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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정상을 넘어, 타인과 맞닿은 헌신의 봉우리로

OCJ|2026. 6. 20. 04:31

두 번째 산 Release: 2020-09-24  / 자아 실현이라는 첫 번째 산을 넘어 타인을 향한 헌신과 공동체라는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삶의 가치를 조명하여,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과 영적 성숙을 통찰력 있게 제시합니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자아 중심적 성공을 좇는 첫 번째 산의 삶이 남기는 허무를 고발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향한 헌신이라는 두 번째 산의 삶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현대의 극단적 개인주의를 비판하며, 크리스천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영적 성숙을 향한 깊은 도전을 던진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은 개인의 성취를 좇아 숨 가쁘게 정상에 올랐으나 결국 허무와 실패, 혹은 인생의 예상치 못한 위기로 인해 깊은 계곡으로 추락한 이들의 실존적 여정을 추적한다. 책의 전반부는 부와 명예, 자아실현을 갈망하는 '첫 번째 산'의 기만성을 고발하며, 개인이 맞닥뜨리는 이 실존적 고통의 골짜기가 단순한 비극이 아님을 역설한다. 후반부에 이르러 저자는 골짜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한 이들이 비로소 자아의 울타리를 넘어 소명, 결혼, 신앙, 공동체라는 네 가지 차원의 헌신을 향해 '두 번째 산'을 등반—오히려 그 부르심에 온전히 항복—하는 과정을 숭고하게 그려낸다. 이는 세속적 성공 서사에서 벗어나 영적 회복과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순례기적 구조를 띠며, 기독교의 구원 서사와 깊이 맞닿아 있다.

[첫 번째 산의 환상과 골짜기에서의 실존적 각성]


데이비드 브룩스가 명명한 '첫 번째 산'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 성공의 서사이다. 이는 자아 실현, 물질적 풍요, 사회적 인정, 그리고 개인의 자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1.1.3]. 우리는 학교와 직장, 심지어 종교 기관 안에서도 이 첫 번째 산의 정상을 향해 오르도록 훈련받는다. 그러나 브룩스는 이 산의 정상에 도달했을 때 인간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실존적 공허함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것이 전부인가?'라는 탄식은 전도서 기자가 외쳤던 '헛되고 헛되다'는 고백과 맥을 같이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첫 번째 산에서 내려오게 되는 '골짜기'의 경험이다. 질병, 이혼, 실패, 혹은 내면의 극심한 타는 목마름으로 인해 우리는 인생의 사막, 즉 골짜기로 추락한다. 세속적 기준에서는 이를 재앙이라 부르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골짜기는 자기 파괴가 아닌 자기 발견의 은혜로운 공간이다. C.S. 루이스가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확성기'라고 했듯, 브룩스 역시 골짜기에서의 처절한 고립과 해체가 비로소 타인을 향한 진정한 사랑과 헌신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영적 각성의 진원지가 됨을 역설한다. 이 골짜기에서 자아라는 좁은 감옥을 부수고 나올 때, 우리는 비로소 은혜의 빛을 발견하며 두 번째 산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두 번째 산을 오르는 동력, '자아 비움'과 네 가지 헌신]


첫 번째 산을 오르는 방식이 '자아 확장'과 '정복'이라면, 두 번째 산을 오르는 방식은 '자아 비움'과 '항복'이다. 브룩스는 두 번째 산은 우리가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부르심에 의해 온전히 '점령당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삶을 주권자이신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드리는 십자가의 여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브룩스는 이 두 번째 산을 오르는 구체적인 동력으로 네 가지 헌신—소명, 배우자, 철학과 신앙, 공동체를 제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헌신은 현대사회의 계약적 관계를 넘어선 언약적 관계를 의미한다. 계약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건부 결속이라면, 언약은 상대방의 유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무조건적인 자기 내어줌이다. 

 

브룩스 자신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은혜론과 기독교 신앙을 깊이 조명하며 고백하듯, 헌신은 우리를 자유의 박탈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된 자유와 기쁨으로 인도한다. 쾌락이 개인적이고 일시적이라면, 기쁨은 타인과의 깊은 연대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때 찾아오는 영원한 속성의 것이다. 십자가의 도를 걷는 성도들에게 이 네 가지 헌신은 단순한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에 체화해 내는 은혜의 통로가 된다.

[하이퍼 개인주의 시대,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관계주의']


이 책이 오늘날 교회와 크리스천들에게 던지는 가장 뼈아픈 도전은, 과연 우리의 신앙과 공동체가 '두 번째 산'의 본질을 제대로 담지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파편화되고 극심한 외로움과 고립의 전염병을 앓고 있다. 브룩스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과거의 억압적인 집단주의로의 회귀가 아닌, 끈끈하고 따뜻한 헌신의 그물망으로 짜인 '관계주의'를 강력하게 제안한다. 안타깝게도 현대 기독교는 종종 복음을 첫 번째 산을 오르기 위한 도구—즉 번영 신학과 개인적 축복—로 전락시키거나, 영적 자아실현의 얄팍한 수단으로 소비하도록 방조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복음은 우리를 자아 중심성의 첫 번째 산에서 끌어내려, 이웃의 고통에 깊이 동참하고 세상을 섬기는 두 번째 산으로 이끈다.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의 독자를 비롯한 모든 크리스천들은 교회가 다시금 상처 입은 자들이 모여 함께 울고 웃는 '언약적 공동체'로 거듭나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성공과 능력이 우선시되는 사회 속에서, 무능하고 상처받은 자들을 환대하며 조건 없는 이타적 사랑을 실천할 때 세상은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몸을 보게 될 것이다. 브룩스의 철학은 영적 소비자주의에 빠진 우리를 일깨우며, 이웃을 향한 숭고한 헌신이야말로 이 시대 교회가 회복해야 할 핵심 과제임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본 작품은 현대 사회의 만연한 '하이퍼 개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한다. 브룩스는 개인의 삶이 자아라는 우상을 섬기는 좁은 성채(첫 번째 산)에서 벗어나, 타인과 세상을 향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언약적 헌신(두 번째 산)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는 빌립보서 2장이 보여주는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Kenosis)'과 십자가의 도를 세속의 언어로 정교하게 번역해 낸 탁월한 통찰이다.

 

현대 크리스천들은 종종 신앙조차 자신의 첫 번째 산을 오르기 위한 징검다리로 소비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저자는 진정한 기쁨과 삶의 의미는 잃어버린 이웃과 단절된 공동체를 향해 기꺼이 묶이는 자발적 구속, 즉 십자가를 지는 삶에 있음을 웅변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고립된 영적 피난처가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들이 서로 결속하여 세상을 치유하는 '두 번째 산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막중한 사회적 책임과 복음의 진수를 뼈저리게 성찰하게 된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요한복음 12: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