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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대우받고자 하는 대로 대우하라", 그 익숙함에 갇힌 복음의 정수를 깨우다

OCJ|2026. 6. 13. 08:44

권수경 목사의 저서 『황금률』은 인류 보편의 도덕률로 여겨지던 황금률을 성경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한 역작이다. 타종교의 보편적 상호성과 구별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비대칭적 은혜를 규명하며, 현대 교회에 복음의 본질적 회복을 촉구한다.

Release: 2025-12-17

 



도서 『황금률』은 고대 근동, 유대교, 동양 철학 등 세계 주요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일반 황금률'의 기원과 특성을 짚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방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 일반 황금률이 '상호성'에 기초한 정의와 평화의 지혜임을 밝힌다. 그러나 진정한 서사는 마태복음 7장 12절을 해부하는 제3, 4부에서 폭발한다. 저자는 산상수훈의 맥락 속에서 주님의 황금률이 '하나님께 이미 조건 없는 은혜를 받았으므로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것'임을 역설한다. 인간의 욕망을 투영한 등가교환의 법칙을 넘어, 십자가의 수직적 은혜가 수평적 이웃 사랑으로 확장되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를 웅장하게 그려낸다.

[인류의 보편적 지혜와 십자가의 역설 : 황금률의 외피를 벗기다]


권수경의 『황금률』은 우리가 너무나도 자명하다고 여겼던 한 문장에 숨겨진 거대한 신학적 심연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칸트의 정언명령부터 공자, 고대 근동의 함무라비 법전에 이르기까지 인문학과 종교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망을 펼치며, '일반 황금률'이 공존을 위해 도달한 최고의 도덕적 성취임을 조명한다.

 

그러나 평론가의 시선에서 이 책의 진정한 탁월함은 그 보편성의 찬양에 머물지 않고, 교회사 속에서조차 혼동되어 온 '그리스도의 황금률'의 독특성을 예리하게 분리해 내는 데 있다. 일반 황금률이 철저히 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이익도 존중해야 한다는 '상호성'에 기반한다면, 기독교의 황금률은 그 교환 가치의 굴레를 파괴한다. 예수께서 마태복음 7장 12절에서 "그러므로"라는 접속사를 사용하신 것은, 이 원칙이 하늘 아버지의 무한하신 주심에서 기원한다는 존재론적 선언이다.

 

저자는 익숙함의 저주에 빠져 복음의 정수를 속담 수준으로 격하시킨 영적 나태함을 질타하며, 복음의 유일성은 흉내 낼 수 없는 비대칭적 사랑의 실천에 있음을 웅변한다.

[수직적 은혜의 수평적 확산 : 이분법을 넘어선 삼위일체적 사랑]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아름다운 신학적 통찰은 황금률을 단순히 인간관계의 규칙이 아니라, '하나님-나-이웃'으로 이어지는 은혜의 동역학으로 승화시킨 점이다. 저자는 기독교의 황금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직적 은혜의 개입'이 필요함을 치밀한 성경 주해를 통해 증명한다. 현대 사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의 공평이 변주된 차가운 개인주의와 보상 심리로 굳어졌다. 안타깝게도 교회마저 이러한 시장 논리에 잠식되어 상호성의 원리를 신앙으로 포장하곤 한다. 

 

그러나 권수경 목사는 십자가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은 철저히 '비대칭적'임을 역설한다. 무한한 은혜를 참으로 경험한 그리스도인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주님의 황금률은 '상대방이 내게 해준 만큼'이라는 조건을 삭제하고, '하나님이 내게 먼저 베푸신 대로' 이웃을 조건 없이 섬기라는 혁명적 초대를 담고 있다. 이는 이기주의라는 원죄를 거슬러 올라가는 숭고한 영적 투쟁이며, 기독교가 세상을 향해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대안적 삶의 방식임을 확신에 찬 어조로 선포한다.

[이념의 우상을 파괴하는 실천적 제자도 : 혐오의 시대를 치유하는 해독제]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OCJ)의 평론가로서 이 저작이 지닌 시대적 적실성에 각별히 주목한다. 저자가 수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한국 교회와 사회를 향해 피를 토하듯 던지는 메시지는 '이념이라는 우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확증 편향에 갇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를 무참히 정죄하는 디지털 영지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뼈아픈 것은 이러한 폭력성의 최전선에 '진리 수호'를 내세운 기독교인들이 서 있다는 현실이다. 

 

권 목사는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 황금률의 완전한 상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려는 최소한의 '일반 황금률'조차 작동하지 않는 야만의 시대에, 이념은 이미 복음을 집어삼킨 우상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진리의 내용이 아니라 복음에 합당한 '태도'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진정한 복음은 혐오의 진을 허물고, 원수까지도 품어내는 환대와 희생으로 증명된다. 따라서 『황금률』은 타락한 현대 교회를 향한 준엄한 예언자적 외침이자, 증오로 얼룩진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복음의 해독제로 기능한다.

권수경의 『황금률』이 현대 크리스천에게 던지는 영적 충격은 우리가 복음의 가장 위대한 선언을 '흔한 처세술'이나 '도덕적 격언'으로 축소해 왔다는 자각에서 기인한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빚어낸 확증 편향과 정치적 이념이 우상화된 시대 속에서, 현대 교회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타자를 악마화하며 배제하는 폭력성에 노출되어 있다. 저자는 이를 타개할 해법으로 '그리스도의 황금률'을 제시한다.

 

일반 황금률이 요구하는 상호 존중마저 상실한 우리에게, 예수의 황금률은 철저한 '비대칭적 은혜'를 요구한다. 먼저 다가오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깨달은 자만이, 타자의 자리에 서서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념으로 분열된 세상 속에서 교회가 다시 빛으로 존재하기 위해 자발적 희생과 환대의 신앙, 즉 '은혜의 수평적 확산'을 실천해야 함을 촉구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