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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찬 장로의 창조에세이> 아말렉족속(Amalekites) 이야기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를 건넌 후 처음 맞닥뜨린 민족이 아말렉족속이었다. 이들은 야곱의 쌍둥이형제 에서의 손자 아말렉에서 출발한 민족으로서 이스라엘민족을 처음으로 공격하여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민족이었다. 이들은 주로 아이와 노인들로 구성된 지치고 약한 뒷 무리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이스라엘민족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하나님이 멸절시키려고 한 유일한 민족이었던 이 족속은 광야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백성을 공격한 이후 사사시대와 다윗왕시대까지 이스라엘의 적으로 등장했다. 첫 전투는 르비딤에서 시작됐다. 전혀 전투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이스라엘군을 이끈 여호수아는 모세의 양팔 올리기에 힘입어 승리했다. 하나님은 이 싸움의 모든 일을 ‘책에 기록하게 하고 내가 아말렉을 없이하여 천하에서..
김병근 칼럼 / 신구약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최고 관심사
성경은 우주적인 창조와 거대한 구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웅장한 책입니다. 그러나 성경 전체를 통틀어 하나님(혹은 예수님)께서 한 개인과 가장 길게, 그리고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신 두 장면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구약에서는 극심한 고난으로 인해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관이 처참히 무너져 내린 '욥'과의 대화(욥기 38-42장)이며, 신약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뜨거운 정오의 태양 아래로 숨어들었던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요한복음 4장)입니다. 전혀 다른 시대, 전혀 다른 종류의 고통을 겪고 있던 두 사람이지만, 이 기나긴 두 대화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는 명확합니다. 바로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는 것(사 61:1)'입니다. 이는 신구약을 막론하고 하나님의 가장 깊고 궁..
김종환 박사 시니어 칼럼 9 정년 퇴임학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김 집사는 정년을 맞아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직장을 떠났다. 송별식에서는 꽃다발과 기념품을 받았다. 동료들은 “이제 여행도 하고 편히 쉬십시오”라고 인사했고, 김 집사도 웃으며 “이제 좀 쉬어야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퇴임 후 처음 맞은 월요일 아침, 그는 평소처럼 일찍 눈을 떴다.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앉았다. 텔레비전을 켰다가 끄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아내가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둘 지적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아내가 참다못해 말했다. “당신은 직장에서 퇴직했는데, 왜 나는 당신 비서로 취직해야 하나요?” 웃고 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퇴직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을 함축한 장면이다. ..
김병근 칼럼 / 쌀과 밀, 밥과 빵
인류가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가 하는 질문은 단순히 밥상의 역사를 넘어, 동서양 문명의 거대한 궤적을 가른 가장 결정적인 이정표가 된다. 동양의 쌀 문화와 서양의 밀 문화는 기후라는 거대한 자연의 조건이 인류에게 강제한 생존의 방식이었으며, 이 두 곡물을 가공하고 섭취하는 과정의 차이는 훗날 두 대륙의 기술적, 역사적 운명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아시아의 몬순 기후는 여름철 집중적인 폭우와 고온 다습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 엄청난 강수량은 물을 가두어 키워야 하는 반수생 식물인 벼가 자라기에 완벽한 조건을 제공했다. 쌀은 좁은 면적에서도 폭발적인 수확량을 자랑하며 거대한 아시아의 인구를 부양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반면 여름이 몹시 건조하고 척박한 지중해와 유럽의 기후에서는 물 없이도 깊게..
<배용찬 장로 창조에세이>그리심산(Mt. Gerizim)과 에발산(Mt. Ebal) - 두 산 이야기
이스라엘중부 산악지대 사마리아지역에 세겜(Sekhem: 지금의 나블루스 Nablus)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은 이스라엘 역사가 시작된 유서깊은 도시로 아브라함이 가나안땅에 들어와 처음으로 제단을 쌓은 곳이며 야곱이 땅을 사서 머문 곳이고 요셉이 형들을 찾아 나선 곳이기도 하다. 이 요셉이 죽어 뼈가 묻힌 곳도 세겜이다. 이 도시 인근에 두개의 산이 있다. 세겜에서 오른쪽(남쪽)에 그리심산(해발 881m)과 왼쪽(북쪽)에 에발산(해발 935m)이 서로 몇 백 미터 사이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크기가 비슷하지만 그리심산에는 몇 군데 지하수가 용출되어 약간의 수목과 경작지가 있지만 에발산은 그저 민둥산일 뿐이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건너 첫 성 여리고(Jer..
호주 판 ‘개들의 섬’: 얼어붙은 강의실, 그리고 시민권자의 부끄러움
학교 강의실 문을 열 때마다 폐부로 들이치는 공기는 시리도록 차갑다. 토론의 열기와 청춘의 싱그러운 숨결로 가득 차야 할 배움의 터전이, 어느 순간부터 마치 온기 하나 남지 않은 냉동고처럼 적막하다. 창밖으로는 시드니의 찬란한 햇살이 부서져 내리지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표정은 이미 영혼이 질식해 버린 시신처럼 창백하고 굳어 있다. 끝나도 그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주저하며 교탁 앞으로 다가오는 청년들의 떨리는 손에는 과제물이 아닌, 이민성의 비자 거절 통지서와 살인적으로 폭등한 렌트비 청구서가 들려 있다. "교수님,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수년간 학업과 고된 노동을 병행하며 모범적으로 살아온 한 제자가 붉어진 눈으로 던진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채 ..
김종환 박사 시니어 칼럼 8 사중복음과 신유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질병은 가족의 일상이 흔들리고, 멀리 있는 친척과 친구의 마음도 무거워지며, 교회와 단체의 대화방에는 회복을 간구하는 기도가 이어진다. “수술이 잘되게 하소서.” “암세포가 깨끗이 제거되게 하소서.” “의료진의 손을 붙들어 주소서.” 한 사람의 아픔을 공동체 전체의 아픔으로 품는 기도는 귀하다. 그러나 병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우리는 때때로 당황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병을 고치시는가? 믿음으로 기도하면 반드시 완치되는가? 낫지 않는다면 환자나 가족의 믿음이 부족한 것인가? 의학적 치료와 신유기도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복음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여 죽은 뒤 천국에 가게 한다는 소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죄인인 인간뿐 아니라 병들고 불안하며 관계가 깨..
김병근 칼럼 / 재활의 여정
두 달 전, 쉼 없이 달리던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다. 조금 덜 아픈 것 같아 섣불리 다시 달리기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더 심한 통증을 겪어야 했다. 지난 20년 동안 다리를 끊임없이 달리게만 했을 뿐, 정작 혹사당하는 다리를 마사지 한번 제대로 하지못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뼈저린 자각이 밀려왔다. 묵묵히 버텨준 다리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몸을 돌아보는 재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달리기를 멈추고 아주 조금씩, 천천히 걷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스스로 다리를 주무르고 마사지하며 뭉친 근육을 달랬고, 급기야 의사를 찾아가 그동안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물리치료까지 받았다. 거의 두 달 가까운 인내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평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