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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영성이다 (You Are What You Love)

OCJ|2026. 5. 30. 04:28

습관이 영성이다 (You Are What You Love)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 어떻게 우리의 영적 지향성을 결정하는지 분석하며, 일상 속 영성 형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예배하는 존재'다: 데카르트적 환상을 깨는 일상 예전의 회복

제임스 K.A. 스미스의 『습관이 영성이다』는 영성 형성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일상의 습관과 예전을 통해 이루어짐을 역설하는 책이다. 현대 문화가 우리의 욕망을 주조하는 '세속적 예전'임을 폭로하며, 참된 제자도는 기독교적 실천의 반복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하나님 나라로 재조정하는 것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Release: 2018-04-25

저자는 데카르트의 '인지주의적 인간관(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을 비판하며, 아우구스티누스의 통찰을 따라 인간을 무언가를 갈망하고 '사랑하는 존재(Homo Adorans)'로 재정의한다. 대형 쇼핑몰과 스포츠 경기장 같은 현대 사회의 인프라가 실은 우리의 욕망을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세속적 예전(Secular Liturgies)'임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기독교는 지식을 주입하는 제자 훈련을 넘어, 역사적인 기독교 예배의 실천과 예전(Liturgy)을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의 습관을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개인의 내면을 넘어 가정, 기독교 교육, 그리고 세상을 향한 소명의 자리에서 어떻게 '거룩한 습관'을 형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끝을 맺는다.

[데카르트의 망령을 넘어서: 호모 아도란스(Homo Adorans)의 귀환]
현대 기독교는 오랫동안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철학적 명제에 무의식적으로 지배당해 왔다. 제임스 K.A. 스미스는 『습관이 영성이다』를 통해 기독교 영성 형성의 위기가 바로 이 '인지주의적 인간관'에서 비롯되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1.2.2]. 우리는 인간을 '막대기 위에 달린 뇌(brain on a stick)'로 취급하며, 올바른 교리와 성경적 지식을 주입하기만 하면 삶이 변화될 것이라는 순진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지적인 동의가 곧바로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매일의 실패를 통해 경험한다. 스미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통찰을 빌려, 인간은 본질적으로 '생각하는 존재(Homo Sapiens)'가 아니라 '예배하는 존재(Homo Adorans)', 즉 '사랑하는 존재'라고 선언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은 우리가 머리로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무엇을 가장 깊이 갈망하고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다.

 

영적 성숙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우리의 무질서한 사랑을 하나님 나라를 향하도록 재조정(re-calibration)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현대 교회의 제자 훈련이 왜 지성의 영역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전인격적이고 신체적인 '형성(formation)'의 과정으로 전환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세속적 예전(Secular Liturgies): 우리의 욕망을 주조하는 보이지 않는 손]
스미스의 분석 중 가장 탁월한 지점은 세속 사회가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의 사랑과 욕망을 특정 방향으로 형성하려는 '문화적 예전(cultural liturgies)'의 장이라고 폭로하는 데 있다. 그는 대형 쇼핑몰을 현대의 성전으로, 소비 지상주의를 종교적 의례로 묘사하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상의 습관들이 어떻게 세속적 가치를 내면화하는지 파헤친다. 

 

스마트폰의 끝없는 스크롤링, 성과주의에 매몰된 대학 교육, 그리고 자기 과시를 부추기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단순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철저하게 기획된 '세속적 예전'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경쟁, 소비, 자아실현이라는 거짓 복음을 사랑하게 만든다. 스미스는 이러한 문화적 예전들이 '두터운 실천(thick practices)'으로 작용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빚어낸다고 경고한다. 

 

기독교인이 주일의 한 시간 예배를 통해 '얇은(thin)' 영적 지식을 얻는 동안, 나머지 일주일 내내 세상의 두터운 예전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면, 그들의 영혼은 필연적으로 세상의 형상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왜 그토록 쉽게 세상의 조류에 휩쓸리는지, 왜 그들의 삶이 세속인들과 다를 바 없는지에 대한 가장 뼈아프고도 정확한 진단이다.

[대항 예전(Counter-Liturgy)으로서의 기독교 예배: 심장의 나침반을 고치다]
그렇다면 세속적 예전의 강력한 중력에서 벗어날 길은 무엇인가? 스미스는 그 해답을 기독교 전통의 '예배'에서 찾는다. 그는 예배를 단순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표현적 행위(expressive act)를 넘어, 하나님이 우리를 빚으시는 형성적 행위(formative act)로 재정의한다. 찬양, 참회의 기도, 말씀 선포, 성찬, 그리고 파송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예전의 순서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질서한 욕망을 치유하고 하나님 나라의 비전으로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영적 심폐소생술과 같다. 

 

특히 성찬식은 우리가 십자가의 은혜를 지성으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 몸의 감각을 통해 복음을 먹고 마시며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두터운 실천'이다. 스미스는 현대 교회가 예배를 지나치게 인지적이고 설명적인 집회로 축소시키거나,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만을 추구하는 쇼로 변질시킨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참된 기독교 예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게 하고, 세속 문화가 심어놓은 거짓 욕망을 밀어내는 거룩한 습관이다. 결국, 우리가 매주 반복하는 예배의 루틴이야말로 우리의 영성을 지키고 세상을 거스르는 가장 강력하고도 근원적인 무기인 것이다.

[가정과 세상으로 확장되는 영성: 일상을 성소로 가꾸기]
예배당 안에서 재조율된 사랑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일상과 가정, 그리고 세상 속의 소명으로 흘러가야 한다. 스미스는 『습관이 영성이다』의 후반부에서 이러한 예전적 삶이 가정과 자녀 교육, 그리고 직업 현장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모색한다. 그는 가정을 '가장 작은 교회'이자 영적 형성을 위한 일차적인 훈련소로 보며, 부모들에게 자녀의 머리에 교리를 주입하는 것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가정 내에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게 하는 '거룩한 습관'들을 정착시킬 것을 권면한다. 

 

식탁 교제, 취침 전의 기도, 이웃을 향한 환대의 실천은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자녀들의 심장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궤적을 새겨 넣는 강력한 일상 예전이다. 더 나아가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각자의 직업과 사회생활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샬롬을 구현하는 청지기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도전한다. 우리의 직업적 루틴 역시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고 이웃을 사랑하는 거룩한 예전이 될 수 있다. 일상의 반복되는 작은 습관들이 우리의 영성을 결정짓는다는 스미스의 메시지는, 평범한 일상을 영적 전쟁터이자 거룩한 성소로 바라보게 하는 놀라운 시선의 전환을 선사한다.

이 책은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지성주의적 제자도'의 한계를 정확히 짚어내는 탁월한 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기독교 영성은 단순히 성경적 세계관을 '아는' 것을 넘어, 복음의 진리를 체화하여 '사랑하게' 되는 전인격적인 과정이어야 한다. 스미스는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들이 영적 중립지대가 아니라 우리의 갈망을 빚어내는 용광로임을 경고한다.

 

현대 크리스천들은 이 책을 통해 매일 무심코 행하는 스마트폰 스크롤링이나 소비 행위가 어떻게 자신의 영적 지향성을 세속화시키는지 성찰하게 된다. 나아가 주일의 예배가 단순한 지적 동의나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세상의 거짓 예전에 대항하여 우리의 심장을 하나님 나라로 재조율하는 '가장 강력하고 두터운 훈련의 장'임을 깊이 깨닫게 해준다. 참된 변화는 의지적 결단이 아니라, 성령의 은혜 안에서 올바른 대상을 사랑하도록 우리 자신을 거룩한 습관 속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킬 때 일어남을 강력하게 역설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