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WORD

이사야 41:10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Today
Admin

뉴스

더보기 →
커뮤니티/인물

십자가의 역설을 수묵화로 빚어낸 예술가: '바보 예수'의 화가 김병종 (Kim Byung-jong)

OCJ|2026. 6. 5. 03:45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 기획]  1980년대, 최루탄 가스가 매캐하게 피어오르던 서울대학교 캠퍼스. 군사 독재와 민주화의 열망이 충돌하던 그 혼돈의 한가운데서, 한 젊은 미술대학 교수는 깊은 영적 고뇌에 빠졌습니다. "만약 오늘날 이 캠퍼스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실까?" 그가 내린 결론은 세상을 힘으로 제압하는 권력자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사람들의 죄와 아픔을 짊어지고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세상의 눈에는 한없이 미련해 보이는 '바보 예수'였습니다.

 


이번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OCJ)>에서 주목할 인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양화가이자, 예술이라는 언어로 십자가의 복음을 세상에 선포해 온 김병종(Kim Byung-jong)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입니다. 그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서울대 미대 최연소 교수가 되었고 이후 최연소 학장까지 지낸 엘리트 예술가이지만, 그의 영혼 깊은 곳에는 언제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을 향한 경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구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기독교 미술을 한국 전통의 수묵담채화로 재해석하여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그는, 세상의 명예에 취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창조주를 향한 찬양의 도구로 올려드린 이 시대의 진정한 기독교 예술가이자 숨겨진 영적 거장입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바보 예수'의 탄생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난 김병종 화백의 삶의 저변에는 늘 가난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가정을 지키며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낙관적이고 굳건한 신앙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신앙적 유산은 그가 예술가로서 세상의 부조리와 맞닥뜨렸을 때, 분노나 허무가 아닌 '십자가의 사랑'으로 눈을 돌리게 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그는 한지와 먹을 사용해 <바보 예수> 연작을 발표했습니다. 가시관을 쓰고 피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예수의 얼굴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 파격적인 작품이 공개되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평론가들은 "동양화에 웬 뜬금없는 기독교 주제냐"며 비아냥거렸고, 심지어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성스러운 예수님을 바보처럼 추하게 그렸다"며 신성모독이라며 전시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버림받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참혹한 고통이자 복음의 핵심"이라며 묵묵히 기도로 그 시간을 견뎌냈습니다.

"나는 바보 예수와 함께 화가 생활을 시작했고, 어쩌면 삶의 마지막 장도 또 다른 예수 연작과 함께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 피야말로 나를, 그리고 세상을 살리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부른 '생명의 노래'
그의 신앙과 예술 세계가 또 한 번 깊어지는 영적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1989년, 작업 중 고시원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쓰러진 것입니다.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매며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던 그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후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세상 전체가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 미술관'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길가에 핀 작은 꽃 하나, 바람에 흩날리는 송화가루 하나에도 창조주의 지문이 새겨져 있음을 발견한 그는, 이후 십자가의 고난을 넘어 부활의 기쁨과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생명의 노래>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김병종 화백은 단순히 교회 안에서만 소비되는 종교 미술을 넘어, 세속적인 예술계와 세계 무대 한가운데서 기독교적 세계관의 위대함을 증명해 냈습니다.

기독교 미술의 토착화와 세계화: 그의 <바보 예수>와 <생명의 노래> 작품들은 한국을 넘어 일본,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 순회 전시되며 엄청난 호평을 받았습니다. 서구인들은 한국적인 한지와 먹으로 표현된 예수의 처연하고도 깊은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Royal Ontario Museum) 등 세계 최고의 기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적 소통의 다리: 베스트셀러 『화첩기행』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문학과 미술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했습니다. 그는 노골적인 전도의 언어 대신, 예술이라는 은유적이고 따뜻한 언어를 통해 창조주의 생명과 사랑을 불신자들의 마음에 스며들게 하는 '문화 선교사'의 역할을 탁월하게 감당해 왔습니다.


공간을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예술: 그의 작품은 대중의 일상 속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국 사랑의교회 본당 진입로에 영구 설치된 80미터 대작 <바람이 임의로 불매>는 요한복음 3장 8절의 성령의 바람을 시각화한 것으로, 수많은 성도들에게 창조의 신비와 영적인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바보 예수'를 그리고 '생명'을 노래한 김병종 화백의 삶은 오늘날 세속주의에 물들어가는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다음과 같은 묵직한 영적 교훈을 던져줍니다.

십자가의 역설, '어리석음'을 선택할 용기:  
세상은 더 강해지고, 더 높아지고, 더 화려해지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김병종이 화폭에 담아낸 예수는 철저히 낮아지고, 오해받으며,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바보'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십자가의 희생을 잃어버리고 세상의 영광만을 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진정한 영적 능력은 원수를 사랑하고 나를 희생하는 십자가의 어리석음 속에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난을 '생명의 노래'로 승화시키는 믿음: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통과한 후, 그의 붓끝에서는 원망이 아닌 생명을 향한 찬양이 피어났습니다. 우리 삶에 찾아오는 예기치 않은 고난과 질병, 실패조차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두면, 더 깊은 은혜를 깨닫고 창조주를 찬양하는 새로운 '생명의 노래'로 승화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부르심(직업)의 영역에서의 탁월함:
그는 기독교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예술적 탁월함을 결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고구려 벽화, 조선 문인화, 민화의 기법을 연구하며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우리의 일터와 전문 분야에서 대충 일하며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극한까지 갈고닦아 그 탁월함으로 세상이 하나님을 바라보게 만드는 '문화적 사명'을 다해야 합니다.

"예수보고 바보란다. (...) 예수는 우주를 심판할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생명을 자기 것과 맞바꾸려고 그 힘과 지혜 쓰기를 포기하고 죽었으니 어찌 바보가 아닌가." 한 평론가의 이 묵상은 김병종 화백이 평생을 바쳐 세상에 외치고자 했던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점점 더 기독교를 향해 적대적이고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힘으로 이기려는 태도가 아니라, 김병종 화백이 그려낸 '바보 예수'처럼 조건 없이 내어주는 사랑의 삶일 것입니다. 오세아니아 땅에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든 성도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창조주가 주신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온기를 전하는 거룩한 예술가들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고린도전서 1장 2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