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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박사 시니어 칼럼 ② 금혼식, 박수가 멈춘 후에
결혼 50주년 금혼식 날이었다. 월남참전용사였던 남편과 아내를 축하하기 위해 자손들과 친지들이 모였다. 사람들은 반세기 동안 가정을 지켜 온 노부부에게 박수를 보냈고, 두 사람은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하객들이 돌아간 뒤, 아내가 자손들 앞에서 뜻밖에 ‘졸혼’을 선언했다. “오늘로 아내 노릇을 졸업하고 싶구나. 남은 생애는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 남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지만 자녀들은 어머니를 이해했다. 지휘관처럼 명령만하고 애정은 좀처럼 표현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상처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가족을 위하여 희생적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것도 알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의 가부장적 언어폭력 속에서 외롭게 살아왔는지도 알고 있었다. 물론 당시 군사문화와 가부장적 문화는 남편의 권위..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쓰다: 후성유전학의 진보가 들려주는 은혜의 메타포
[OCJ 논설] 주요 이슈: 크리스퍼(CRISPR) 후성유전체 편집 기술의 획기적 진전 (2026년 9월 12일 보도) 2026년 9월 12일, 생명공학계는 암 정복을 향한 기념비적인 이정표 하나를 세웠다. 기존의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이 손상된 DNA 자체를 잘라내고 교체하는 '하드웨어'적 접근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DNA 서열은 그대로 둔 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메틸화(Methylation) 상태만을 교정하는 '후성유전체 편집(Epigenome Editing)' 기술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다. 이는 암을 영구적인 유전자 파괴 현상이 아니라, 잘못된 스위치가 켜진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바라보는 놀라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인류는 유전자에 새겨진 정보가 우리의 건강과..
포성 속의 평화 협상: 총을 내려놓지 않는 자와의 대화가 남기는 질문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9월 12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평화 협상을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협상 중에도 군사 공격을 지속하겠다며 거부한 지정학적 긴장 이슈 2026년 9월 12일, 전 세계의 이목은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향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나 평화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4년 넘게 이어진 끔찍한 소모전과 희생을 끝내기 위해, 침략국의 정상과 마주 앉겠다는 결단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은 차갑고도 잔혹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협상 기간 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
김병근 칼럼 / 준비된 인생은 아름답다
꽃이 달콤한 꿀을 머금고 있으면, 굳이 부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나비들이 자연스레 그 향기를 좇아 모여든다. 꿀을 준비한 꽃에게 나비가 찾아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도 무언가를 내면에 채우고 준비하는 과정의 연속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크리스천인 우리는 과연 내면을 무엇으로 준비하고 채워야 하는가? 과거 호주 타스메니아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섬의 중앙부를 지나며,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하고 깊은 계곡에 조그마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의아한 마음에 살펴보니,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든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광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고픈 사람이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자연히 모이듯,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생명줄과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
디지털 고립의 시대, 진정한 '연결'을 위한 교회의 성육신적 응답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9월 '세계 디지털 빈곤 주간(End Digital Poverty Week)' 및 '에이징 웰 리빙랩(Ageing Well Living Lab)' 출범 등을 계기로 글로벌 사회가 심화되는 디지털 고립과 전통적 공동체 붕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오프라인 연결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는 현상. 2026년 9월 둘째 주(7~13일) '세계 디지털 빈곤 주간(End Digital Poverty Week)'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과거의 빈곤이 물리적 결핍을 의미했다면, 오늘날 가장 치명적인 빈곤은 '연결의 결핍', 즉 '디지털 고립과 공동체의 붕괴'로 정의된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9월 11일 출범한 '에이징 웰 리빙랩(Ageing We..
연금개혁이 촉발한 세대 갈등, ‘짐을 서로 지는’ 세대 연대로 승화해야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9월, 국민연금 세대별 차등 인상 및 기초연금 개편 본격화로 인한 세대 갈등 격화 2026년 9월 현재, 대한민국은 ‘연금개혁’이라는 거대한 폭풍의 한가운데 서 있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집중하는 기초연금 ‘하후상박(下厚上薄)’ 개편안을 연이어 내놓았다. 인구 절벽과 초고령화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그 파장은 매섭다. 청년들은 “우리가 왜 윗세대의 짐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느냐”며 분노하고, 노년층은 “평생 헌신한 대가가 노인 빈곤이냐”며 절망한다. 복지 제도를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은 이제 단순한 불만을 넘어 사회적 균열로 치닫고 있다. 저출생과 초고령..
히말라야의 눈물과 기후 정의, 우리는 진정 누구의 이웃인가
[OCJ 논설] 주요 이슈: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홍수를 겪은 네팔의 유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보상 청구 및 전 세계 기후 정의 논쟁 최근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인해 발생한 전례 없는 대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네팔 정부가 어제(9일), 유엔의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에 보상금을 공식적으로 청구했다. 네팔 외교장관은 "국제 사회의 주요 경제국들이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며 누려온 경제적 혜택의 대가를, 기후 변화에 사실상 관여하지 않은 네팔이 치르고 있다"며 선진국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 뉴스는 단순한 자연재해의 비극을 넘어,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뼈아픈 역설을 여실히 보여준다. 화석연료를 태워 막대한 부와 편리를 축적한 산업 국가..
금(金) 이야기
1921년 9월, 경주 노서리에 있던 한 주막의 뒷마당을 넓히려고 땅을 파다가 이곳에서 1만 여점의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금관총으로 명명된 이곳에서 금관을 비롯한 금 허리띠와 금장신구들은 그 섬세한 모양과 함께 1,00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특유의 노란색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속이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찬란한 색을 뽐내는 금속이 금(Gold)이다. Au로 표시되며 원자번호 79, 비중 19.3으로 원소 중 가장 무거운 광물이다. 이 금은 그 희소성과 화려함 그리고 불변의 색으로 인하여 인간에게 크게 관심을 모은 광물로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의 촤대 관심을 가졌던 귀물이었다. 엄지손가락정도의 금으로는 보통건물(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