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보기 →흙벽돌에 스민 땀과 강아지똥의 기적, 옛 엄정교회가 묻는 '참된 성전'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6월 12일, 1950년대 교인들이 직접 흙벽돌을 구워 지은 충북 충주의 '옛 엄정교회'가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역사적, 공동체적 가치가 재조명됨

최근 충북 충주시는 1950년대 농촌교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옛 엄정교회'를 지역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국가 지정 문화재처럼 화려한 단청이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고 낡은 예배당에는 그 어떤 거대한 건축물보다 깊고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6.25 전쟁 직후 가난하고 척박했던 시절, 교인들은 직접 흙을 이겨 벽돌을 만들고 그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자신들의 예배 처소를 지어 올렸다. 건물 자체가 곧 그 시대 신앙 공동체의 눈물과 땀방울이자, 끈끈한 믿음의 연대를 증명하는 거룩한 화석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과 효율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교회 건축조차 외주화되고, 신앙생활 역시 점차 개인화되며 소비적인 형태로 흘러가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때에 무명의 신자들이 거친 손으로 빚어낸 옛 엄정교회의 흙벽돌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신앙은 누군가 지어놓은 안락한 종교적 서비스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영적인 집을 지어가는 '공동체적 헌신'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베드로 사도가 말한 '산 돌(Living Stones)'의 진정한 의미는, 공장에서 매끄럽게 가공된 대리석이 아니라, 서로의 모난 부분을 품고 연합하여 쌓아 올린 투박한 흙벽돌에 더 가까울 것이다.
더욱 흥미롭고 감동적인 사실은, 이 낡고 오래된 예배당이 훗날 국민 동화 『강아지똥』의 삽화를 그린 정승각 작가의 창작 공간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하찮고 버림받은 존재인 '강아지똥'이 자신의 몸을 온전히 녹여내어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워낸다는 이야기는, 기독교의 십자가 복음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가장 낮고 소외된 곳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십자가의 역사가, 무명의 교인들이 피땀으로 빚어내고 훗날 생명을 노래하는 동화의 산실이 된 이 작은 시골 교회의 궤적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화려한 무대와 수천 명의 인파가 모이는 현대적 메가처치도 나름의 사명이 있겠지만, 한국 교회가 근원적으로 회복해야 할 유산은 바로 이 '엄정교회'가 품고 있는 흙내 나는 영성이다. 스스로 한 장의 벽돌이 되어 공동체를 세우던 자발적 헌신, 그리고 가장 낮고 보잘것없는 것들 속에서 부활의 생명을 잉태하는 복음의 야성 말이다. 2026년 6월, 잊혀져가던 향토문화유산으로 다시 우리 곁에 다가온 이 작은 예배당이 조용히 속삭이고 있다. 진정한 성전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짐을 져주는 '사람들의 헌신'으로 세워진다는 것을.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 - 베드로전서 2:5
'오피니언 > OCJ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생명의 시계를 되돌리려는 인류, 영원의 주관자를 기억하라 (0) | 2026.06.12 |
|---|---|
| 사라지는 제주돌담학교와 유네스코 등재의 역설… '산 돌'을 쌓는 장인이 필요하다 (0) | 2026.06.11 |
| 흙으로 돌아가는 청년들, 첨단 기술로 창조 세계의 청지기가 되다 (0) | 2026.06.10 |
|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대, 약함이 약함을 품어내는 숭고한 연대 (0) | 2026.06.09 |
| 황금사자가 포효를 멈춘 자리, 예술이 부르는 '단조(Minor Key)의 애가' (0) | 2026.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