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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혼의 미술관

초라한 식탁에 임한 영원한 은혜: 니콜라스 마스의 기도하는 노파

OCJ|2026. 4. 18. 04:09


어스름이 짙게 깔린 방 안, 시선을 이끄는 한 줄기 빛을 따라가면 무척이나 고요하고 경건한 장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낡고 투박한 식탁 앞, 깊게 파인 주름이 지나온 삶의 무게를 짐작게 하는 한 노파가 홀로 앉아 있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것이라곤 작은 빵 한 덩어리와 묽은 수프 한 그릇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노파는 두 손을 간절히 모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식탁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 아름답고도 먹먹한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니콜라스 마스(Nicolaes Maes)의 <기도하는 노파>입니다. 빛의 마술사라 불렸던 렘브란트의 가장 뛰어난 제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극적인 명암법(키아로스쿠로)을 왕의 대관식이나 화려한 성서의 서사시가 아닌 '평범한 서민의 소박한 일상'으로 가져왔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던 칼뱅주의적 경건주의의 영향으로, 마스는 일상의 아주 작은 단면 속에도 하나님의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에게 진정한 거룩함이란 화려한 제단 앞이 아니라, 결핍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는 가난한 자의 초라한 식탁 위에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둠을 가르는 빛, 결핍 속의 빈곤을 덮는 영적인 풍요

그림 속 명암의 극적인 대비는 단순한 미술 기법을 넘어 깊은 신학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짙은 어둠은 노파가 처한 물질적 빈곤과 늙음, 그리고 짙은 고독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화면 밖에서 스며들어 온 따스한 빛은 노파의 넓은 이마와 기도하는 두 손, 그리고 소박한 식탁 위를 찬란하게 비춥니다. 

이 빛은 세상이 바라보는 '초라함'을 하늘이 바라보는 '거룩함'으로 뒤바꾸어 놓습니다. 비록 가진 것은 빵 한 덩어리가 전부일지라도, 생명의 양식을 주신 창조주와 독대하는 이 순간만큼은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 부요한 사람입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노파의 평온한 얼굴은, 물질의 결핍이 결코 영혼의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이로운 증거입니다.

식탁 아래의 고양이, 일상의 유혹을 넘어선 거룩한 몰입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디테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식탁 아래에서 식탁보를 발톱으로 끌어당기며 기도를 방해하려는 고양이의 모습입니다. 고양이는 식탁 위의 음식을 탐내며 끊임없이 부스럭거리고 있지만, 노파는 그 작은 소란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녀의 영혼은 이미 내면의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께 온전히 주파수를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고양이는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기도를 방해하는 수많은 일상의 소음과 유혹을 상징하는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의 알림, 내일의 생계에 대한 불안, 남들과 비교하며 생겨나는 탐심 등 세상은 늘 우리의 '식탁보'를 잡아당기며 시선을 빼앗으려 합니다. 하지만 노파는 굳게 감은 두 눈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참된 기도는 주변의 소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란 속에서도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는 굳건한 몰입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작은 빵 한 덩어리에 담긴 자족의 영성

현대 사회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누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빈곤한 영혼들을 품고 살아갑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고도 남들이 가진 더 큰 빵을 쳐다보며 결핍과 박탈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노파의 소박한 기도는 깊은 찔림과 동시에 따뜻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그녀의 식탁에는 세상이 부러워할 만한 진수성찬은 없지만, 대신 영혼을 가득 채우는 '자족(自足)'과 '감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라"(빌 4:11)라고 고백했던 그 위대한 신앙의 비밀이 이 낡은 식탁 위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식탁을 돌아보며

니콜라스 마스가 그려낸 이 조용한 빛의 예배당에서 잠시 우리의 삶을 돌아보길 원합니다. 우리는 매일 주어지는 일상의 작고 평범한 은혜들 앞에서 얼마나 자주 멈추어 서서 감사의 두 손을 모으고 있습니까? 세속의 고양이들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힐 때, 흔들림 없이 하늘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영적인 닻을 내리고 있는지요.

오늘 하루, 크고 화려한 응답을 구하는 기도를 잠시 멈추고, 내게 주어진 가장 작고 당연해 보이는 것들을 위해 감사해 보면 어떨까요. 아주 작은 것에서도 족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의 마음에, 마침내 하나님이 비추시는 가장 따뜻하고 영광스러운 은혜의 빛이 임할 것입니다. 노파의 초라한 식탁을 영원한 영광의 자리로 바꾸어 놓았던 그 빛이, 오늘 여러분의 일상 위에도 충만히 깃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