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보기 →문화
율법이 배척한 이방인, 은혜의 대지 위에서 거룩한 언약을 일구다
알리 셀림 감독의 2005년작 영화 《스윗 랜드》는 1920년대 미국 미네소타 농촌을 배경으로 이방인을 향한 배척을 뛰어넘는 숭고한 사랑을 그린다. 서류 미비와 인종적 편견을 내세운 교회의 율법주의에 맞서, 대지를 일구는 수고와 침묵 속의 헌신으로 복음적 환대(Hospitality)의 진정한 의미를 증명해 내는 시적인 작품이다. 1920년대 미네소타의 척박한 농촌을 배경으로, 독일계 이민자 인게(엘리자베스 리저 분)와 노르웨이계 농부 올레프(팀 기니 분)의 고난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인게는 올레프와 결혼하기 위해 머나먼 미국 땅에 도착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반독일 정서와 교단 서류의 미비를 이유로 지역 교회의 소렌슨 목사(존 허드 분)는 이들의 결혼을 단호히 거절한다. 제도적 교회의 율법주의..
실패한 제자의 두려움과 회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허름한 화실, 1660년의 렘브란트 판 레인은 붓을 쥐고 캔버스 앞의 짙은 어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한때 성공 가도를 달리며 화려한 명성을 누렸던 청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파산까지 겪은 쇠약한 노년의 화가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인생의 숱한 상실과 경제적 몰락이라는 깊은 어둠 속에서, 그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짙은 연민을 품게 되었습니다. 칼뱅주의적 환경 속에서도 종파의 벽을 넘어 내면의 깊은 신앙을 추구했던 렘브란트의 붓끝은, 완벽한 성인이 아닌 흠결 많고 연약한 한 인간 '베드로'를 향합니다. 그의 작품 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녀가 손으로 감싸 쥔 촛불 하나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명암(chiaroscuro)이 우리의 시선을 ..
"찬양인가, 공연인가?" 가수 가희의 'K-팝식 CCM' 뮤직비디오 둘러싼 한국 교계의 뜨거운 갑론을박
최근 유명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의 크리스천 가수 가희가 참여한 새로운 찬양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한국 교계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복음의전함이 추진하는 '시편 15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신곡 '시편 24편 King of Glory'에서 가희가 선보인 파격적인 K-팝 스타일의 안무와 의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라는 찬사와 찬양의 본질을 흐리는 과도한 연출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배꼽티와 가슴 튕기기 안무, 논란의 중심에 서다기독교 온라인 전도 플랫폼 '들어볼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시편 24편 King of Glory' 뮤직비디오에서 가희는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톱(crop top) 의상을 입고 백댄서들과 함..
푸른 상처를 품어 안는 동양적 용서의 풍경
맑고 투명한 푸른빛이 캔버스 위로 고요히 번져갑니다. 서양 거장들의 탕자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겁고 극적인 명암법 대신, 마치 새벽이슬을 머금은 듯한 수채화와 구아슈의 번짐이 우리의 시선을 부드럽게 사로잡습니다. 이 고요한 화폭의 중심에는 전통적인 인도 의상을 입고 맨발로 아들을 향해 한없이 몸을 굽힌 아버지가 있습니다. 길게 뻗어 아들을 감싸 안는 아버지의 두 팔은 캔버스의 구도를 지탱하며, 보는 이의 마음마저 그 따뜻한 품속으로 이끌어 들입니다. 이 아름답고도 낯선 풍경을 그려낸 이는 인도 출신의 기독교 화가 프랭크 웨슬리(Frank Wesley)입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문화권에서 태어난 그는 5대에 걸친 인도 기독교인 집안의 깊은 영적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인도의 무굴 세밀화..
원죄의 그늘 너머, 인간에 깃든 창조주의 형상을 묻다
휴먼카인드 (Humankind) / Release: 2021-03-02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는 이기적이고 악하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집고,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선함과 협력의 역사를 파헤친다. 본 비평은 이 책이 제시하는 긍정적 인간관을 기독교의 '하나님의 형상(Imago Dei)'과 '일반 은총'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며, 냉소주의를 넘어선 복음적 희망을 탐구한다. 《휴먼카인드》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암묵적으로 동의되어 온 '성악설'의 뿌리를 흔드는 방대한 지적 탐험기다.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의 본성이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며 위기 시에는 문명의 허울(베니어 이론)을 벗고 야만으로 돌아간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암울한 ..
"우상숭배와 청지기적 사명, 죄의 결과와 은혜의 부재"
옐로우스톤 (테일러 셰리던, 존 린슨) 테일러 셰리던(Taylor Sheridan)이 기획하고 2018년부터 방영된 미국 드라마 '옐로우스톤(Yellowstone)'은 미국 최대 규모의 목장을 지키려는 존 더튼(케빈 코스트너 분)과 그의 가족들이 겪는 치열한 영토 분쟁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원주민 보호구역, 국립공원, 그리고 자본을 앞세운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맞닿아 있는 목장의 경계를 배경으로, 땅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연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몬태나주의 자연경관 이면에는 피로 얼룩진 인간의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극 중 인물들은 자신들의 생존과 유산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도덕적 타락과 범죄를 서슴지 않습니다. 기획자인 테..
닿을 듯한 손끝, 영원한 생명이 깨어나는 순간
스스로를 붓을 든 화가가 아닌, 대리석을 쪼는 조각가라 굳게 믿었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황 율리오 2세의 거스를 수 없는 강권으로 인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차갑고 높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아래 홀로 서야 했습니다. 시력이 쇠퇴하여 눈앞이 흐릿해지고,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천장 밑 발판에 누워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려 4년이라는 길고 외로운 인고의 시간 끝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독교 예술의 역작이 탄생하게 됩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화면 우측에서 수많은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거대한 붉은 망토를 휘날리듯 다가오시는 역동적인 하나님의 모습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반면, 화면 좌측에는 방금 빚어진 듯한 ..
알고리즘의 시대, 영원한 팔로워이신 그리스도를 대면하다
어느 날 예수님이 나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Release: 2026-06-24 반승환 목사의 신간 『어느 날 예수님이 나를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끝없는 스펙 경쟁과 SNS 속 타자와의 비교로 자아를 잃어가는 현대 청소년들에게 사복음서를 통한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주선한다. 단순한 성경 통독을 넘어, 복음서의 서사를 중심축으로 삶의 근원적 가치와 정체성을 회복하도록 이끄는 영적 내비게이션이다.본서는 기계적인 성경 읽기를 거부하고 사복음서를 입체적인 구속사의 렌즈로 재구성한다. 저자는 요한복음을 주축으로 마태, 마가, 누가복음을 교차하게 함으로써, 예수가 누구를 향해 걸어가셨고 어떤 방식으로 버려진 자들을 안아주셨는지를 서사적으로 추적한다.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는 과정이 아니라, 1세기 팔레스타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