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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미술관] 어둠을 가르는 손가락, 그 찰나의 부르심
— 카라바조의 이 묻는 '나'의 자리 로마의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San Luigi dei Francesi) 성당, 그 안쪽 콘타렐리 채플(Contarelli Chapel)에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순례자의 발길을 붙들어 온 그림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바로크 미술의 문을 연 천재이자 문제적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1600년 작, 입니다. 이 그림은 웅장한 천국이나 화려한 기적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허름한 로마의 뒷골목 선술집 같은 어두운 방, 돈 세는 일에 골몰해 있는 세리들의 일상을 비춥니다. 오늘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소음으로 가득 찬 우리의 일상을 뚫고 들어오는 '낯선 부르심'..
[영혼의 미술관] 탕자의 귀향, 그리고 아버지의 두 손
— 렘브란트가 캔버스에 새긴 화해와 치유의 복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가 "지금까지 그려진 그림 중 가장 위대한 그림"이라고 극찬했던 작품, 바로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의 입니다.이 그림은 단순히 성경 누가복음 15장의 이야기를 재현한 삽화가 아닙니다. 화려한 명성과 부를 모두 잃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파산자가 되어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던 노년의 렘브란트가, 자신의 찢겨진 영혼을 담아 세상에 남긴 '시각적 유언'이자 '색채로 쓰인 복음서'입니다. 오늘 이 그림 앞에서 우리는 분주한 일..
굽은 등에서 피어나는 거룩한 희망
[특집: 명화와 신학] —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 이민자에게 건네는 위로 이민의 짐을 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익숙했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낯선 공항에 내렸을 때 느껴지는 그 서늘한 공기를. 언어는 들리지 않고, 간판은 읽히지 않으며,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길 없는 막막함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잠재적 '이삭 줍는 자'가 된다. 주류 사회가 차려놓은 풍성한 식탁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들이 먹고 남긴 부스러기라도 줍기 위해 가장자리를 서성여야 했던 기억. 그 기억을 가진 우리에게 장 프랑수아 밀레의 1857년 작 은 단순한 명화 이상의 전율로 다가온다.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존엄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걸린 이 그림은 언뜻 보기에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