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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이들의 '보혜사'가 되다: 난민과 약자들의 변호사 김종철 (Kim Jong-chul)

OCJ|2026. 6. 11. 04:41

현대 사회에서 '법률가'라는 직업은 종종 부와 명예, 권력을 향한 가장 확실한 지름길로 여겨집니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법조인이 된 이들에게 사회의 기득권으로 편입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법률적 전문성을 철저히 자신의 이익이 아닌, 사회의 가장 어두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한 크리스천 변호사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공익법센터 '어필(APIL)'을 설립한 김종철(Kim Jong-chul) 변호사입니다.

 


정치, 법률,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권력과 타협하기 쉽고, 세속적인 가치관과 끊임없이 충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종철 변호사는 난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한 가장 연약한 자들의 곁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길을 택했습니다. 다문화 사회이자 수많은 이민자와 난민들이 공존하는 오세아니아의 크리스천들에게, 낯선 자를 향한 '성경적 환대'가 무엇인지 삶으로 증명해 내고 있는 그의 발자취는 깊은 영적 울림을 선사합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김종철 변호사는 긴 고시 생활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성공 가도에 올라탄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사법연수원으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기독교 공동체 '라브리(L'Abri)'로 들어가 2년 동안 방문객들을 위해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며, 삶과 신앙의 본질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광야의 시간' 중 그의 삶을 뒤흔든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크리스틴 폴의 저서 『약한 자의 친구(Making Room: Recovering Hospitality as a Christian Tradition)』를 읽게 된 것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나그네와 소외된 자들을 향한 '환대(Hospitality)'가 성경이 말하는 핵심적인 기독교 전통이자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일임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적 동의가 아닌 삶의 방향을 완전히 돌이키는 회심의 순간이었습니다.

2011년, 그는 안정적인 로펌이나 판검사의 길을 내려놓고 공익법센터 '어필(APIL,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을 창립했습니다. 그는 기관명에 포함된 'Advocate(옹호자, 변호사)'라는 단어가 성경에 등장하는 '보혜사(Paraclete)'와 같은 의미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곁에 서서 우리를 변호하시고 위로하시는 것처럼, 자신도 벼랑 끝에 서서 아무도 돕지 않는 이들의 곁을 지키는 '작은 보혜사'가 되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든든한 후원자 없이 전적으로 기부금에 의존해야 하는 공익법센터의 설립은, 법률이라는 전문 영역 안에서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나아가는 철저한 '신앙적 실험'이었습니다.

그의 신앙적 결단은 한국 사회와 국제 인권 분야에 실질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대판 노예제도 고발 및 인신매매 척결: 한국 원양어선 등에서 벌어지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착취와 폭력, 여권 압수 등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김 변호사와 어필은 이 교묘한 착취 구조가 국제법이 규정하는 명백한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임을 사회에 고발하고, 피해자들을 법적으로 구출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18년 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TIP Report Hero Award)'**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귀감이 되었습니다.


난민들의 법적 방패: 종교적,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도피했으나 부당하게 공항에 구금되거나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수많은 난민들의 소송을 무료로 맡아 승소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했습니다. 


법조계의 패러다임 전환: 그의 헌신은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법조인들에게도 큰 도전을 주었습니다. 공익 소송을 통해 억울한 자를 변호하는 것이 법률가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정의임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후배 법률가들이 공익 변호사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개척자 역할을 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의 삶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오세아니아와 전 세계의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깊은 영적 교훈을 던져줍니다.

1. 앎과 행함이 일치하는 '행동하는 믿음': 김 변호사는 "말씀대로 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요한일서 5장 2절과 야고보서 2장 22절의 말씀처럼, 그에게 있어 믿음이란 지식이나 추론이 아니라 약자의 곁으로 다가가는 구체적인 실천과 순종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교회당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2. 복음의 본질로서의 '환대(Hospitality)': 우리는 종종 내 삶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선을 긋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낯선 자, 나그네, 난민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낯선 자를 향한 환대가 곧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치유하는 복음의 강력한 무기임을 그는 사역을 통해 증명하고 있습니다.


3. 직업적 소명의 성경적 재해석: 전문직 종사자나 법조인, 공직자들은 자신의 지식과 권위를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자신의 '법적 전문성'을 철저히 이웃을 향한 사랑의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직업, 기술, 위치가 궁극적으로 누구를 섬기기 위해 주어졌는지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는 데 몰두하는 세상 속에서, 김종철 변호사는 소외된 이들을 품어내는 넓은 환대의 식탁을 차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법정의 스포트라이트 대신, 공항 대기실과 차가운 항구 바닥에서 두려움에 떠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그의 삶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서 있는 그곳에서, 당신은 누구의 보혜사(Advocate)가 되어주고 있습니까?"

오세아니아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크리스천들 역시, 우리 곁에 있는 영적, 육적 나그네들을 외면하지 않고 공의와 사랑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삶을 살아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곤고하고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잠언 31장 8-9절 (Proverbs 3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