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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근 칼럼 / 쉼과 놀이의 심리학

OCJ 2026. 7. 20. 07:17

지난달, 한국에서 온 아들 가족과 함께 시드니에서 보낸 2주간의 시간은 참으로 분주하고도 아름다웠습니다. 다양한 명소를 방문하고 특별한 경험들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호주에서의 기억 중 가장 좋았던 게 무엇이니?" 잠시 고민하던 아이들의 대답은 뜻밖에도 매우 단순하고도 명확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이 가장 좋았어요."

 


수많은 화려한 볼거리와 체험을 뒤로하고 아이들이 꼽은 최고의 추억이 '놀이터'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던져줍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치열하게 일하며 성취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여정의 이면에는 반드시 '쉼'과 '놀이'라는 토양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인간 문화의 발달이 바로 이 '놀이 정신'에서 비롯되었으며, 일과 놀이가 엄격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놀이 속에서 창의적 에너지가 솟아나고 진정한 개인의 성숙이 일어난다고 역설했습니다. 즉,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은 단순히 여가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구를 넘어, 삶을 지탱하는 본질적인 생존 원리입니다. 일과 쉼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상호 보완적인 순환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성경 역시 태초부터 '안식(Rest)'의 가치를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창조의 섭리 안에서 쉼은 나태함이 아니라, 다음을 향한 거룩한 멈춤이자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휴식이 없는 열심은 결국 소진으로 이어지며, 쉼이 결여된 삶은 자기 존재의 의미마저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창조의 사역을 마친 하나님께서도 일곱째 날을 복 주시며 안식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 (창세기 2:3).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느꼈던 그 해방감은, 인위적인 성취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는 '놀이의 본능'에서 기인합니다. 우리 어른들도 인생이라는 놀이터에서 때로는 멈추어 서서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숨을 고를 줄 알아야 합니다. 일과 쉼의 조화, 그 균형점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귀한 선물을 끝까지 건강하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김병근 (엠마오 상담 대학 학장,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