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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굴레를 넘어 호주 원주민 신학의 개척자가 되다: 그레이엄 폴슨 (Graham Paulson) 목사

OCJ|2026. 6. 13. 08:05

호주 원주민의 역사는 깊은 상실과 차별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이전까지 많은 호주 원주민들은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채, 백호주의 정책과 원주민 보호법이라는 명목 아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가족과 강제로 분리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어두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억압받는 자신의 동족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자유와 해방을 전하며 호주 최초의 원주민 침례교 목사로 안수받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그레이엄 폴슨 목사입니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스타 목회자는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호주 원주민 사회와 백인 주류 사회 사이의 깊은 골을 복음으로 메우고, 서구의 렌즈가 아닌 원주민의 눈으로 성경을 읽어내는 원주민 신학을 정립한 영적 거인입니다. 이 글은 국가의 통제를 받던 억압받는 원주민 청년에서, 호주 기독교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영적 지도자이자 화해자로 성장한 폴슨 목사의 숭고한 삶을 조명합니다.

그레이엄 폴슨 목사는 청년 시절 백호주의적 정책인 원주민 보호법의 철저한 통제 아래 살았습니다. 2004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경찰은 영장 없이도 자신을 체포할 수 있었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재판도 없이 구금 구역에 가둘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당하고 언제든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폴슨은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히는 대신 복음 안에서 참된 자유와 소망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호주 내지 선교회의 배경을 안고 침례교 신학교에 입학하여 혹독한 훈련을 마친 뒤, 1968년 마침내 호주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침례교 목사로 안수를 받았습니다. 안수 직후 그는 아내 아이리스와 함께 노던 테리토리의 오지인 후커 크릭과 웨이브 힐 지역으로 파송되어 척박한 땅에서 선교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웨이브 힐은 호주 원주민 인권 운동의 상징적인 사건인 1966년 웨이브 힐 파업이 일어난 곳이었습니다. 원주민들이 정당한 임금과 토지 반환을 요구하며 치열하게 싸우던 이 현장에서, 폴슨 목사 부부는 원주민들의 영적 육체적 아픔을 끌어안으며 삶을 나누는 진정한 목자로 헌신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파업의 주역이었던 빈센트 링기아리 역시 1972년 폴슨 목사의 헌신적인 사역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며 교회의 일원이 되는 놀라운 영적 결실을 맺었습니다. 폴슨 목사는 고난받는 동족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삶으로 묵묵히 증명해 냈습니다.

폴슨 목사의 영향력은 오지 선교에만 머물지 않고 국가적 화해와 신학적 정립으로 확장되었습니다. 1970년대 호주 프레이저 정부 시절, 그는 원주민과 비원주민 사회의 조약과 화해를 논의했던 마카라타 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억압받는 원주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대변하는 중재자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무엇보다 기독교 역사에 남긴 그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호주 원주민 신학의 기틀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는 2006년 발표한 논문 원주민 신학을 향하여를 통해, 기독교 신앙과 원주민의 정체성이 어떻게 모순 없이 결합될 수 있는지를 신학적으로 규명했습니다. 그는 식민주의적이고 서구 중심적인 신학의 틀에서 벗어나,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성경적 진리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성경을 원주민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그의 혜안은 백인 선교사들이 전해준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원주민 교회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그는 호주 원주민 및 섬주민 침례교 협의회를 창립하여 흩어져 있는 원주민 기독교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오늘날 성도들에게 주는 영적 교훈


첫째, 억압을 뛰어넘는 복음의 능력입니다. 불공정한 법률 아래서 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 있었던 억울한 삶 속에서도, 폴슨 목사는 세상을 향한 복수와 증오가 아닌 그리스도의 용서와 화해를 선택했습니다. 그의 삶은 참된 복음이 인간을 모든 환경적 제도적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진정한 능력임을 입증합니다.

둘째, 복음의 본질과 문화적 포용의 조화입니다. 그는 서구의 문화를 복음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극복하고 진리를 자신의 문화적 옷에 맞게 해석해 냈습니다.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크리스천들 역시 복음의 절대적인 진리를 굳게 수호하면서도 타인의 배경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그리스도의 넓은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셋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걷는 성육신적 삶입니다. 그가 웨이브 힐의 파업 현장에서 동족들과 함께 거하며 복음을 전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사회의 소외된 자와 아파하는 자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실천적 신앙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레이엄 폴슨 목사는 차별과 억압의 척박한 땅에서 호주 원주민 기독교 리더십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신앙의 개척자입니다. 자신을 억누르던 세상을 향해 십자가의 사랑을 선포하고, 동족들에게는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정체성을 일깨워준 그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명성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의 권리를 변호하며 묵묵히 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혀간 폴슨 목사의 발자취는 참된 크리스천 리더십의 표본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 받는 자를 도와 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 (이사야 1장 17절)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 (고린도후서 3장 1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