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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점수표: 정직과 손해 감수
시원한 바람이 참 좋은 아침입니다. 오랜시간 함께 운동을 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모임의 명칭은 골목회라 부릅니다. 골프를 치는 목회자 모임이란 뜻이지요. 골프는 흔히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지요. 축구나 농구처럼 심판이 곁에서 일일이 지켜보며 호각을 불지 않기에, 선수 본인이 오직 양심에 따라 자신의 스코어를 적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운동이지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우리는 친선 대회를 열고 함께 모여 필드 위를 걸으며 교제를 나누고 서로의 기량을 겨룹니다. 그런데 가벼운 친선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상패나 등수에 들고 싶은 마음에 '살짝 타수를 줄여 적어볼까?' 하는 얄궂은 유혹이 스쳐 갈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풀숲에 가려진 공을 슬쩍 꺼내놓고 치고 싶은 마음..
달콤한 위로만 찾는 시대, 우리에게 '쓴소리'를 해줄 이는 누구입니까?
오세아니아의 청명한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고요한 아침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쌉쌀한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원고들을 살피다 보니, 문득 우리 삶의 관계와 소통에 대해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목회자로, 또 저널의 편집장으로 오랜 세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대마다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요즘 참 안타깝게 느껴지는 현상 중 하나는, 누군가 애정을 담아 건네는 '충고'를 마치 자신에 대한 '인격적 모독'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각박함입니다. 아플지라도 영혼의 약이 되는 쓴소리를 견디지 못하니, 사람들은 아예 자신에게 바른말을 해줄 수 있는 '지혜 있는 자' 곁으로 가지조차 않으려 합니다. 잠언의 말씀처럼, 거만한 자는 견책받기를 싫어하여 지혜 있는 자에게로 가지 않는 법이지요..
노을 앞에 선 이민 교회: '세대교체'를 넘어 '사명 전수'로
이민자의 삶은 늘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눈물로 일구었던 시간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민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디아스포라 교회들은 전례 없는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헌신해 온 1세대 목회자들의 은퇴 시기는 다가오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자를 찾지 못해 빈 강단이 늘어가는 '영적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력 수급의 문제를 넘어, 이것은 우리 시대 이민 교회가 직면한 가장 아픈 지점이자 가장 본질적인 신학적 질문을 던지는 사건입니다. 모세의 요단강, 그리고 '내려놓음'의 미학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대교체는 모세와 여유수아의 장면에서 발견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출애굽 시킨..
창조의 신비와 위기: 호주 고유 야생동물 보존을 위한 긴급한 과제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한 '메가다이버스(Megadiverse)' 국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캥거루, 코알라, 오리너구리와 같은 호주의 고유종들은 수백만 년간의 고립을 통해 독특하게 진화해 왔으며, 이는 지구 전체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환경 보고서들은 호주의 자연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호주 국립대학교(ANU)와 세계자연기금(WWF)의 2024년 및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포유류 멸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년 동안 약 39종의 포유류가 이미 사라졌으며, 현재 약 2,000종 이상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41종의 ..
거룩한 가면을 벗고, 심판대 앞에 선 광대들에게
투명한 시대의 가장 불투명한 성소바야흐로 '투명성'이 권력이 된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이 거짓을 가려내고, 디지털 발자국이 과거의 행적을 낱낱이 추적하는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투명해야 할 교회의 강단은 그 어느 때보다 두꺼운 안개에 싸여 있는 듯합니다. 최근 들려오는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태와 비양심적 사건들은 이제 세상을 놀라게조차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세상은 우리를 향해 냉소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시는가? 아니면 그저 당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한 마케팅 용어인가?" 이 날카로운 질문 앞에 우리는 '성직자'라는 화려한 예복 뒤로 숨을 곳이 없습니다. 오늘날 목회자의 위기는 설교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경외심의 ..
새로운 이름 “코리언 오스트레일리안”에 관하여(Who is the “Korean Australian”?)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로마서 8: 24) 이 사도 바울의 고백은 결국 우리 모든 인간의 고백이다. 이 고백으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어떤 형식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든지 간에 모든 인간은 여러 괴로움과 고통이 있고 어차피 인간의 그 육신은 죽음이라는 실존을 짊어진 곤고한 존재들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한 존재”로 규정하고 인간 개개인의 죽음의 순간을 아무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절대 허무와 절대 고독의 순간으로 묘사하였다. 모든 인간은 결국 그것과 대면 하여야 한다. 바르트(K. Barth)는 인간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인간 최후의 바로 그 순간에 비로소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천명하였다. 창세기에 보면 아담이 하와와 더불어 ..
캐리어에 담긴 비극: '설거지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우리 내면의 소음
부서진 육체와 무너진 인륜: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의 충격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와 신앙 공동체에 깊은 탄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시끄럽다'는 사소한 이유로 장모를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강물에 유기한 20대 사위의 범행은 인간 존엄성의 바닥이 어디인지를 다시금 묻게 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피해자의 시신에서는 갈비뼈와 골반 등 다수의 골절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폭행을 넘어선 잔혹한 폭력이 가해졌음을 방증합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 과정에 친딸이 가담했으며, 그녀 역시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 아래 신음하던 피해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사소함 속에 도사린 거대한 어둠: '불법이 성하므로 사랑이 식어지리라'..
관계의 갈등을 넘어 평화로: 악마화의 굴레를 벗어나는 믿음의 결단
1.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일반적인 심리 기제★자기 정당화와 투사: 자신의 잘못이나 고통의 원인을 모두 상대방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를 '무고한 피해자'로 설정하려는 심리입니다. 본인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죄책감을 상대방에게 투사(Projection)하여 외면하는 것입니다. ★흑백논리를 통한 인지적 편안함: 복잡한 갈등 상황을 '선(나)'과 '악(상대)'으로 단순화하면 상황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상대방을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면, 내가 겪는 고통에 대해 명쾌한 이유를 찾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통제권 확보: 상대방을 악마화함으로써 주변의 동정이나 지지를 얻고, 갈등 관계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여 상황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2. 왜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악마화하는가?★부부 사이가 좋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