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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가면을 벗고, 심판대 앞에 선 광대들에게
투명한 시대의 가장 불투명한 성소바야흐로 '투명성'이 권력이 된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이 거짓을 가려내고, 디지털 발자국이 과거의 행적을 낱낱이 추적하는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투명해야 할 교회의 강단은 그 어느 때보다 두꺼운 안개에 싸여 있는 듯합니다. 최근 들려오는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태와 비양심적 사건들은 이제 세상을 놀라게조차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세상은 우리를 향해 냉소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시는가? 아니면 그저 당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한 마케팅 용어인가?" 이 날카로운 질문 앞에 우리는 '성직자'라는 화려한 예복 뒤로 숨을 곳이 없습니다. 오늘날 목회자의 위기는 설교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경외심의 ..
새로운 이름 “코리언 오스트레일리안”에 관하여(Who is the “Korean Australian”?)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로마서 8: 24) 이 사도 바울의 고백은 결국 우리 모든 인간의 고백이다. 이 고백으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어떤 형식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든지 간에 모든 인간은 여러 괴로움과 고통이 있고 어차피 인간의 그 육신은 죽음이라는 실존을 짊어진 곤고한 존재들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한 존재”로 규정하고 인간 개개인의 죽음의 순간을 아무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절대 허무와 절대 고독의 순간으로 묘사하였다. 모든 인간은 결국 그것과 대면 하여야 한다. 바르트(K. Barth)는 인간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인간 최후의 바로 그 순간에 비로소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천명하였다. 창세기에 보면 아담이 하와와 더불어 ..
캐리어에 담긴 비극: '설거지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우리 내면의 소음
부서진 육체와 무너진 인륜: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의 충격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와 신앙 공동체에 깊은 탄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시끄럽다'는 사소한 이유로 장모를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강물에 유기한 20대 사위의 범행은 인간 존엄성의 바닥이 어디인지를 다시금 묻게 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피해자의 시신에서는 갈비뼈와 골반 등 다수의 골절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폭행을 넘어선 잔혹한 폭력이 가해졌음을 방증합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 과정에 친딸이 가담했으며, 그녀 역시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 아래 신음하던 피해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사소함 속에 도사린 거대한 어둠: '불법이 성하므로 사랑이 식어지리라'..
관계의 갈등을 넘어 평화로: 악마화의 굴레를 벗어나는 믿음의 결단
1.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일반적인 심리 기제★자기 정당화와 투사: 자신의 잘못이나 고통의 원인을 모두 상대방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를 '무고한 피해자'로 설정하려는 심리입니다. 본인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죄책감을 상대방에게 투사(Projection)하여 외면하는 것입니다. ★흑백논리를 통한 인지적 편안함: 복잡한 갈등 상황을 '선(나)'과 '악(상대)'으로 단순화하면 상황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상대방을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면, 내가 겪는 고통에 대해 명쾌한 이유를 찾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통제권 확보: 상대방을 악마화함으로써 주변의 동정이나 지지를 얻고, 갈등 관계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여 상황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2. 왜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악마화하는가?★부부 사이가 좋지 않을..
주기도문의 신학적 심연과 현대적 실천: 파편화된 사회와 기독교 영성의 재구성
서론: 현대 기독교의 다중적 위기와 기도의 본질적 재발견21세기 현대 기독교는 전례 없는 다중적 위기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한 급격한 세속주의의 확산, 교회의 제도적 권위 추락, 그리고 신앙의 사사화(privatization)는 기독교 영성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후기 근대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표현적 개인주의(expressive individualism)'는 자아의 내면적 감정과 욕망의 발현을 궁극적인 진리로 격상시킴으로써, 절대적 타자인 하나님 앞에서의 자기 부인과 순종이라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적 영역에서는 기독교 신앙이 특정 국가의 정치적 패권주의나 군사적 팽창주의와 결합하는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
중동의 포성 속에 드러난 '인간 권력의 한계': 미국 패권의 위기와 그리스도인의 통찰
중동의 화약고, 흔들리는 세계 질서의 축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수십 년간 세계 질서를 유지해 온 미국의 패권적 지위(Pax Americana)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과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대응은 중동 전역을 전면전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으며, 이는 국제 사회의 외교적 중재가 얼마나 무력해졌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군사적 우위와 외교적 한계의 괴리최근 SBS 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중동 지역에 막대한 군사 자산을 배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확산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압도적 힘'이 곧 '통제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현대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
AI가 작성한 10분 설교, 그 너머의 본질을 묻다: ‘만인신학자 시대’의 도래와 목회의 재정의
AI가 설교를 쓰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2030년, 최고의 신학자와 과학자, 심리학자의 지성을 통합한 AI 에이전트가 단 10분 만에 완벽한 설교문을 작성해내는 시대가 온다면, 강단 위의 설교자는 어떤 존재여야 할까요? 단순히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대독하는 ‘도슨트(Docent)’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본질을 붙들 것인가? 최윤식 박사(『AI 시대, 한국교회에 던지는 11가지 질문』 저자)는 이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한국교회가 마주한 ‘제2의 종교개혁’을 예고합니다. 제2의 종교개혁: ‘만인제사장’에서 ‘만인신학자’로16세기 종교개혁이 성경을 사제의 손에서 성도의 손으로 돌려주며 ‘만인제사장’ 시대를 열었다면, AI 기술은 성도들에게 ‘해석의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만인신..
'내 아이'는 하나님의 소유입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그 비극적 인식의 전환을 향하여
'동반자살'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참혹한 아동학대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와 교회 공동체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생활고와 양육 부담을 이기지 못한 30대 아버지가 초등학생부터 생후 5개월 된 영아까지 네 자녀의 생명을 앗아가고 본인도 목숨을 끊은 사건은 단순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우리 시대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보건복지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자녀 살해 후 자살'로 희생된 아동은 무려 72명에 달합니다. 2019년 9명이었던 희생자는 2023년 23명으로 4년 만에 2.5배 급증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가 이를 '동반자살' 혹은 '일가족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