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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빛, 세속의 권력 앞에 선 진리
전통적인 성화 속에서 우리는 대게 영광스러운 후광과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예수님의 모습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러나 19세기 러시아의 사실주의 화가 니콜라이 게(Nikolai Ge)가 우리 앞에 내어놓은 캔버스는 그 익숙한 기대를 완전히 전복시킵니다. 그림의 제목은 《진리란 무엇인가? (What is Truth? Christ and Pilate)》.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눈부신 햇빛은 질문을 던지는 권력자 빌라도의 뒷모습을 화려하게 비추고 있지만, 정작 온 우주의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화면 구석의 깊고 짙은 그림자 속에 홀로 서 계십니다. 니콜라이 게는 당대 러시아 정교회의 화려한 종교화 전통을 거부했던 인물입니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깊은 영향을 받았던 그는, 금빛으로 덧칠해진 신화 속의 예수가..
태고의 신비를 품은 창조주의 안식처, 태즈메이니아 크레이들 마운틴
세상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태초의 캔버스호주 대륙의 최남단, 남극의 청정한 바람이 가장 먼저 닿는 섬 태즈메이니아(Tasmania)에는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경이로운 땅이 있습니다. 바로 태즈메이니아 야생 세계 유산 구역의 심장부인 크레이들 마운틴(Cradle Mountain)입니다. 해발 1,545m로 솟아오른 거친 톱니바퀴 모양의 돌러라이트(Dolerite) 암봉들은 그 이름처럼 마치 하늘을 향해 열린 거대한 '요람(Cradle)'을 연상케 합니다. 산의 발치에 고요히 안긴 도브 호수(Dove Lake)는 거울처럼 맑은 수면 위에 웅장한 산의 자태를 그대로 투영해 내며, 수천 년의 세월을 품은 킹 빌리 소나무(King Billy Pine)와 짙은 이끼로 덮인 고대 우림은 방문객들을 인간의 발길..
[Drama] 눈이 부시게 : 시간을 넘어선 구원의 기억, 유한한 삶에 비추는 영원의 빛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을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로 치환하여 삶과 시간의 의미를 탐구한 기념비적 수작입니다.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우리에게 허락된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하나님의 영광인지 일깨워줍니다. Director: 김석윤 Writer: 이남규, 김수진 Release: 2019-02-11 Cast: 김혜자, 한지민, 남주혁, 손호준 스물다섯 살의 혜자는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신비한 시계를 발견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수없이 시간을 되돌린 대가로 순식간에 칠십 대 노인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이 모든 '타임슬립' 서사가 실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 혜자의 엉킨 기억과 환상이었음이 밝혀진다. 젊은 시절 남편을 잃고 험난한 세월을 견뎌낸 혜자의 ..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흩뿌려진 창조의 보석, 팔라우 록 아일랜드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푸른 낙원 남태평양의 광활한 바다를 품은 오세아니아, 그중에서도 팔라우(Palau)는 '신들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특히 팔라우 남쪽 석호에 자리 잡은 '록 아일랜드(Rock Islands)'는 약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석회암 섬들이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버섯 모양으로 피어난 듯한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된 이곳은 오랜 세월 산호초가 융기하고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자연의 조각품입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섬의 정수리를 덮고 있는 짙푸른 열대 우림의 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듭니다. 경이로운 생태계가 들려주는 생명의 노래 전문 여행가로서 수많은 휴양지를 다녀보았지만, 록 아일랜드가 ..
태초의 숨결을 마주하다: 바누아투 야수르 화산에서 만난 창조주의 위엄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 시간이 멈춘 듯한 순수함을 간직한 나라 바누아투(Vanuatu)가 있습니다.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이 신비로운 군도 중에서도 타나 섬(Tanna Island)은 지구의 펄떡이는 심장 박동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울창한 열대 우림을 지나 잿빛 화산재 평원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것 같은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800년 넘게 한 번도 쉬지 않고 불꽃을 뿜어내고 있는 '야수르 화산(Mount Yasur)'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 질 녘 분화구 가장자리에 서서 굉음과 함께 붉은 용암이 밤하늘로 솟구치는 장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야수르 화산은 세..
오버커머 (알렉스 켄드릭)
알렉스 켄드릭 감독의 2019년작 영화 '오버커머(Overcomer)'는 위기와 상실 속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깊이 있게 던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고등학교 농구팀 코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존 해리슨이 마을의 대형 제조 공장 폐쇄로 인해 선수들을 모두 잃고,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코치를 억지로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존이 지도해야 할 유일한 선수는 천식이라는 육체적 한계와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깊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십대 소녀 해나 스콧이다. 직업적 성취를 자신의 존재 가치로 여기던 존과, 버림받은 고아라는 상처 속에 갇혀 있던 해나가 크로스컨트리라는 낯선 스포츠를 통해 교감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단순한 스포..
평범한 일상에 드리워진 구원의 그림자
나무 톱밥이 흩날리는 비좁은 목공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창문 틈으로 늦은 오후의 붉은 햇살이 깊숙이 스며듭니다. 고된 하루의 노동을 마친 젊은 목수가 허리를 펴고 일어납니다. 뻐근한 몸을 풀기 위해 두 팔을 활짝 벌려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우러러보는 그의 눈빛에는, 육신의 깊은 피로와 함께 알 수 없는 거룩한 갈망이 서려 있습니다. 이토록 생생하고 인간적인 예수님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 이는 영국의 화가 윌리엄 홀먼 헌트(William Holman Hunt)입니다. 라파엘전파의 핵심 멤버였던 그는 기독교 신앙을 예술로 구현해야 한다는 맹렬한 소명 의식을 품고 있었습니다. 헌트는 성경의 사건을 그저 서양의 익숙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먼지 날리는 2천 년 전의 현실..
절망의 수렁에서 길어 올린 40분의 기적, 세상을 위로하는 현대의 시편이 되다
40 - 시편 40편을 가사로 하여 고난 가운데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고 새 노래로 찬양하는 성경의 메시지를 현대 대중음악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Music] | OCJ Culture Critic | 2026-05-02 U2의 명곡 '40'은 성경의 시편 40편을 현대적인 록 밴드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극심한 고난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며 부르는 이 찬양은, 세속의 한복판에 선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보편적인 위로와 깊은 영적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Artist: U2 Release: 1983-02-28 이 작품의 줄거리와 전개는 성경 시편 40편의 시적 내러티브를 충실히 따른다. 화자는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과 같은 캄캄한 절망과 삶의 위기 속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인내하며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