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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채우는 생명의 양식: 제임스 티소의 '오병이어의 기적'
빛바랜 황갈색의 메마른 언덕 위로, 마치 들꽃이 만발한 듯 다채로운 색채가 펼쳐져 있습니다. 붉은색, 푸른색, 흰색의 각양각색 옷을 입은 수많은 무리가 질서 정연하게 무리 지어 앉아 있는 풍경.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건조한 바람이 부는 광야의 공기와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숨결이 곁에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 놀랍도록 생생하고 압도적인 작품은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James Tissot)가 그린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원래 티소는 19세기 파리와 런던의 화려한 상류사회, 귀부인들의 바스락거리는 실크 드레스와 사교계의 일상을 그리며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화가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나이 50대 무렵, 파리의 한 성당에서 환상을 보는 강렬한 영적 체험을 한 뒤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뀝니..
상처받은 치유자들의 공동체를 향하여: 트라우마에 민감한 교회를 그리는 심리·신학적 성찰
우리는 왜 교회에서 상처받는가/스캇 맥나이트, 에이드 리엔 깁슨 지음, 정성묵 옮김/두란노 이 책은 현대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상처와 갈등을 '종교적 트라우마'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역작이다. 사도 바울의 연약함을 새롭게 조명하며, 트라우마를 인지하고 보듬어안는 진정한 치유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은 신경생물학적 트라우마 반응(투쟁, 도피, 얼어붙음, 영합)을 기반으로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상처의 실체를 파헤친다. 특별히 고린도 교회 성도들의 비난과 오해 속에서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겪었던 사도 바울의 사례를 중심에 둔다. 저자들은 고린도후서에 나타난 바울의 파편화된 문장과 방어적 태도를 '영웅적 사도'의 위풍당당함이 아닌, 깊은 상처를 입은 한 인간의 '트라우마 반응'으로 짚어낸다. ..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말씀: 렘브란트의 '감옥 속의 바울'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맴도는 듯한 어두운 옥실, 우리의 시선은 점차 짙은 어둠을 뚫고 한가운데 앉아 있는 노년의 사도에게로 향합니다.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라 불리는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이 그린 '감옥 속의 바울'입니다. 놀랍게도 이 깊고 묵직한 작품은 렘브란트가 불과 21세였던 1627년에 완성한 초기작입니다. 혈기 왕성한 청년 화가라면 으레 외적이고 극적인 사건에 마음을 빼앗기기 마련이지만, 청년 렘브란트의 시선은 이미 인간의 깊은 심연과 영적인 내면을 향해 있었습니다. 평생토록 성경을 깊이 묵상하며 수많은 종교화를 남긴 그는, 젊은 시절부터 고난 속에 담긴 은혜의 신비를 화폭에 담아낼 줄 아는 탁월한 영성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림 앞에 서면 ..
거짓이 지배하는 시대, 진리를 향한 십자가의 저항
《트루스 앤 트리슨(Truth & Treason)》 나치 정권의 거짓에 맞서 진실을 외치다 17세에 처형당한 헬무트 휘베너의 실화를 다룬 영화 '트루스 앤 트리슨'. 국가 폭력과 종교 제도의 타협 속에서도 신앙의 본질인 이웃 사랑과 진리를 지켜낸 한 소년의 숭고한 용기를 조명한다. Director: 맷 휘태커 (Matt Whitaker) Writer: 맷 휘태커, 에단 빈센트 (Matt Whitaker, Ethan Vincent) 1941년, 나치 치하의 독일 함부르크. 16세 소년 헬무트 휘베너는 자신의 신앙 공동체가 나치의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 타협하는 뼈아픈 현실을 목도한다. 교회의 보호를 명목으로 내걸린 '유대인 출입 금지' 팻말은 유대계 교인 살로몬을 수용소로 내몰고, 헬무트는 제도의 비겁함에..
능력주의의 환상을 넘어, 은혜와 헌신의 정상으로 향하는 순례의 길
두 번째 산 (The Second Mountain)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은 현대 사회의 초개인주의가 낳은 공허함을 진단하고, 자아를 비우고 타인에게 헌신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의 의미가 시작됨을 역설하는 인문학적 성찰서입니다. 세속적 성취 너머에 있는 관계와 소명의 가치를 탐구하며, 고독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영적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첫 번째 산'을 오르라고 강요합니다. 이 산은 세속적인 성공, 명성, 그리고 자아의 독립성을 쟁취하는 능력주의의 정점입니다. 그러나 브룩스는 이 산의 정상에 서거나 혹은 그 등반에서 추락할 때 피할 수 없는 '고통의 계곡'을 맞이하게 된다고 진단합니다. 이 계곡은 영혼의 어두운 밤이자, 동시에 자아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거..
어둠 속에서 빛나는 영원의 위로, '별이 빛나는 밤'
프랑스 남부 생레미의 한 정신 요양원, 깊은 밤이 찾아오면 한 남자가 비좁은 창살 너머의 하늘을 조용히 응시합니다. 극심한 발작과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독, 철저한 실패감 속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눈부시게 박동하며 굽이치는, 창조주의 장엄한 우주였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붓을 든 그는 캔버스 위에 깊고 푸른 밤하늘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걸작, 은 그렇게 가장 처절한 절망의 자리에서 탄생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고흐는 탄광촌 벨기에 보리나주에서 광부들의 상처를 싸매며 평신도 설교자로 헌신했던, 누구보다 뜨거운 신앙을 품은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외면하는 제도권 교회의 차갑고 위선적인 모습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후 그..
전 재산을 드린 여인과 화려한 종교인, 다 코스타의 '과부의 헌금'
19세기, 화려한 영웅들의 장엄한 서사와 승리의 역사가 예술계를 주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두가 더 크고 웅장한 이야기를 화폭에 담기 위해 경쟁할 때, 브라질을 대표하는 신고전주의 화가 주앙 제페리노 다 코스타(João Zeferino da Costa)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의 엄격한 훈련을 거쳐 로마로 유학을 떠난 그는, 세상이 열광하는 영웅주의의 이면을 지나 성경 속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의 조용한 삶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1876년에 완성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마치 2천 년 전 예루살렘 성전의 한가운데로 조용히 걸어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림은 한 편의 정교한 연극 무대 같습니다. 화가는 이국적이면서도 지극히 사실적인 붓터치로 성전의 풍경을..
징크스가 된 신앙을 넘어, 말씀의 초장 위에서 누리는 자유의 왈츠
나의 선택과 하나님의 뜻 -이재욱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다가 길을 잃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명쾌한 신앙 나침반이다. 이재욱 목사는 성경적 원리에 기반하여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인간의 책임 있는 선택 사이의 균형을 탁월하게 짚어내며 참된 자유를 선포한다. 이 책은 단순한 신앙 에세이가 아니라, 성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신학 서적이다.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목회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인 '무엇이 하나님의 뜻입니까?'라는 질문의 오류를 해체한다. 독자들은 보통 직업, 결혼, 이사와 같은 일상의 선택지 앞에서 '숨겨진 하나님의 단일한 뜻'을 찾으려 고군분투하지만, 저자는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은 이미 거룩함, 사랑, 공의라는 형태로 명확하게 계시되어 있음을 논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