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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을 쓴 예수, 우리의 질고를 지시다
서구의 르네상스 명화 속에서나 뵈었던 예수님이 낯설고도 친숙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계십니다. 금발 머리에 로마 시대의 겉옷을 두른 분이 아닙니다. 가시 면류관 대신 헝클어진 상투를 틀고, 갓을 벗은 채 무거운 십자가에 짓눌려 비틀거리는 조선의 청년. 그를 위협하는 이들은 창과 방패를 든 로마 병정이 아니라 포졸의 복장을 한 조선의 관원들입니다. 그 뒤를 따르며 애통해하는 여인들은 흰 한복 치마폭을 부여잡고 차마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명화, 입니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화폭 너머로 화가 자신의 침묵과 시대의 비명이 동시에 들려오는 듯합니다. 어린 시절 청각을 잃고 영원한 고요 속에 살아야 했던 운보 김기창 화백은, 1950년 한국..
"영적 순례, 기다림, 본향을 향한 갈망, 은혜와 구원"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6년 최고 기대작인 영화 'The Odyssey'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를 현대적인 아이맥스(IMAX) 카메라의 스크린 위에 경이롭게 부활시킨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이 연기하는 오디세우스와 앤 해서웨이가 맡은 페넬로페를 필두로, 톰 홀랜드, 젠데이아, 로버트 패틴슨, 루피타 뇽오 등 화려한 앙상블 캐스팅이 합류하며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선 묵직한 시대극의 형태를 띱니다. 놀란 감독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대 신화의 신들과 주제들을 다루는 연출 방식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영화 기획 단계에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와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1985)'과 같은 역사적 명작들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
흔들림은 추락이 아닌 성장의 전주곡이다: 맹목적 신앙을 넘어 주체적 영성으로 나아가는 치유의 여정
정신실 작가의 『신앙 사춘기 너머』 -Release: 2026-05-04- 는 맹목적이고 주입된 신앙 체계에서 벗어나 깊은 회의와 상처를 겪는 그리스도인들의 여정을 '사춘기'라는 은유로 조명한 영적 에세이이자 치유서이다. 저자는 방황을 신앙의 퇴보가 아닌 성숙한 어른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적인 통과의례로 해석하며, 진정한 자아와 하나님을 대면하도록 안내한다. 이 책은 이른바 '착한 교인'으로 맹목적인 순종을 훈련받은 이들이 어느 순간 겪게 되는 깊은 영적 침체와 회의감, 곧 '신앙 사춘기'의 발현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 정신실은 음악심리치료사이자 영성 상담가로서 축적한 임상적 경험과 자신의 내밀한 고백을 교차시키며, 교회라는 거대한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개인의 내면이 고립되고 억압되는지를 날카롭게 해부..
민중의 식탁에서 웃고 계신 예수
[영혼의 미술관] 그림 앞에 서면, 어디선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낡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필리핀의 어느 후미진 뒷골목, 하루의 고단한 노동을 마친 사람들이 허름한 식탁에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치고 있습니다. 흙빛과 따뜻한 오렌지색이 주조를 이루는 화폭은 열대의 뜨거운 공기와 서민들의 사람 냄새를 훅 끼치게 합니다. 그런데 이 소박하고 왁자지껄한 술자리의 한가운데, 파안대소하며 우리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한 '동네 아저씨'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현대 기독교 미술가 에마누엘 가리바이(Emmanuel Garibay)의 작품 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성화의 공식을 유쾌하게 깨뜨립니다. 가리바이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쏟아..
"인간의 왜곡된 욕망, 예술과 도덕의 경계, 진리의 부재가 부른 파멸"
맨 끝줄 소년 (김규태 (연출), 장명우 (극본), 후안 마요르가 (원작)) 2026년 6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시리즈 '맨 끝줄 소년(Notes from the Last Row)' 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동명 스페인 희곡을 원작으로 하여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도덕적 경계를 탁월하게 탐구한 심리 스릴러다. 김규태 감독이 연출하고 장명우 작가가 극본을 맡은 이 작품은, 과거 동창에게 받은 날 선 비평으로 인해 단 한 권의 책만 낸 채 절필하고 국문학과 교수로 살아가는 실패한 소설가 허문오(최민식 분)와 강의실 맨 끝줄에 앉는 조용한 공대생 이강(최현욱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강이 제출한 과제물에서 천재적인 문학적 재능을 발견한 허문오는 그를 개인적으로 지도하기 시작..
일상의 밥상에 찾아온 낯설고도 친밀한 신비
[영혼의 미술관] 작품 앞에 서면, 가장 먼저 흙의 온기와도 같은 소박한 질감이 우리의 시선을 포근하게 감싸 안습니다. 거친 닥종이 위로 콩즙과 천연 안료가 스며들어 만들어낸 깊고 그윽한 색채는 화려한 서양식 캔버스와는 다른, 어머니의 품 같은 다정함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이내 유쾌하고도 경이로운 낯설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속에서 보아왔던 웅장한 식탁, 서양의 빵과 포도주가 있어야 할 자리에 정갈한 초밥과 생선, 그리고 사케가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식탁을 둘러싼 예수와 제자들 역시 유대의 전통 복장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의 전통 기모노를 입고 정겹게 둘러앉아 있습니다. 이 경이로운 작품은 17세에 기독교로 개종한 후, 평생..
붉은 대지 위에 피어난 평화의 인사
[영혼의 미술관] 작품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캔버스를 가득 채운 강렬한 붉은색과 찬란한 황금빛의 향연입니다. 마치 서양 대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듯하지만, 그 형태를 조형하고 있는 굵고 검은 선들은 다분히 동양화의 힘 있는 붓 터치를 닮아 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이 색채들 속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토록 환희에 찬 그림을 그린 화가 허치(He Qi)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우리는 깊은 먹먹함과 동시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중국 출신의 현대 기독교 화가인 그는 안타깝게도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폭력과 억압의 시대를 관통해야 했습니다. 칠흑 같은 강제 노동 수용소의 억압 속에서, 그는 몰래 성모 마리..
"하나님의 섭리, 광야의 연단, 믿음의 전수"
다윗 (필 커닝햄, 브렌트 도스) 엔젤 스튜디오(Angel Studios)와 선라이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다윗(DAVID)'은 기독교 문화계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2025년 12월 미국 개봉 당시 첫 주말 2,2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이집트 왕자'와 '킹 오브 킹스'의 오프닝 스코어를 뛰어넘은 이 영화는, 2026년 6월 넷플릭스 전 세계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곧이어 한국 스크린 상륙을 알렸다. 필 커닝햄과 브렌트 도스 감독이 공동 연출한 이 작품은 총 9곡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필 위컴(Phil Wickham), 로렌 다이글 등 세계적인 CCM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로 담아내어 시청각적 황홀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