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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황금사자가 포효를 멈춘 자리, 예술이 부르는 '단조(Minor Key)의 애가'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전쟁 국가 참여 반대 시위 및 심사위원단 전원 사퇴로 역대 최초 '황금사자상' 시상 취소

2026년 5월 개막한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유례없는 격랑에 휩싸였다. 1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 시상이 전격 취소되고 폐막일 관객상으로 대체된 것이다. 전 세계가 예술의 제전을 축하해야 할 자리에, 심사위원단은 전원 사퇴라는 충격적인 카드를 던졌다. 반인도적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국가들에게 예술의 이름으로 면죄부나 영예를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선언이다. 국가관 앞에서는 "예술은 쇼고, 그 아래에는 무덤이 있다"는 피 맺힌 절규와 함께 반전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 축제가 인간의 야만성을 고발하는 치열한 영적, 윤리적 전쟁터로 변모한 셈이다.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신음 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는 공교롭게도 '조금 다른 키로(In Minor Keys)'이며, 한국관은 '해방공간'을 화두로 삼았다. 황금사자로 상징되는 승리와 성취의 장조(Major Key)가 아니라, 전쟁과 폭력 아래 짓밟힌 이들의 고통을 단조(Minor Key)의 애가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캔버스와 조각 너머로 들려오는 억압받는 자들의 눈물은, 사도 바울이 탄식했던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뼈저리게 증언한다. 인간이 쌓아 올린 찬란한 문명과 미학의 꼭대기에서, 예술가들은 스스로 영광의 왕관을 내려놓으며 생명의 존엄을 묻고 있다.
이 참담하고도 숙연한 풍경 앞에서 한국 교회는 뼈아픈 성찰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의 예술가들조차 이웃의 피 흘림 앞에서 성공의 트로피를 거부하고 연대와 평화를 외치고 있는데, 우리는 혹여나 신앙의 이름으로 우리만의 '황금사자상'을 세우는 데 골몰하고 있지는 않은가? 교회의 성장이 이웃의 아픔을 외면한 채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축제라면, 그 축제 아래에도 필경 무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복음의 본질은 가장 낮고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화평을 이루신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데 있다.
포효를 멈춘 베니스의 황금사자는 오늘 우리에게 묻고 있다. 참된 평화와 해방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무력으로 쟁취하는 지배나 소외를 낳는 성취가 아니라, 기꺼이 스스로를 내어주는 희생과 사랑에서 비롯된다. 지금은 각자의 성공을 향해 승전고를 울릴 때가 아니라, 단조의 애가에 화음(和音)을 맞추며 애통하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할 때다. 교회가 세상의 아픔을 온전히 품고 참된 '해방공간'이 되어줄 때, 비로소 유다 지파의 참된 사자(Lion of Judah)이신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 상처 입은 세상에 짙게 임할 것이다.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 - 로마서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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