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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박사 시니어 칼럼 8 사중복음과 신유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질병은 가족의 일상이 흔들리고, 멀리 있는 친척과 친구의 마음도 무거워지며, 교회와 단체의 대화방에는 회복을 간구하는 기도가 이어진다. “수술이 잘되게 하소서.” “암세포가 깨끗이 제거되게 하소서.” “의료진의 손을 붙들어 주소서.” 한 사람의 아픔을 공동체 전체의 아픔으로 품는 기도는 귀하다. 그러나 병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우리는 때때로 당황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병을 고치시는가? 믿음으로 기도하면 반드시 완치되는가? 낫지 않는다면 환자나 가족의 믿음이 부족한 것인가? 의학적 치료와 신유기도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복음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여 죽은 뒤 천국에 가게 한다는 소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죄인인 인간뿐 아니라 병들고 불안하며 관계가 깨..
김병근 칼럼 / 재활의 여정
두 달 전, 쉼 없이 달리던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다. 조금 덜 아픈 것 같아 섣불리 다시 달리기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더 심한 통증을 겪어야 했다. 지난 20년 동안 다리를 끊임없이 달리게만 했을 뿐, 정작 혹사당하는 다리를 마사지 한번 제대로 하지못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뼈저린 자각이 밀려왔다. 묵묵히 버텨준 다리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몸을 돌아보는 재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달리기를 멈추고 아주 조금씩, 천천히 걷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스스로 다리를 주무르고 마사지하며 뭉친 근육을 달랬고, 급기야 의사를 찾아가 그동안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물리치료까지 받았다. 거의 두 달 가까운 인내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평소 ..
배용찬 장로의 창조에세이 / 신이 내린 금속 - 은(銀)
50여 년 전, 강원도 광산현장에서 10년 넘게 금속광물을 탐사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필자는 유화광물인 연(납, 鉛), 아연(亞鉛), 동(구리, 銅)과 함께 이의 부산물로 은(銀)과 금(金)이 함께 산출되는 것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것은 단위당 가치가 일반 금속광물보다 훨씬 높아 부가가치를 높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과 함께 은 역시 희귀 광물로 분류되며 자연에서 유화광물의 집합체 안에 금은 5g/t, 은은 80g/t정도로 함께 산출된다. 비록 금에 비해 그 가치가 과거에는 1/15 정도였지만 최근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어 그 비율은 기록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만 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첨단산업의 급..
김병근 칼럼 / 잎이 없는 바나나
얼마 전, 이웃집 정원에 열린 초록빛 알알이 맺힌 바나나 송이를 보며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바나나가 매달린 줄기에는 놀랍게도 푸른 잎이 단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았다. 잎이 다 떨어져 나간 앙상한 줄기에서 어떻게 저토록 생명력 넘치는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일까. 그 경이로운 모습은 예기치 못한 상실과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우리 삶에 깊은 치유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첫째는 상실 이면에 존재하는 '내면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신뢰다. 바나나는 화려한 잎이 무성할 때 빛을 모아 땅속 깊은 뿌리줄기에 에너지를 차곡차곡 저장해 둔다. 그리하여 비바람에 잎이 꺾이고 시들어 버려도, 비축해 둔 힘으로 끝까지 생명을 잉태해 낸다. 극심한 트라우마는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던 '푸른 잎'..
김종환 박사 시니어 칼럼 ⑦ 노년의 영적 수태
노년학(gerontology)에 “백발노인의 귀는 영적 모태가 된다.(The ear of a white-haired elder becomes a spiritual matrix)”는 말이 있다. 젊은이의 말이 노인의 귀로 들어가면, 노인은 그것을 곧바로 평가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자기 안에 품는다. 젊은이의 말은 노인의 오랜 경험과 지혜 속에서 숙성되어, 때가 되면 그 말은 노인의 입을 통하여 다시 생명의 지혜로 태어난다는 뜻이다. 여기서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신체기관이 아니며, 한 사람의 아픔과 질문, 아직 말이 되지 못한 혼란까지 받아들이는 영적 공간이다. 여성의 모태가 생명을 받아들여 보호하고 성장시키듯, 노인의 귀는 젊은이의 미숙한 생각과 불안한 꿈을 받아들여 그것이 의미 있는 생명으로 자라도록..
김병근 칼럼 / 158년 9개월의 형벌
인간의 기대수명이 기껏해야 여든을 조금 넘는 시대에, 법정이 피고인에게 '징역 158년 9개월'을 선고했다는 소식은 얼핏 기괴한 넌센스처럼 들린다. 불로불사의 영생을 누릴 수도 없는 인간에게 1세기 반을 감옥에서 썩으라니, 실현 불가능한 숫자를 적어 내려간 재판부의 계산법은 언뜻 냉소적 실소마저 자아낸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산술 뒤에는 인간 사회가 고안해 낸 가장 차갑고 정교한 사법적 안전장치가 숨어 있다. 2024년 4월, 멕시코 서부 바하 캘리포니아주의 한 외딴 해변으로 서핑 여행을 떠났던 호주인 형제와 미국인 친구는 차량 강도들의 흉탄에 목숨을 잃고 깊은 우물 속에 버려졌다. 2년여의 재판 끝에 2026년 10월 16일(현지 시각 금요일), 멕시코 현지 법원은 이 참혹한 사건의 주범 3명에게 각..
김병근 칼럼 / 시드니 무주택 시니어들이 마주한 혹독한 생존 게임
오페라 하우스의 하얀 돛과 햇살이 부서지는 하버 브리지, 그리고 여유로운 해변의 풍경.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꼽히는 시드니의 엽서 같은 겉모습 뒤에는 매일매일 숨 막히는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서민들의 소리 없는 비명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는 렌트비와 물가 속에서 시드니의 평범한 일상은 이미 벼랑 끝 생존 게임으로 변모했지만, 이 비정한 구조 속에서 가장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들은 바로 '자가 주택이 없는 시니어 계층(Age Pensioners)'이다. 호주의 노령 연금(Age Pension) 제도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전제를 깔고 설계되었다. 바로 ‘은퇴 시점에는 대출 없는 온전한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집이 있는 은퇴자에게 연금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
김병근 칼럼 / 호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
최근에 호주 연방국회에서는 65세 이상 노년층의 민간 건강 보험 보조금를 삭감하려던 노동당의 법안이 녹색당 등의 반대로 의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이 뉴스를 대하면서 저자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소수당인 녹색당의 힘으로 어떻게 이런 법안을 막아 낼수 있었을까? 참으로 만주주의가 잘 되어 가는 나라이구나. 따라서 호주 정치적 제도에 대하여 한번 이해하면서 한국에서의 집권당의 독주를 펼치는 모습과 자못 비교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 호주 상하원 제도의 정교한 균형과 타협의 예술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을 만들고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할 수 없고, 또 단순해서도 안 됩니다.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되거나 다수의 횡포로 소수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