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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잊힌 상처의 복원,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참된 '정명(正名)'을 향한 여정

OCJ|2026. 4. 15. 05:22

[Movie] | 내 이름은

정지영 감독의 2026년 신작 영화 <내 이름은>은 제주 4·3 사건의 트라우마로 기억을 잃고 살아온 어머니 정순과 자신의 이름을 부끄러워하는 아들 영옥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다룬다. 폭력의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개인의 이름과 정체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묵직하게 조명한 수작이다.

 


Director: 정지영
Writer: 김성현
Release: 2026-04-15
Cast: 염혜란, 신우빈, 박지빈, 최준우

1998년 제주. 18세 소년 영옥은 촌스러운 여자 이름 때문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겪는다. 서울에서 전학 온 쌈짱 경태의 폭력적인 통제 아래 학급은 살얼음판이 되고 영옥은 무기력하게 방관한다. 한편, 8살 이전의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바람 부는 날이면 해리성 발작을 일으키는 어머니 정순은 의사의 도움으로 과거 1949년 제주 4·3 사건 당시 겪었던 참혹한 기억의 파편을 서서히 맞추기 시작한다. 영화는 교실 내의 학교 폭력과 과거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를 병치시키며, 상실된 자신의 진짜 '이름'과 역사의 '정명(正名)'을 찾아가는 모자의 궤적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폭력의 굴레와 망각된 시간: 상처를 대면하는 신앙의 용기]


영화 <내 이름은>의 중심축을 이루는 어머니 정순의 트라우마는 인간의 연약함과 죄의 결과가 얼마나 깊은 상흔을 남기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949년 4·3 사건의 참혹한 기억을 스스로 봉인한 채 8살 이전의 과거를 완벽한 백지로 만들어버린 그녀의 삶은, 극한의 고통을 외면함으로써 간신히 생존하려 했던 우리 인간의 연약한 방어기제를 처절하게 대변한다. 특히 바람이 강하게 불고 햇빛이 찬란한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해리 증상과 발작은, 내면 깊은 곳에 억압된 상처가 결코 단순한 시간의 흐름만으로는 소멸되거나 아물지 않음을 명백히 증명한다.

 

기독교 상담학과 영성 신학에서는 내면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바로 그 고통의 뿌리를 용기 있게 직면하고, 숨겨진 어둠을 십자가의 빛 아래로 온전히 가져오는 작업이라고 가르친다. 정순이 주변의 만류와 두려움을 이겨내고 의사의 도움을 받아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을 고통스럽게 조립해 나가는 이 치열한 과정은, 영적 회복을 위해 우리 내면의 깊은 죄악과 억울하게 당한 불의를 하나님 앞에 남김없이 토로하는 철저한 애통의 과정과 완벽하게 궤를 같이한다. 진정한 치유와 평화는 결코 거짓된 회피나 망각의 장막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피 흘리는 진실을 향해 과감히 눈을 뜨고 그 상처 위에서 온전한 하나님의 긍휼과 위로를 구하는 데서 비롯됨을 이 영화는 묵직하고도 강력한 화법으로 웅변하고 있다.

[이름을 찾는다는 것: 하나님이 부여하신 정체성의 회복]


'이름'이라는 모티프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메타퍼이자 가장 중요한 신학적 단초를 제공한다. 아들 영옥은 촌스럽고 여성스러운 자신의 이름에 극심한 콤플렉스를 느끼며, 학교 폭력의 가해자인 경태의 억압 앞에서 무기력하게 스스로의 자아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그의 어머니 정순 역시 1949년의 역사적 참극 속에서 자신이 진정 누구였는지를 철저히 잃어버린 채, 남의 이름으로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왔다. 

 

성경적 관점에서 이름은 단순한 식별을 위한 호칭을 넘어 한 인격체의 본질, 존재의 가치,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고유한 부르심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열국의 아비인 아브라함으로, 속이는 자 야곱을 이스라엘로 바꾸어 부르셨듯, 누군가의 참된 이름을 짓고 부른다는 것은 그 존재를 온전히 인식하고 생명력 있는 관계를 맺는 구속사적 행위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제주 4·3 사건이 여전히 온전한 역사적 이름(정명, 正名)을 얻지 못한 채 단지 '사건'으로만 불리고 있는 서글픈 현실은, 영옥과 정순이 겪는 존재론적 상실과 절묘하게 병치된다. 

 

이 작품은 결국 타인의 억압이나 폭력적인 세상에 의해 강제로 주입되고 왜곡된 정체성을 단호히 벗어던지고, 하나님께서 태초에 각 사람에게 부여하신 고귀하고 존엄한 본연의 자아를 되찾는 구속의 여정을 눈물겹게 그려낸다. 크리스천 관객들은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두 모자의 발걸음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일깨워주시는 창조주의 따뜻한 음성과 구원의 초대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 악과 교실의 축소판: 십자가가 가리키는 평화의 길]


정지영 감독은 1949년 제주에 가해졌던 거대한 국가 폭력의 메커니즘을 1998년 어느 고등학교 교실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의 축소판을 통해 현재적 시점으로 날카롭게 소환해 낸다. 서울에서 전학 온 경태라는 인물이 물리적 힘과 교묘한 공포를 조장하여 단숨에 학급 전체를 장악하고, 영옥을 비롯한 다수의 학생들이 그 폭력에 무기력하게 편승하거나 살얼음판 같은 침묵을 지키는 모습은 과거 제주도민들이 일방적으로 감당해야만 했던 억압과 학살의 구조적 생리를 상징적으로 폭로한다. 

 

이는 인간 집단과 사회 내면에 깊숙이 뿌리내린 원죄적 권력욕과 타락한 폭력성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떻게 가장 나약한 자들을 무참히 짓밟는지를 고발하는 장치다. 기독교 윤리는 이러한 세상의 악한 폭력 시스템 앞에서 결코 비겁하게 타협하거나 방관하지 않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하는 로마 제국의 방식에 동조하지 않으시고, 스스로 십자가의 흠 없는 희생제물이 되심으로써 악의 질긴 고리를 영원히 끊어내는 참된 평화를 보여주셨다. 

 

영옥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되찾으며 비겁했던 과거의 방관과 침묵을 깨고 마침내 일어서는 결정적 순간은, 오늘날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구조적 악과 불의에 맞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준엄한 도덕적 결단을 촉구한다. 거짓에 굴복하지 않는 진실된 연대와 자기희생만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영화는 아프지만 명확하게 선포하고 있다.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의 시선: 역사적 아픔을 품는 교회의 역할]


마지막으로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OCJ)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영화 <내 이름은>은 단순히 한국 현대사의 특정한 비극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유사한 억압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향한 보편적인 위로의 메시지로 확장된다. 특별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오세아니아 지역의 크리스천들에게 이 작품은, 호주 원주민들이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s)'의 쓰라린 아픔이나 남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제국주의적 식민 지배의 상흔을 뼈저리게 반추하게 만든다. 

 

이처럼 거대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험난한 과정에서 오늘날 교회가 감당해야 할 화해자의 사명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무참히 짓밟히고 아파하는 이들과 곁에서 함께 울어주며, 권력에 의해 철저히 은폐되고 묻혀진 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그들의 상처가 십자가의 은혜 안에서 온전한 이름과 존엄을 되찾을 수 있도록 든든한 영적 안전망이 되어주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정순과 영옥의 오랜 아픔이 서로 얽히며 마침내 찬란한 진실의 빛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듯, 우리 시대의 교회 역시 이 땅의 무수한 상처를 깊이 품어 안고 그리스도의 구속하시는 사랑 안에서 화해와 회복의 매개자로 바로 서야 한다. 이 묵직한 작품은 현대 교회를 향해 묻고 있다. 당신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는 방관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의 이름표를 달아주는 치유자로 나설 것인가.


영화 <내 이름은>은 단순한 역사적 비극의 재현을 넘어, '기억의 회복'과 '이름의 참된 의미'라는 신학적 주제를 던진다. 성경에서 이름은 존재의 본질이며,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관계를 맺는 구속사적 행위다.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정순영화를 통해 어둠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빛 가운데로 드러내는 복음의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망각과 억압의 메커니즘을 깨고 상처를 직면하는 정순의 용기는, 죄와 고통을 고백하고 십자가의 치유를 구하는 기독교적 회개의 과정과 유사하다. 또한 영옥이 겪는 학교 폭력의 구조는 인간 내면에 내재된 원죄적 폭력성을 고발하며, 구조적 악에 침묵하지 않고 '진짜 이름'을 선포하는 예언자적 사명이 오늘날 교회에 절실함을 일깨워준다.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지금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이사야 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