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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미술관]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랑의 중력
— 살바도르 달리의 가 전하는 침묵의 위로 우리가 십자가를 생각할 때, 시선은 늘 아래에서 위를 향합니다. 골고다의 거친 흙바닥에 서서, 피 흘리시는 구세주를 우러러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익숙한 십자가의 시점입니다. 그러나 여기, 그 고정관념을 단숨에 전복시키는 그림이 있습니다.흐물거리는 시계와 기이한 꿈의 형상으로 유명한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가 1951년에 그린 입니다. 이 그림 앞에서 우리는 숨을 멈추게 됩니다. 우리는 땅이 아니라, 우주적 공간, 혹은 하나님 아버지의 시선이 머무는 그 높은 곳에서 십자가에 달린 아들을 내려다보게 되기 때문입니다.오늘 [영혼의 미술관]은 이 파격적인 시점이 주는 영적 전율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1. 원자의 시대, 무너지지..
머무는 사랑을 잃어버린 시대
학창 시절 필수 독서 가운데 한 권이었던 ‘어린 왕자’는 흔히 동화로 분류되지만, 그 실체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이 작품은 동화의 외피를 두른 이야기이기 이전에, 상실을 통과한 한 인간이 시대의 폐허 한가운데서 토해낸 피 섞인 고백에 가깝다. 어린이를 위해 쓰인 듯 보이지만, 정작 이 이야기가 겨냥하는 독자는 삶의 무게를 이미 감당해 본 어른들이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세계를 향해, 그리고 인간다움을 상실한 시대를 향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가장 부드러운 언어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이 문장은 감상적인 문구가 아니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던 시대를 향한 조용한 항의이자, 파괴의 한가운데서 인간다움을 붙들기 위한 마지막 윤리적 선언에 가깝다. 전쟁의 소음 속에서 ..
[영혼의 미술관] 짓무른 피부, 그리고 태양보다 밝은 미소
— 고통의 한복판에서 피어오르는 그뤼네발트의 부활 신학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콜마르(Colmar)에 있는 운터린덴 박물관에는 미술 역사상 가장 참혹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황홀한 그림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독일 르네상스의 거장 마티아스 그뤼네발트(Matthias Grünewald)가 1512년부터 1516년에 걸쳐 제작한 대작, 입니다. 이 그림은 본래 미술관이 아닌, 수도원 부속 병원의 예배당을 위해 그려졌습니다. 그곳은 당시 '성 안토니우스의 불(St. Anthony's Fire)'이라 불리던 무서운 피부병과 맥각 중독 환자들이 죽음을 기다리던 곳이었습니다. 살이 썩어 들어가고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극심한 고통 속에 있던 환자들은, 매일 이 제단화 앞에 누워 자신의 고통을 십자가 위의 예수와 일치시키며..
이민자 신앙: 연민을 회복하는 공동체
연민(compassion)이라는 단어는 요즘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다. 입에 올리기에는 어딘가 낯설고, 말하는 순간 이미 한 시대를 뒤로 물러난 듯한 울림을 남긴다. 그것은 연민이 낡아서가 아니라, 그 단어가 머물 자리를 우리의 삶이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연민은 너무 오래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먼지는 시간의 탓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이 남긴 흔적이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 앞에 오래 머무는 법을 잊었고, 타인의 고통을 내 삶의 일정 속에 들여놓는 일을 점점 어려워하게 되었다. 연민은 여유를 요구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늘 급했고, 연민은 기다림을 요청하지만 우리는 늘 서둘렀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말은 생존의 지혜처럼 들리지만..
[OCJ 기획] "다시 숨 쉴 수 있을까"
[OCJ 기획] "다시 숨 쉴 수 있을까"...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에게 찾아온 '성탄절 공습'과 조심스러운 희망나이지리아 기독교 박해 현장과 미국의 군사 개입, 그 복합적 진실 지난 2025년 12월 25일, 나이지리아 북서부 소코토주(州) 자보 지역에 미군과 나이지리아군의 합동 공습이 감행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명명한 이 작전은 이슬람국가(IS) 연계 캠프를 타격했으며, 이는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 최상위권인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들에게 '생존'과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OCJ는 이번 사태의 내막과 현지의 반응, 그리고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영적 의미를 심층 분석했습니다.뉴스 요약 (News Summary)성탄절 공습..
[영혼의 미술관] 어둠을 가르는 손가락, 그 찰나의 부르심
— 카라바조의 이 묻는 '나'의 자리 로마의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San Luigi dei Francesi) 성당, 그 안쪽 콘타렐리 채플(Contarelli Chapel)에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순례자의 발길을 붙들어 온 그림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바로크 미술의 문을 연 천재이자 문제적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1600년 작, 입니다. 이 그림은 웅장한 천국이나 화려한 기적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허름한 로마의 뒷골목 선술집 같은 어두운 방, 돈 세는 일에 골몰해 있는 세리들의 일상을 비춥니다. 오늘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소음으로 가득 찬 우리의 일상을 뚫고 들어오는 '낯선 부르심'..
[영혼의 미술관] 탕자의 귀향, 그리고 아버지의 두 손
— 렘브란트가 캔버스에 새긴 화해와 치유의 복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가 "지금까지 그려진 그림 중 가장 위대한 그림"이라고 극찬했던 작품, 바로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의 입니다.이 그림은 단순히 성경 누가복음 15장의 이야기를 재현한 삽화가 아닙니다. 화려한 명성과 부를 모두 잃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파산자가 되어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던 노년의 렘브란트가, 자신의 찢겨진 영혼을 담아 세상에 남긴 '시각적 유언'이자 '색채로 쓰인 복음서'입니다. 오늘 이 그림 앞에서 우리는 분주한 일..
굽은 등에서 피어나는 거룩한 희망
[특집: 명화와 신학] —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 이민자에게 건네는 위로 이민의 짐을 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익숙했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낯선 공항에 내렸을 때 느껴지는 그 서늘한 공기를. 언어는 들리지 않고, 간판은 읽히지 않으며,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길 없는 막막함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잠재적 '이삭 줍는 자'가 된다. 주류 사회가 차려놓은 풍성한 식탁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들이 먹고 남긴 부스러기라도 줍기 위해 가장자리를 서성여야 했던 기억. 그 기억을 가진 우리에게 장 프랑수아 밀레의 1857년 작 은 단순한 명화 이상의 전율로 다가온다.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존엄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걸린 이 그림은 언뜻 보기에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