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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권력의 바벨탑과 역사의 주관자
최고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이가 다시 한번 차가운 법의 심판대 앞에 섰다. 2026년 4월 29일, 헌정 질서를 흔들었던 지난 2024년 12월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하여 전직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다. 일국의 지도자가 스스로 권력의 감옥에 갇혀 역사의 죄인으로 전락한 모습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탄식과 무거운 영적 성찰을 요구한다. 인간에게 쥐어진 '권력'이란 본디 날 선 검과 같아서, 자신을 비우고 이웃을 향해 엎드리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를 찌르고 만다. 무소불위의 힘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고 통치권을 강화하려 했던 시도는, 도리어 거센 국민적 저항과 법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우리는 이 역사적 현장에서 하늘 높..
'사람 없는 사회'를 향해 질주하는 시대, 성육신의 온기가 그립다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사람 없는 소비' 현상 확산 (AI 결제 월 236만 건 돌파)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AI가 직접 결제하는 시스템 이용 건수가 한 달에 236만 건에 달하며 이른바 '사람 없는 소비'가 완벽한 일상의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상적인 접촉마저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로 대체되는 이 2026년의 풍경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대면의 흔적을 지워가는 무인화(無人化) 시대로 진입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결점의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현대사회의 거대한 우상 앞에서 인간과 인간이 얼굴을 마주해야만 했던 필수불가결한 자리들은 점차 증발하고 있다.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존재(Relational Being)'로 지음 받았다. 삼위..
홀로 머무는 고독의 방에서, 함께 거하는 사랑의 잔치로
중년 이후 홀로 지내는 시간은 때로 깊은 평안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세계에 갇히기 쉬운 유혹이 되기도 합니다. 성경은 인간이 홀로 있는 것이 좋지 않음을 창조 때부터 선포하셨습니다. 관계의 단절은 육체적인 편안함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은 타인과의 부대낌 속에서 깎이고 다듬어지는 성화의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고독이 자기 연민이나 고립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의도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타인의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습관과 취향이 견고해지면서, 타인의 다름을 용납하기보다 내 기준에 맞추려는 이기적인 자아가 고개를 듭니다.그러나 복음의 핵심은 자기 부인에 있습니다. 나를 위해 쌓아 올린 견고한 성벽을 허물고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비로소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진정한 사귐..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점수표: 정직과 손해 감수
시원한 바람이 참 좋은 아침입니다. 오랜시간 함께 운동을 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모임의 명칭은 골목회라 부릅니다. 골프를 치는 목회자 모임이란 뜻이지요. 골프는 흔히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지요. 축구나 농구처럼 심판이 곁에서 일일이 지켜보며 호각을 불지 않기에, 선수 본인이 오직 양심에 따라 자신의 스코어를 적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운동이지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우리는 친선 대회를 열고 함께 모여 필드 위를 걸으며 교제를 나누고 서로의 기량을 겨룹니다. 그런데 가벼운 친선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상패나 등수에 들고 싶은 마음에 '살짝 타수를 줄여 적어볼까?' 하는 얄궂은 유혹이 스쳐 갈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풀숲에 가려진 공을 슬쩍 꺼내놓고 치고 싶은 마음..
달콤한 위로만 찾는 시대, 우리에게 '쓴소리'를 해줄 이는 누구입니까?
오세아니아의 청명한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고요한 아침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쌉쌀한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원고들을 살피다 보니, 문득 우리 삶의 관계와 소통에 대해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목회자로, 또 저널의 편집장으로 오랜 세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대마다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요즘 참 안타깝게 느껴지는 현상 중 하나는, 누군가 애정을 담아 건네는 '충고'를 마치 자신에 대한 '인격적 모독'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각박함입니다. 아플지라도 영혼의 약이 되는 쓴소리를 견디지 못하니, 사람들은 아예 자신에게 바른말을 해줄 수 있는 '지혜 있는 자' 곁으로 가지조차 않으려 합니다. 잠언의 말씀처럼, 거만한 자는 견책받기를 싫어하여 지혜 있는 자에게로 가지 않는 법이지요..
노을 앞에 선 이민 교회: '세대교체'를 넘어 '사명 전수'로
이민자의 삶은 늘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눈물로 일구었던 시간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민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디아스포라 교회들은 전례 없는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헌신해 온 1세대 목회자들의 은퇴 시기는 다가오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자를 찾지 못해 빈 강단이 늘어가는 '영적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력 수급의 문제를 넘어, 이것은 우리 시대 이민 교회가 직면한 가장 아픈 지점이자 가장 본질적인 신학적 질문을 던지는 사건입니다. 모세의 요단강, 그리고 '내려놓음'의 미학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대교체는 모세와 여유수아의 장면에서 발견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출애굽 시킨..
창조의 신비와 위기: 호주 고유 야생동물 보존을 위한 긴급한 과제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한 '메가다이버스(Megadiverse)' 국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캥거루, 코알라, 오리너구리와 같은 호주의 고유종들은 수백만 년간의 고립을 통해 독특하게 진화해 왔으며, 이는 지구 전체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환경 보고서들은 호주의 자연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호주 국립대학교(ANU)와 세계자연기금(WWF)의 2024년 및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포유류 멸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년 동안 약 39종의 포유류가 이미 사라졌으며, 현재 약 2,000종 이상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41종의 ..
거룩한 가면을 벗고, 심판대 앞에 선 광대들에게
투명한 시대의 가장 불투명한 성소바야흐로 '투명성'이 권력이 된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이 거짓을 가려내고, 디지털 발자국이 과거의 행적을 낱낱이 추적하는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투명해야 할 교회의 강단은 그 어느 때보다 두꺼운 안개에 싸여 있는 듯합니다. 최근 들려오는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태와 비양심적 사건들은 이제 세상을 놀라게조차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세상은 우리를 향해 냉소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시는가? 아니면 그저 당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한 마케팅 용어인가?" 이 날카로운 질문 앞에 우리는 '성직자'라는 화려한 예복 뒤로 숨을 곳이 없습니다. 오늘날 목회자의 위기는 설교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경외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