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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인물 포커스] 불교도에서 복음의 수호자로: 세계 성공회 지형을 재편하는 카니슈카 라펠 대주교

시드니 교구의 역사적 전환점
2021년 5월 28일, 카니슈카 라펠(Kanishka Raffel)이 제12대 시드니 성공회 대주교로 취임한 사건은 185년 시드니 교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1836년 윌리엄 브로튼 주교 이래로 앵글로-켈트 계통의 유럽계 리더십이 주도해온 시드니 교구에서, 스리랑카 불교 집안 출신의 이민자가 최고 수장으로 선출된 것은 인구통계학적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라펠 대주교는 단순한 이주민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는 개혁주의 복음주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확고한 변증가이며, 성경의 절대적 권위와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선포하는 전도자입니다. 서구 사회의 급격한 세속화와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신학적 균열 속에서, 그는 로컬 교구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성공회의 구조를 재편하는 '지정학적 설계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팔정도(八正道)에서 은혜의 복음으로: 회심의 해부학
라펠 대주교의 신학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극적인 회심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1964년 런던에서 스리랑카계 부모 아래 태어난 그는 엄격한 상좌부 불교(Theravada Buddhism) 전통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공덕(Karma)을 쌓아 죽은 자에게 전달하는 불교적 가치관에 헌신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라펠 역시 청년 시절 감정과 욕망을 완벽히 통제하여 고통에서 해방되려는 불교적 구원론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전환점은 시드니 대학교 법대 재학 시절 찾아왔습니다. 기독교 친구들의 '비치 미션(Beach Mission)'에 동참했던 그는, 정형화된 의식이 아닌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대화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께 내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렸다(Lost control)"는 친구의 고백은, 평생 '자기 통제'를 수행의 목표로 삼았던 불교도 라펠의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그는 요한복음을 읽으며 역사적 예수의 실재성과 그가 선포하는 권위에 압도되었습니다. 특히 요한복음 6장 44절("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시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으니")은 그가 가졌던 업보(Karma)의 굴레를 끊고, 창세 전부터 계획된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를 깨닫게 했습니다. 이 회심의 경험은 그를 철저한 개혁주의 신학자로 정립시켰습니다.
'우는 대주교': 진리와 긍휼의 조화
라펠 대주교는 동료들 사이에서 '우는 대주교(The Weeping Archbishop)'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는 감상주의적 눈물이 아니라,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애통함과 죄의 깊이에 대한 영적 고통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는 마틴 루터의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 교리를 교회가 서고 넘어지는 핵심 기둥으로 간주하며, 인간의 공로나 제도가 구원의 매개체가 되는 모든 시도를 단호히 배격합니다.
동시에 그는 복음의 공공성을 강조합니다. 시드니 대성당 주임사제(Dean) 시절, 그는 노숙자들을 위한 사역을 주도하며 도시의 소외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그에게 사회 정의와 복음 전도는 분리된 것이 아니나, 그 우선순위는 명확합니다. 그는 "시드니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라고 선포하며, 교구의 모든 자원을 영혼 구원과 제자 삼는 사역에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세속 국가와의 충돌과 거룩한 불복종
최근 라펠 대주교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의 '전환 치료 금지법(Conversion Practices Ban)'과 관련하여 국가 권력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는 강압적인 치료에는 반대하지만, 성경적 성 윤리를 가르치거나 자발적으로 기도를 요청하는 이들을 돕는 행위까지 범죄화하려는 국가의 시도를 '종교적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규정했습니다.
2025년 시드니 교구 의회(Synod)에서 그는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해야 한다"며, 성경적 진리를 가르치고 기도한다는 이유로 처벌받게 될 사제들을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세속화된 현대 사회에서 교회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세계 성공회의 재편: 캔터베리를 넘어 아부자로
글로벌 차원에서 라펠 대주교의 가장 큰 업적은 성경적 권위를 저버린 캔터베리 대주교 중심의 구조에서 이탈하여, 복음주의 성공회 연합인 가프콘(GAFCON)과 글로벌 사우스 성공회 협의회(GSFA)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질서를 설계한 것입니다.
2025년 시드니 컨클레이브와 2026년 나이지리아 아부자 회의를 통해, 그는 영국 성공회의 신학적 타협에 맞서 '글로벌 성공회 평의회(Global Anglican Council)'를 창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서구 중심의 식민지적 교회 구조를 탈피하고, 평신도와 사제, 주교가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적이고 성경적인 새로운 교류의 장을 마련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카니슈카 라펠 대주교의 행보는 오늘날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첫째, 은혜의 절대성입니다. 자기 수행과 공덕의 종교에서 벗어나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에 붙들린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줍니다.
둘째, 복음의 배타적 유일성입니다. 다원주의 사회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타협하지 않는 담대함이 오히려 영적으로 갈급한 도시인들에게 해답이 됨을 입증합니다.
셋째, 진리를 위한 용기입니다. 국가 권력이나 시대적 흐름이 성경과 충돌할 때, 교회 지도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거룩한 불복종'과 '양떼를 향한 보호'임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도 각자의 사역지에서 라펠 대주교와 같이 진리의 체계 위에 서서, 영혼을 향해 울 줄 아는 긍휼의 마음을 품기를 소망합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시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으니 오는 그를 내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리라 (요한복음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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