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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에티오피아의 성녀, 캐서린 햄린(Dr. Catherine Hamlin): 상처 입은 자들의 어머니가 된 호주의 고귀한 손길
서론: 에티오피아의 성녀, 호주가 낳은 위대한 크리스천
현대 사회는 종종 화려한 성공과 개인의 성취를 칭송하지만, 기독교의 위대한 역사는 언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한 이들의 묵묵한 발걸음을 통해 쓰여왔습니다. 호주가 낳은 세계적인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위대한 인도주의자, 고(故) 캐서린 햄린 박사(Dr. Catherine Hamlin AC, 1924-2020)의 삶이 바로 그러합니다.

2020년 96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까지, 그녀는 에티오피아에서 무려 6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현대판 나병 환자'라 불리던 여성들의 상처를 싸맸습니다. 자기 PR과 성공 지상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오세아니아와 호주 땅을 살아가는 우리 한인 크리스천들에게 그녀의 생애는 신앙이 어떻게 한 인간을 가장 완전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도구로 빚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눈부신 이정표가 됩니다.
신앙의 여정과 핵심 가치: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캐서린 햄린의 초인적인 헌신은 단순한 인간애를 넘어선, 깊은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호주 시드니의 독실한 성공회(Anglican)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남편인 고(故) 레그 햄린(Dr. Reg Hamlin) 박사와 함께 성경의 한 구절을 평생의 푯대로 삼았습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는 화려한 수식어나 전통적인 '선교사'라는 호칭을 훈장처럼 여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직업적 소명을 통해 신앙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의미의 선교 사역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환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그들이 저의 삶을 통해 제가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매일 마주하는 끔찍한 고통과 비극 앞에서 신앙의 회의를 느끼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자신의 자서전 『강물 옆의 병원(The Hospital by the River)』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례들이 제 믿음을 시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말씀드리건대, 오히려 제 믿음은 더욱 강해졌고, 제 영혼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신 예수님께 더욱 단단히 닻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신앙은 강단 위의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수술실의 피와 땀, 그리고 버림받은 여성들의 손을 잡아주는 침묵의 위로로 완성되었습니다.
실천적 영향력: 7만 명의 여성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기적의 병원'
1959년, 햄린 부부는 조산사 양성을 위해 3년의 계약으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들은 '산과적 누공(Obstetric Fistula)'이라는 끔찍한 출산 후유증으로 인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남편과 마을로부터 쫓겨난 수많은 어린 여성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안락한 호주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부부는 이들을 치료하는 데 남은 평생을 바치기로 결단합니다.
1974년, 그들은 세계 최초의 누공 전문 병원인 '아디스아바바 누공 병원(Addis Ababa Fistula Hospital)'을 설립했습니다. 캐서린 햄린 박사의 헌신적인 손길을 통해 무려 7만 명이 넘는 에티오피아 여성들이 무료 수술을 받고 잃어버렸던 건강과 존엄성을 되찾았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그녀는 두 차례나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호주 최고 영예 훈장(Companion of the Order of Australia, AC)을 수훈했고,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명예 시민권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호칭은 환자들이 그녀를 부르던 애칭, 즉 '어머니'를 뜻하는 에티오피아어 '에마예(Emaye)'였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절망의 끝에 선 여성들에게 새 생명을 잉태케 한 진정한 영적 어머니였습니다.
현대 크리스천을 위한 교훈: 복음의 본질을 살아내는 삶
오늘날 오세아니아와 호주에서 살아가는 우리 OCJ 독자들과 크리스천들에게, 캐서린 햄린 박사의 삶은 묵직한 영적 도전을 던져줍니다.
- 성육신적 사랑의 실천: 그녀는 호주에서의 보장된 성공과 안락함을 포기하고 고통받는 이들 곁으로 기꺼이 내려갔습니다. 우리의 신앙 역시 편안한 교회 울타리를 넘어, 이 시대의 소외되고 상처 입은 자들을 향해 흘러가야 함을 배웁니다.
- 이름도 빛도 없는 장기적인 헌신: 단기적인 성과나 보여주기식 사역이 만연한 시대에,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묵묵히 한자리에서 가장 절망적인 이들의 오물을 닦아낸 그녀의 인내는 진정한 제자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 삶으로 증명하는 복음: 그녀는 굳이 거창한 말로 예수를 외치지 않아도, 그녀의 삶 자체가 강력한 복음의 메시지였습니다. 우리의 직업과 일상이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통로가 될 수 있는지를 그녀는 의사의 메스를 통해 증명해 냈습니다.
결론: 강물 옆의 병원, 영원히 흐르는 그리스도의 사랑
캐서린 햄린 박사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이 병원은 에티오피아의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녀는 2020년 자신이 세운 병원 부지 내의 자택에서 96세를 일기로 평안히 눈을 감았지만, 그녀가 아프리카 땅에 심어놓은 십자가 사랑의 씨앗은 여전히 수많은 생명을 살려내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강물 옆의 병원'에서 시작된 그 고귀한 사랑의 물결은, 오늘날 호주 땅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 한인 디아스포라 크리스천들의 가슴 속에도 깊은 파문을 일으킵니다. 가장 작은 자를 향한 긍휼과 눈물,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우리 곁에 있는 '지극히 작은 자'의 손을 잡아줄 차례입니다. 햄린 박사가 남긴 그 아름다운 발자취를 따라, 우리의 삶도 누군가에게 기적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 마태복음 25장 40절 (Matthew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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