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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사라지는 제주돌담학교와 유네스코 등재의 역설… '산 돌'을 쌓는 장인이 필요하다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제주 고유의 돌담 문화를 계승해 온 '제주돌담학교'가 올해 27명의 국가유산수리기능자 배출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 제주도는 2028년 돌담 '메쌓기' 기술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나, 정작 전승의 산실은 문을 닫는 역설적 상황.

제주의 거센 바람을 견뎌내는 밭담과 돌담은 시멘트나 접착제 없이 돌과 돌의 자연스러운 맞물림만으로 쌓아 올리는 '메쌓기' 기법의 산물이다. 투박한 화산석들 사이로 숭숭 뚫린 빈틈이 바람의 길을 내어주기에, 돌담은 태풍 속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지혜로운 전통 기술을 계승하며 올해만 27명의 국가유산수리기능자를 배출한 '제주돌담학교'가 2026년 교육과정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제주도가 오는 2028년 이 메쌓기 기술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와중에, 정작 그 기술을 묵묵히 이어갈 현장의 산실은 문을 닫게 된 셈이다.
겉치레와 타이틀을 좇느라 정작 생명력 있는 본질을 잃어버리는 이 역설적인 풍경은, 비단 전통문화 보존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의 모습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화려한 건물을 짓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내는 데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척박한 땅에서 묵묵히 신앙의 돌을 쌓아 올리는 '영적 장인'들을 길러내는 일에는 무관심해진 것은 아닌가. 겉으로는 유네스코 등재라는 세계적인 타이틀을 추구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맥을 잇는 장인들의 터전이 말라가는 현실은, 성장의 이면에서 영적 전승의 토양이 무너져가는 우리 시대의 뼈아픈 자화상이다.
성경은 우리를 가리켜 "산 돌(living stones)"이라고 부르며, 서로 연결되어 신령한 집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제주의 돌담이 모난 돌들의 연약함과 그 사이의 빈틈을 통해 거대한 태풍을 이겨내듯, 신앙 공동체 역시 서로의 약점과 다름을 품어내는 은혜의 '빈틈'이 있을 때 비로소 시대의 거센 풍파를 견뎌낼 수 있다. 매끄럽게 가공된 벽돌이 아니라, 저마다의 상처와 투박함을 지닌 산 돌들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며 맞물려 살아가는 것이 복음이 말하는 참된 교회의 모습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보존하고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박물관에 박제된 화석이 아니다. 삶의 비바람을 견디며 돌과 돌을 이어가는 살아있는 기술, 곧 십자가의 사랑과 인내를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훈련의 자리다. 제주돌담학교가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소식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의 가정과 교회는 다음 세대라는 '산 돌'들을 깎고 다듬어 세상의 바람을 견디는 든든한 영적 돌담으로 세워낼 '장인들의 학교'로 기능하고 있는가. 눈에 보이는 타이틀보다, 보이지 않는 이음새를 묵묵히 지켜내는 헌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간이다.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 - 베드로전서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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