 속, 한 줄기 따뜻한 황금빛이 스며들어 영원의 순간을 비춥니다. 눈이 먼 노년의 아버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아들의 팔을 더듬고, 침상 곁에는 숨을 죽인 채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한 여인의 실루엣이 긴장감 있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빛과 어둠의 마술사 렘브란트의 가장 뛰어난 애제자였던 헤르브란트 반 덴 이크하우트(Gerbrand van den Eeckhout)의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마치 성경 속 그 숨 막히는 현장에 초대된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평생토록 독실한 신앙을 품고 살았던 이크하우트는 단순히 성경의 서사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강렬한 명암법인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화려한 행렬의 끝에서 만난 겸손: 베노초 고촐리의 '동방박사의 행렬'
이탈리아 피렌체의 심장부,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의 좁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마기 예배당(Magi Chapel)에 들어서면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좁은 공간의 세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거대한 퍼레이드입니다. 티 없이 맑은 청금석의 푸른빛과 눈부신 황금빛, 그리고 짙은 붉은색의 안료들이 뒤섞여 숨 막히는 색채의 향연을 이룹니다. 낙타와 표범 같은 이국적인 동물들, 금실로 수놓은 비단옷을 입은 피렌체의 시민들, 그리고 당대 유럽 최고의 권력과 부를 쥐고 있던 메디치 가문의 수장들이 한데 어우러져 화려한 행렬을 지어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대작을 완성한 화가는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베노초 고촐리(Benozzo Gozzoli)입니다. 그는 '천사 같은..
인류의 역사를 빚어낸, 살아 호흡하는 말씀의 장엄한 순례기
성경의 세계사 브루스 고든 지음 전경훈 옮김 브루스 고든의 《성경의 세계사》는 성경을 단순한 종교적 경전의 울타리를 넘어 2,000년 인류 문명을 추동한 역동적인 역사적 실체로 그려낸다. 오류투성이인 인간의 손을 거치면서도 전 지구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생명력을 확장해 온 하나님의 말씀이 지닌 위대한 궤적을 탐구한다. 이 책은 고대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시작해 4세기 코덱스, 중세의 채식 필사본, 르네상스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거쳐 현대 스마트폰 앱에 이르기까지 성경이라는 매체의 물리적 진화를 정밀하게 추적한다. 사막의 수도원, 비잔티움 대성당, 유럽의 종교개혁을 지나 현대의 중국 가정교회와 남미의 산골 마을로 이어지는 텍스트의 글로벌 확산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특히, 성경이 제국주의..
17세기 청교도의 숨결에서 길어 올린, 현대 신앙의 잃어버린 맥박을 뛰게 할 영적 처방전
경건한 삶을 위한 거룩한 도움들 리처드 로저스 | 김도영 역 | 개혁된실천사 | 이 책은 영국의 대표적 청교도 목회자 리처드 로저스의 17세기 고전을 현대 독자에 맞게 직조해 낸 영성 실천서다. 공적 예배와 사적 경건의 유기적 통일성을 강조하며, 피상적인 신앙에 머무르는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은혜를 누리는 구체적이고 질서 있는 방편을 제시한다. 《 경건한 삶을 위한 거룩한 도움들》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영성을 배격하고, 신자가 일상에서 은혜를 누릴 수 있는 구체적 방편(Means of Grace)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나누어 해부한다. 1~3장에서는 말씀 사역과 성례, 공적 기도라는 교회 공동체의 방편을 다루며, 5~12장에서는 깨어 있음, 묵상, 개인 기도, 독서 등 일상의 내밀한 실천들을 심도 있..
광야를 채우는 생명의 양식: 제임스 티소의 '오병이어의 기적'
빛바랜 황갈색의 메마른 언덕 위로, 마치 들꽃이 만발한 듯 다채로운 색채가 펼쳐져 있습니다. 붉은색, 푸른색, 흰색의 각양각색 옷을 입은 수많은 무리가 질서 정연하게 무리 지어 앉아 있는 풍경.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건조한 바람이 부는 광야의 공기와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숨결이 곁에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 놀랍도록 생생하고 압도적인 작품은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James Tissot)가 그린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원래 티소는 19세기 파리와 런던의 화려한 상류사회, 귀부인들의 바스락거리는 실크 드레스와 사교계의 일상을 그리며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화가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나이 50대 무렵, 파리의 한 성당에서 환상을 보는 강렬한 영적 체험을 한 뒤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뀝니..
상처받은 치유자들의 공동체를 향하여: 트라우마에 민감한 교회를 그리는 심리·신학적 성찰
우리는 왜 교회에서 상처받는가/스캇 맥나이트, 에이드 리엔 깁슨 지음, 정성묵 옮김/두란노 이 책은 현대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상처와 갈등을 '종교적 트라우마'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역작이다. 사도 바울의 연약함을 새롭게 조명하며, 트라우마를 인지하고 보듬어안는 진정한 치유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은 신경생물학적 트라우마 반응(투쟁, 도피, 얼어붙음, 영합)을 기반으로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상처의 실체를 파헤친다. 특별히 고린도 교회 성도들의 비난과 오해 속에서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겪었던 사도 바울의 사례를 중심에 둔다. 저자들은 고린도후서에 나타난 바울의 파편화된 문장과 방어적 태도를 '영웅적 사도'의 위풍당당함이 아닌, 깊은 상처를 입은 한 인간의 '트라우마 반응'으로 짚어낸다. ..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말씀: 렘브란트의 '감옥 속의 바울'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맴도는 듯한 어두운 옥실, 우리의 시선은 점차 짙은 어둠을 뚫고 한가운데 앉아 있는 노년의 사도에게로 향합니다.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라 불리는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이 그린 '감옥 속의 바울'입니다. 놀랍게도 이 깊고 묵직한 작품은 렘브란트가 불과 21세였던 1627년에 완성한 초기작입니다. 혈기 왕성한 청년 화가라면 으레 외적이고 극적인 사건에 마음을 빼앗기기 마련이지만, 청년 렘브란트의 시선은 이미 인간의 깊은 심연과 영적인 내면을 향해 있었습니다. 평생토록 성경을 깊이 묵상하며 수많은 종교화를 남긴 그는, 젊은 시절부터 고난 속에 담긴 은혜의 신비를 화폭에 담아낼 줄 아는 탁월한 영성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림 앞에 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