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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랜드 (척 콘젤만, 캐리 솔로몬)
영화 는 미국 최대의 낙태 클리닉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에서 최연소 소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애비 존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돕는다는 굳건한 신념으로 8년 동안 2만 2천 건 이상의 낙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그녀의 삶은, 어느 날 13주 된 태아의 초음파 유도 낙태 수술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면서 송두리째 흔들린다. 화면 속에서 수술 도구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며 살려고 발버둥 치는 태아의 생생한 모습을 목격한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어떤 일에 동조해 왔는지 철저히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그녀가 겪은 충격적인 진실의 목격담이자, 생명을 파괴하던 자에서 생명을 지키는 자로 돌아서게 된 극적인 회심의 기록이다. 이 작품을 공동으로 연출하고 각..
가장 남루한 식탁에 찾아온 빛, 엠마오의 그리스도
[영혼의 미술관] 어느 낡고 허름한 19세기 프랑스 농가의 부엌,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에 따스한 빛이 은은하게 스며듭니다.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하루의 고단한 노동을 마친 두 농부가 투박한 나무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흙먼지가 잔뜩 묻은 낡은 작업복, 밭을 일구느라 마디가 굵어지고 거칠어진 손. 그들은 성경 속 거룩한 사도들이라기보다는, 당장이라도 우리 곁에서 마주칠 법한 지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루한 식탁의 한가운데, 눈부신 금빛 후광 대신 지극히 소박하고 평온한 얼굴을 한 분이 빵을 떼어 나누고 계십니다. 이 경이롭고도 따뜻한 작품은 19세기 프랑스의 자연주의 화가 레옹 오귀스탱 레르미트(Léon Augustin Lhermitte)가 그린 입니다. 평..
"그의 오직 유일한 아들(His Only Son)"
그의 오직 유일한 아들 (데이비드 헬링) 데이비드 헬링(David Helling) 감독의 2023년 작 영화 "그의 오직 유일한 아들(His Only Son)"은 창세기에 기록된 가장 강렬하고도 난해한 시험, 즉 아브라함이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3일간의 여정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엔젤 스튜디오(Angel Studios)를 통해 개봉되어 크라우드 펀딩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이 작품은, 성경 속 활자로만 존재하던 족장의 고뇌를 생생한 시각적 언어로 구현한다. 영화는 100세에 얻은 약속의 아들을 번제로 바쳐야 하는 아버지의 찢어지는 가슴과,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아브라함(니콜라스 무아와드 분)의 발걸음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통가 바바우 제도: 거대한 창조의 숨결 속에서 누리는 완전한 안식
남태평양에 숨겨진 에메랄드빛 보석남태평양의 푸른 심장, 통가(Tonga) 왕국 북부에 자리한 '바바우 제도(Vava'u Islands)'는 시간이 멈춘 듯한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입니다. 50여 개의 산호섬과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절벽이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흩뿌려져 있는 이 거대한 군도는, 마치 창조주께서 바다 위에 정성스레 수놓은 융단과도 같습니다. 수정처럼 맑은 바닷물 아래로는 화려한 산호초가 춤을 추고, '제비 동굴(Swallows' Cave)'과 같은 신비로운 해식 동굴들은 수면 위로 반사되는 빛을 머금어 경이로운 푸른빛의 향연을 만들어냅니다. 화려한 리조트나 북적이는 관광객 대신, 자연이 내어주는 순수한 소리와 풍경만이 가득한 이곳은 오세아니아가 품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비밀 중 하나입니..
십자가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
[영혼의 미술관] 미술관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한 그림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종종 예상치 못한 시선과 마주치게 됩니다. 보통의 십자가 그림이라면 으레 고통받는 예수님의 얼굴이나 상처 난 몸을 밖에서 바라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19세기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James Tissot)의 작품 앞에서는 우리의 위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관람자는 어느새 허공에 매달려 있습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화면 맨 밑바닥에 커다란 못이 박혀 피 흘리는 두 발이 간신히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파격적이고도 압도적인 구도를 탄생시킨 화가 제임스 티소의 삶은 이 그림만큼이나 극적인 반전을 품고 있습니다. 본래 그..
디지털 시대의 성소인가, 우상의 제단인가: 스크린 너머의 영성을 묻다
스마트폰이 당신을 바꾸고 있다 (12 Ways Your Phone Is Changing You) 토니 라인키의 저서 『스마트폰이 당신을 바꾸고 있다』는 현대인의 분신이 된 스마트폰이 우리의 영성, 관계, 자아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신학적으로 규명한다. 기술의 편의성 이면에 숨겨진 영적 산만함과 우상숭배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디지털 시대에 일상을 예배로 회복하기 위한 예언자적 통찰을 제공한다. Release: 2017-04-30 (한국어판: 2020-02-24) 토니 라인키는 스마트폰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12가지 방식을 치밀하게 분석하며, 기술이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음을 역설한다. 산만함에 대한 중독, 육체를 지닌 이웃에 대한 무관심, 타인의 즉각적인 인정과 '좋아요'를 향한 갈망, 깊은 문해력의 ..
영원의 시간에서 일상으로: 사형수 대니얼이 마주한 낯선 은혜와 실존의 묵상
[Drama] 렉티파이 (Rectify) 사형수로 살다 20년 만에 사회로 돌아온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은혜의 본질을 다루며 고난 가운데 임하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평안을 묵상하게 합니다. 19년 만에 사형수 독방에서 풀려난 대니얼 홀든의 사회 복귀기를 담은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 참혹한 고립의 시간을 통과한 한 인간의 내면을 통해,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낯선 평안과 은혜의 신비로운 본질을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Director: 레이 매키넌 (Ray McKinnon) Writer: 레이 매키넌 (Ray McKinnon) Release: 2013-04-22 Cast: 에이든 영, 애비게일 스펜서, J. 스미스-캐머런, 클레인 크로포드, 루크 커비 10대 시절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사형 선..
북유럽 숲속에 찾아온 은혜,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
서늘하고도 맑은 가을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합니다. 하얀 수피를 자랑하는 자작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고요한 숲속, 그 사이로 난 투박한 흙길 위에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여인은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감싸 쥐고 애통하게 울부짖고 있으며, 그 앞에는 낡은 옷을 입고 맨발로 선 한 남자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여인을 내려다봅니다. 핀란드의 화가 알베르트 에델펠트(Albert Edelfelt)가 남긴 명화, 이 우리에게 건네는 첫 장면입니다. 19세기 후반, 핀란드 미술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외광파 화가 에델펠트는 이 작품을 통해 아주 놀라운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2천 년 전 중동의 뜨거운 사막과 예루살렘의 돌길 위에서 벌어졌던 성서의 사건을, 자신이 살아가는 핀란드의 척박하고도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