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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선과 존재의 가벼움에서 벗어나기”
김호남 목사의 목양칼럼: 난/심/향/ 현대의 많은 문명의 이기들은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주고 있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온풍기를 튼다. 아이들도 엄마 하고는 떨어져도 핸드폰 하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런 현대의 삶 속에서 인간은 믿고 기다리는 일에 둔해지며 점점 즉흥적, 감정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네의 인성조차도 점점 얇아지는 것 같다. 필자의 연구실 서랍 안에는 선물 받은 잉크 묻혀 쓰는 펜과 더위를 식혀주는 부채가 있다. 객기 같지만, 점점 기계화, 자동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손글씨로 잉크 묻혀가며 한 자 한 자 써보고 싶었고, 조금 여유 있을 때에는 부채를 펴 지긋이 흔들며 시를 읊조렸던 옛 선배들의 호연지기한 인성을 기억코자 그 두 물건을 제법 오래 보관하고..
[영혼의 미술관] 빛이 멈춘 방, 평범함 속에 임한 신비
— 헨리 오사와 타너의 가 전하는 침묵의 설교 1898년 파리 살롱(Salon de Paris)에 한 점의 그림이 걸렸을 때, 사람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그것은 수백 년간 수많은 거장들이 그려왔던 성경의 장면, '수태고지(The Annunciation)'였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엔 천사의 화려한 날개도, 마리아의 머리 위를 장식하는 금빛 후광도, 대리석 기둥이 있는 궁전도 없었습니다.대신 그곳엔 헝클어진 침대보와 투박한 흙바닥,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한 '빛의 기둥'만이 존재했습니다. 이 파격적인 그림을 그린 이는 미국 흑인 최초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화가, 헨리 오사와 타너(Henry Ossawa Tanner, 1859-1937)입니다.오늘 [영혼의 미술관]은 차별과 편견을 피해 고국을 떠나야 했..
소외 불안 증후군(Fear of Moving Out)과 SNS
2023년 7월 21일 금요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난동으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처를 입었으며, 피해자들과 범인 사이에는 전혀 일면식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범인의 진술 일부로 인해 단순한 폭력 사건을 넘어 개인의 내적 심리와 사회적 맥락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범인은 자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에게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진술은 단지 한 사람의 일그러진 개인적 동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내적 좌절감, 비교와 소외감, 정서적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감정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불계공졸의 하나님
김호남목사의 목양칼럼: ‘난심향’ “해동에 아직도 이와같은 영물이 있었는가!" 이 말은 청나라 경학과 고증학, 금석학 및 서예의 대가로서 자신의 서재에 8 만 여권의 희귀한 장서를 확보하고 경전을 연마하던 당대의 제일인자 옹 강방이 동쪽 조그만 나라 조선에서 건너 온 25세의 젊은 학자 추사 김정희를 보고 놀라서 한 말이다. 조선은 세계 역사상 그 유래를 찾기 힘든 ‘문치주의’가 이루어진 나라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중세, 근세국가들이 다 무치주의 즉 ‘힘’을 그 통치의 근간으로 하고 있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훌륭한 전통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치주의가 국가를 통치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사대부라는 집권층이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사대부라 함은 관직이 5품 이하를 칭하..
[영혼의 미술관] 낯선 땅, 상처 입은 치유자의 노래
— 빈센트 반 고흐의 이 건네는 황금빛 위로 1890년 5월, 프랑스 남부 생레미의 정신 요양원. 세상과 단절된 채 좁은 방에 갇혀 있던 한 화가가 캔버스 앞에 섰습니다. 그는 반복되는 발작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를 "부서진 그릇"처럼 느끼고 있었습니다. 붓을 들 힘조차 남지 않았을 것 같은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빈센트 반 고흐는 성경의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를 화폭에 옮깁니다. 바로 입니다. 오늘 [영혼의 미술관]에서는 평생을 '이방인'으로 떠돌았던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이 그림을 통해, 고통받는 이웃과 우리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시선을 묵상해보고자 합니다.1. 나는 지상에서 나그네입니다화가가 되기 전, 23살의 청년 빈센트는 영국에서 보조 설교자로 강단에 선 적이 있습니다...
노량진의 추억
글/ 미셀 유 (글벗세움문학회 회원, 서양화가) 30여 년 만에 오르는 노량진 언덕길은 아직도 꾸불꾸불 가파르게 펼쳐져 택시 운전사의 불평이 귀에 꽂혔다. 가네 못 가네 한참을 실랑이했지만, 결국 꼭대기까지 올라와 택시 운전사에게 웃돈을 쥐어주고 커다란 철제 정문 앞에 섰다. 한국에 올 때면 간간이 밖에서 뵙곤 하던 큰어머니가 몸져누으신 지 오래되었다는 소식에 늦기 전에 찾아뵙는 길이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호주로 이민을 간 후에는 한 번도 발길을 할 기회가 없었던 노량진은 너무도 변해서 이곳이 그곳인가 가물거리는 기억을 다잡았다. 정문을 지나자 그 넓던 마당과 옥수수밭은 다 어디로 가고, 우중충한 회색 시멘트벽으로 무장을 한 5층 빌라 세 채가 우뚝 서서 나를 맞았다. 큰아버지가 이북에서 피..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산책
2026년에 출간된 아담 필립스(Adam Phillips)의 ‘The Life You Want, 『당신이 원하는 삶』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삶의 방향을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이 책에서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아담 필립스(Adam Phillips)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좋은 삶’의 정의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착각 위에 서 있는지를 차분히 해체해 나간다. 필립스는 무엇보다도 좋은 삶을 목표 달성이나 행복의 극대화로 동일시하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좋은 삶이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소유하거나 성취하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으며, 더 많은 만족과 안정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좋은 삶을 완결된 상태가 ..
[OCJ 기획] 축제와 애도 사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가 품은 두 개의 얼굴
- 1788년 영국 함대 도착일 기념 vs 원주민에겐 '침략의 날(Invasion Day)' - "날짜 바꾸자" 목소리 속, 성숙해가는 호주의 역사 인식 - 식민 지배 아픔 아는 한인들, '공감'과 '존중'으로 이 땅을 이해해야 (시드니=OCJ) Joseph 기자 = 1월 말, 시드니의 태양은 뜨겁다. 거리 곳곳에는 호주 국기가 펄럭이고, 마트 진열대는 바비큐 재료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는 26일은 호주 최대의 국경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다. 여름의 절정에서 맞이하는 '롱 위켄드(Long Weekend)'의 설렘 뒤편에는, 그러나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묵직한 역사적 부채감이 공존한다. 호주 사회가 이 날을 두고 겪고 있는 '성장통'에 대해 OCJ가 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