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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철저히 버려 교회를 살린 참된 목자, 아름다운 퇴장의 이정표 이재철 (Lee Jae-chul) 목사

OCJ 2026. 7. 10. 04:04

현대 기독교 사회에서 대형 교회의 목회 세습과 은퇴 예우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목회 리더십의 본질과 교회 개척의 참된 의미를 삶으로 증명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주님의교회와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를 개척하고 담임했던 이재철 목사입니다.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방황하던 중 아내의 눈물 어린 기도와 일기를 통해 하나님을 깊이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1974년 기독교 출판사인 홍성사를 설립해 문서 선교에 앞장섰고, 뒤늦게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와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이재철 목사는 권력을 내려놓음과 자기 비움의 영성을 실천한 시대의 영적 스승으로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재철 목사의 신앙적 행적은 철저한 약속 이행과 비움의 연속이었습니다. 1988년 주님의교회를 개척한 그는 부임 당시 10년만 목회하고 떠나겠다는 약속을 교인들에게 했습니다. 교회가 크게 부흥하고 안정기를 맞이한 1998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약속대로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나 스위스 제네바 한인교회로 향했습니다.

이후 2005년,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의 초대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됩니다. 그는 13년 4개월 동안 출석 교인 1만 3천 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으나, 그의 시선은 늘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이재철 목사의 신앙이 가장 찬란하게 빛난 순간은 바로 그의 은퇴식이었습니다. 2018년 11월 추수감사주일, 그는 일체의 은퇴 예우금이나 전별금을 거절했고 흔한 이취임식 행사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별 설교에서 교인들에게 자신을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히 버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후임 목회자들과 교회가 새로운 은혜의 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인물인 자신이 완전히 지워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설교 직후 그는 경상남도 거창군 웅양면의 산중턱, 평당 10만 원짜리 땅을 찾아 지은 소박한 집으로 밤늦게 낙향했습니다. 은퇴 후에는 자신을 향한 교회의 시선을 끊고, 80여 명의 산골 마을 주민들을 섬기며 생의 마지막 사도행전 29장을 써 내려가겠다는 신앙적 결단이었습니다.

이재철 목사의 실천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기독교 목회 리더십에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그는 목회 세습과 1인 집중형 리더십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100주년기념교회에 영성, 목회, 교회학교, 대외업무를 분담하는 4인 공동 담임목회 제도를 도입하고 떠났습니다. 이는 특정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교회의 머리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임을 제도적으로 확립한 혁신적인 사례입니다.

둘째,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성역화하여 한국 기독교의 역사적 뿌리를 보존하고 신앙의 유산을 후대에 전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셋째, 그가 저술한 새신자반, 성숙자반 등의 교재와 요한복음, 사도행전 강해 설교집은 깊은 통찰과 복음의 본질을 꿰뚫는 메시지로 수많은 한인 교회에서 필수적인 신앙 훈련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성도들과 목회자들은 이재철 목사의 삶에서 버림의 영성을 배워야 합니다. 그는 낡은 부대를 거침없이 버려야 새 포도주를 담고 새 부대를 지닐 수 있다는 성경적 진리를 고별 설교를 통해 몸소 실천했습니다. 우리가 쥐고 있는 기득권, 과거의 영광, 인간적인 애착을 십자가 앞에 철저히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새로운 차원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빚진 자의 정체성입니다. 이재철 목사는 모든 인간은 빚을 지고 태어나 빚을 갚으며 세상을 떠나는 빚쟁이 인생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거창의 작은 산골 마을 주민들을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빚 갚으라고 붙여주신 이웃으로 여기며 남은 생을 헌신하는 그의 모습은, 성공과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참된 그리스도인의 목적지가 어디여야 하는지를 명확히 가르쳐 줍니다.

이재철 목사는 목회자란 배 밑바닥에서 노를 젓는 주님의 종(휘페르테스)이요,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건 증인(마르튀스)이어야 함을 삶의 마지막 퇴장 순간까지 증명해 냈습니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산골로 숨어든 그의 빈손은 역설적으로 가장 크고 무거운 영적 유산이 되어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오세아니아의 모든 크리스천과 사역자들이 그의 삶을 거울삼아, 나의 이름은 지워지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 남게 하는 거룩한 자기 비움의 여정에 동참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니라 (요한복음 3장 3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