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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의 하모니: 화해의 사도, Sir 더글라스 니콜스 경의 유산
분열된 시대의 화해를 설계하다

20세기 호주의 역사는 현대 국가로의 비약적인 발전과 원주민(First Nations)에 대한 체계적인 배제라는 이중적인 서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 깊은 균열의 골짜기 위에서 화해의 다리를 놓았던 인물이 바로 Sir 더글라스 랄프 니콜스(Sir Douglas Ralph Nicholls, 1906–1988)입니다. 요르타 요르타(Yorta Yorta) 부족의 후손이자 신실한 크리스천, 천재적인 운동선수였던 그는 호주 최초의 원주민 주지사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차별의 벽을 허물고 인권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는 복음의 능력으로 인종 간의 하모니를 꿈꿨던 '사회복음의 선구자'였습니다. 오세아니아의 성도들이 기억해야 할 그의 삶과 신앙적 통찰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스포츠를 통한 존엄의 증명: '플라잉 아보(Flying Abo)'의 도약
1920년대 호주 사회에서 원주민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니콜스는 신체적 탁월함이 백인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통행증'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 차별을 실력으로 넘어서다: 1927년 칼튼 축구 클럽(Carlton FC)은 그가 '냄새가 난다'는 인종차별적 이유로 입단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다른 팀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고, 결국 1935년 빅토리아주 대표 선수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 가시성을 확보하다: 단거리 육상과 권투, 호주풋볼(AFL)을 종횡무진하며 그는 '플라잉 아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비록 그 별명에는 시대적 편견이 섞여 있었으나, 그는 실력으로 대중의 존경을 이끌어내며 원주민도 국가의 일원임을 당당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피츠로이의 목자: 고어 스트리트의 사회복음
니콜스의 삶에 가장 큰 전환점은 1932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찾아온 회심이었습니다. 노스코드 그리스도의 교회(Northcote Church of Christ)에서 세례를 받은 그는 1945년 목사 안수를 받고 멜버른 피츠로이 지역에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목회는 단순히 강단 위의 설교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도심 슬럼가에서 고통받는 원주민 가족들을 위해 음식과 의복, 법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삶의 선교'를 실천했습니다.
"흰 건반만으로도 어느 정도 곡을 연주할 수 있고, 검은 건반만으로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하모니(Harmony)를 위해서는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을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
니콜스가 남긴 이 유명한 '피아노 비유'는 그의 화해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이는 원주민이 백인 문화에 흡수되어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독특함을 유지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통찰이었습니다.
정치적 각성과 1967년의 승리
그는 신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정치적 정의 실현에도 앞장섰습니다. 특히 1967년 호주 헌법 수정을 위한 국민투표(Referendum) 당시, 그는 전국적인 'Yes' 캠페인을 주도했습니다. 이 투표를 통해 원주민은 비로소 인구 조사에 포함되었고, 연방 정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후 1976년, 그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지사로 임명되었습니다. 이는 호주 역사상 원주민으로서는 최초의 고위직 진출이었으며, 인종적 편견을 기도로 이겨낸 신앙적 승리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화해자'를 향하여
서 더글라스 니콜스 경의 유산은 오늘날 우리에게 중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이웃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으며, 깨어진 세상 속에서 화해의 도구로 쓰임 받고 있습니까?
그는 복음이 개인의 구원을 넘어 사회적 불의를 바로잡고, 소외된 자들에게 존엄성을 회복시켜 주는 강력한 힘임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오세아니아 한인 크리스천들도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인종과 계층 사이에서 '하모니를 만드는 건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고(아모스 5:24),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하나임을 선포하는 삶이 그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복음적 과제입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라디아서 3:28, 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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