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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체스판 위에서 길을 잃은 샬롬: 대만을 둘러싼 '거래적 평화'를 경계하며
[OCJ 논설] 주요 이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대만의 무력시위와 강대국 간 '거래적 평화'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 확산 2026년 9월 18일, 대만 남부에서는 신형 공격용 무인기와 미사일 시스템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 훈련이 실시되었다. 이는 임박한 미국과 중국 간의 고위급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력시위를 통해 스스로의 안보를 증명하려는 절박한 움직임이다. 현재 미국은 이란과의 극심한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 정치적, 군사적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이 복잡한 위기 속에서, 강대국들이 대만의 안보를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리는 이 첨예한 국제적 긴장 속에서 세상이 말하는 평화가 얼마나 차갑고 이해타..
저 언덕 너머에는?
가을볕이 채 영글기도 전인 새벽, 사위가 푸르스름하게 잠들어 있는 안갯속에서 어머니의 부스럭거리는 손길이 시작되었다. 방 한구석, 눅눅한 아랫목의 냉기를 밀어내며 어머니는 하얗고 둥근 누에고치들을 조심스럽게 무명 보자기 속으로 쓸어 담고 계셨다. 사흘 밤낮으로 불을 지피며 정성껏 키워낸 고치들이었다. 그 하얗고 보드라운 고치들 위에는 우리 가족의 가을 밥숟가락이, 그리고 헐벗은 누이야들의 옷가지가 고스란히 얹혀 있었다. "어머니, 저도 장에 갈래요." 이불속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내가 조르듯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의 가을이었다. 학교 가는 신작로 끝을 지나면 늘 저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가슴이 뛰곤 했다. 어머니는 봇짐을 매만지다 말고 기가 차다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거긴 30리 길..
메마른 대지 위에 생명의 떡을: '슈퍼 엘니뇨'의 굶주림과 우리의 일용할 양식
[OCJ 논설] 주요 이슈: WFP(세계식량계획)의 '슈퍼 엘니뇨'로 인한 극심한 식량 위기 경고 및 기후 주간(Climate Week NYC)에서 화두로 떠오른 미래 농업 혁신과 인도주의 구호의 과제 2026년 9월 18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촌의 한편에서는 인공지능과 우주 탐사의 눈부신 혁신을 논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 원초적인 생존의 조건인 식량이 고갈되어 수백만 명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이번 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남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이 '슈퍼 엘니뇨'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기상이변으로 비옥했던 농경지마저 황폐화되었으며, 당장 10월부터 자금 부족으로 수백만 명을 위한 생명줄과 같은 식량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뉴욕 기후 주간(..
바벨탑이 된 인공지능, 브레이크 잃은 속도전 속에 '안전의 방주'를 묻다
[OCJ 논설] 주요 이슈: 글로벌 AI 속도조절론 속 딥페이크·사이버 위협 고도화, 기술 패권과 윤리적 통제 사이의 딜레마 (2026년 9월 15~16일 주요국 정부 및 업계 입장 격돌) 2026년 9월 중순, 전 세계는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가 촉발한 거대한 딜레마 앞에 서 있다. 15일과 16일을 기점으로 글로벌 보안과 기술 패권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딥페이크 범죄와 AI 에이전트의 사이버 해킹 통제 불능을 경고하며 자발적인 '속도 조절'을 호소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AI 속도를 늦출 여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중국 국가안전부마저 딥페이크를 정권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로 규정하는 등 사이버 위협이 임계..
배용찬 장로 창조에세이 / 모세열전 - 광야 80년
야곱가족 70여명이 애굽에 정착한 지 430여년이 지났다. 이스라엘백성이 강성해 지는 것을 본 애굽왕은 이들을 두려워하여 인구를 억제하는 정책을 폈다. 이 때 레위집안에 한 아기가 태어났다. 3개월을 키웠으나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역청칠을 한 갈대상자에 넣어 강에 띄웠는데 마침 바로의 공주가 이를 발견하여 자신의 아들로 키워진 사람이 모세다. 당시 최고의 권부였던 바로왕궁은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 역사학과 수리학 그리고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모세는 훤훤장부가 되었다. 그가 40세가 되던 해 같은 민족이 학대받는 모습을 본 모세는 애굽의 감독을 죽였는데 이 사실이 탄로가 나서 바로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도망자가 된 모세는 라암셋에서 시나이 반도를 가로질러 사막지역 약 4..
딥페이크의 늪에 빠진 시대, 진실과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방파제가 필요하다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9월 14일,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대규모 딥페이크 불법 웹사이트 폐쇄 조치와 이를 기점으로 격화된 글로벌 디지털 프라이버시 보호 및 AI 규제 움직임. 최근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1,200명 이상의 피해자를 낳은 딥페이크 불법 웹사이트 12곳을 전격 압수수색 및 폐쇄했다. 이는 AI 기술의 어두운 이면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달했음을 시사한다. 딥페이크는 단순한 기술적 유희나 속임수를 넘어, 타인의 얼굴과 정체성을 도용해 영혼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디지털 흉기로 전락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조작된 이미지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처참히 유린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신뢰를 붕괴시키는 중대한 사이버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현..
없는 빵에 잼 바르기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높았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빛과 새하얀 코스모스들은 산들바람이 불 때마다 가볍게 몸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 위로는 투명한 날개를 쉼 없이 파닥이는 고추잠자리 떼가 평화로운 가을의 왈츠를 추고 있었다. 자연은 이토록 풍요롭고 아름다웠지만, 그 길을 걷고 있는 낡은 외투 차림의 노숙자 부부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며칠째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그들의 뱃속에서는 쉴 새 없이 허기의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저 멀리 산기슭 아래, 저녁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아내에게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저 마을에 들어가면 분명 인심 좋은 누군가가 갓 구운 두툼한 식빵을 줄 거야. 난 말이..
청년의 절망을 먹고 자라는 연금, 세대 갈등을 넘어 ‘상생의 언약’으로 나아가야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9월 기초연금 및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극심한 세대 갈등과 인구 절벽 위기 최근 발표된 기초연금 및 국민연금 개혁안이 우리 사회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정부는 초고령화 사회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낮추겠다며 제도 개편을 단행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한 세대 갈등의 격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행 지급 대상자 비율을 유지한 채 하위 30%에게만 소액을 얹어주는 식의 미온적인 '하후상박' 기초연금 개편안은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만 수조 원 단위로 가중시켰다는 청년층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과거 사회의 든든한 안전망이어야 할 복지 제도가 이제는 청년과 노년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의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