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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우리와 그들의 경계는 없습니다" — 가장 낮은 자들의 이웃이 된 웨이사이드 채플의 존 오웬(Jon Owen) 목사
호주 시드니의 심장부이자 화려함과 어두움이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킹스크로스(Kings Cross). 이 거리 한복판에는 1964년부터 상처 입은 자들의 피난처이자 영적 등대 역할을 해온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 사회 정의와 빈민 사역의 상징인 '웨이사이드 채플(Wayside Chapel)'입니다. 수많은 노숙인, 약물 중독자, 그리고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 온 이곳을 오늘날 이끌고 있는 인물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교회의 스타 목회자가 아닌, 스스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한 존 오웬(Jon Owen) 목사입니다.

존 오웬 목사의 배경은 다문화 이민 사회인 호주를 살아가는 우리 오세아니아 한인 크리스천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인도와 스리랑카 출신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3살 때 말레이시아에서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했습니다. 불교, 힌두교, 기독교가 혼재된 가정 환경에서 자란 그는, 대학 시절 전기 공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며 남부럽지 않은 성공의 길을 좇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강권적인 부르심은 그를 안락한 삶이 아닌,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향한 사회복지와 목회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2018년, 존경받던 전임자 그레이엄 롱(Graham Long) 목사의 뒤를 이어 치열한 검증 끝에 웨이사이드 채플의 CEO이자 담임 목사로 취임한 그는, 현재 호주 기독교계에서 긍휼 사역과 NGO 활동을 대표하는 가장 역동적인 리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삶과 신앙적 행적 (Life and Acts of Faith)
존 오웬 목사의 삶은 단순한 '구제'를 넘어선 '성육신적(Incarnational) 신앙'의 표본입니다. 그가 마이너리티를 향한 십자가의 길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캄보디아의 사창가에 갱단과 함께 직접 뛰어들어 인신매매된 소녀들을 구출해 내는 한 가톨릭 수녀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접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 거룩한 담대함에 충격을 받은 그는 자신의 평생을 소외된 이웃에게 바치기로 결단합니다.
20대 시절, 오웬 목사와 그의 아내 리사(Lisa)는 복음의 본질을 따르기 위해 스스로 '자발적 빈곤'을 서원했습니다. 이들은 국제 빈민 구호 단체인 'UNOH(Urban Neighbours of Hope)'에 합류하여 무려 20년 동안 호주 빈곤선(poverty line) 아래의 혹독한 삶을 살았습니다. 특히 시드니 서부의 마운트 드루잇(Mount Druitt)과 멜버른의 빈민촌에 거주하며, 망명을 요청하는 난민, 출소자, 그리고 중독에서 회복 중인 자들을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해 함께 살았습니다.
자신의 가정을 개방해 상처 입은 자들의 피난처로 삼은 그의 행적은, 안전과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참된 제자도(Discipleship)가 무엇인지 묵직한 도전을 던집니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회복지사로서 평생을 헌신해 온 그는, 2022년 호주 연합교회(Uniting Church)에서 정식으로 목사 안수를 받으며 자신의 현장 경험과 신학적 성찰을 교회의 공적인 사역으로 아름답게 융합해 냈습니다.
존 오웬 목사가 이끄는 웨이사이드 채플은 매주 140명의 헌신적인 직원과 6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동역하는 시드니 최대의 사회 선교 공동체이자 NGO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곳은 노숙인들에게 단순히 무료 식사와 쉼터, 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것은 철저히 고립된 그들에게 '가족'과 '공동체'를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그의 사역 철학은 웨이사이드 채플의 핵심 모토인 “사랑이 미움을 이긴다(Love over Hate)”와 “'우리'와 '그들'의 경계가 없는 공동체(Creating a community of no 'us and them')”로 요약됩니다. 귀걸이를 하고, 기타를 치며, 특유의 유쾌하고 따뜻한 유머 감각으로 무장한 그는, 권위적인 종교인의 틀을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킹스크로스와 본다이(Bondi) 해변의 거리에서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을 매일 만나지만, 그는 그들에게 어떤 도덕적 잣대나 정죄의 시선도 들이대지 않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범죄자와 중독자들이 웨이사이드 채플의 무조건적인 환대를 통해 삶의 목적을 되찾고 사회로 건강하게 복귀하는 놀라운 생명의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존 오웬 목사의 삶과 사역은 오늘날 호주 한인 교회를 비롯한 현대의 모든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깊은 영적 도전을 줍니다.
1. "사람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만나야 할 인격입니다(People are not problems to be solved, they are people to be met)."
우리는 구제나 선교를 할 때 종종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사역의 대상'이나 '프로젝트'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그러나 오웬 목사는 가난하고 상처 입은 자들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들을 통제하거나 고치려 하기보다, 먼저 그들의 고통에 주파수를 맞추고 진실하게 만나는 것이 긍휼 사역의 출발점임을 가르쳐 줍니다.
2. '우리와 그들'의 경계 허물기 (Deconstructing Us vs. Them)
우리는 무의식중에 안전한 교회 안의 '우리'와, 세상 밖의 '그들(가난한 자, 실패자)'을 선 긋고 구분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이 모든 차별의 담을 허물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영적 우월감에서 벗어나, 그들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우는 성육신적 삶이 곧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신앙입니다.
3. 가면을 벗은 참된 자아(Authenticity)로 나아가기
그는 "종교적으로 꾸며진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짜 모습(Real self)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대하라"고 역설합니다. 우리의 연약함과 상처를 투명하게 인정할 때, 비로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복음의 다리가 놓이게 됩니다.
안전하고 풍요로워 보이는 현대 호주 사회 이면에는, 극심한 생활고와 트라우마, 중독으로 점철된 짙은 소외의 그늘이 존재합니다. 그 가장 어두운 틈바구니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 스스로 따뜻한 모닥불이 된 존 오웬 목사의 삶은, 복음이 단순히 머릿속 교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생명력임을 실증합니다. 개인주의와 성공주의가 만연한 이 척박한 시대에, "우리와 그들의 경계는 없다"는 그의 호소는 다시금 우리의 굳은 마음을 깨우고 십자가의 참된 사랑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태복음 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