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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관상과 실천의 경계를 허문 다음 세대의 영적 스승, 찰스 링마(Charles Ringma)
현대 기독교는 종종 두 가지 극단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정의와 구제에 몰두한 나머지 영적인 깊이와 내면의 고요함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 경건주의에 갇혀 세상의 아픔과 구조적 모순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특히 청년, 대학생, 그리고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사역에 있어서 이 두 가지의 완벽한 균형을 맞추며 신앙의 본을 보이는 것은 오늘날 교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오세아니아와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거룩한 균형을 치열한 삶으로 증명해 낸 훌륭한 ‘숨겨진 보석’ 같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의 빈민가와 대학 캠퍼스, 그리고 세계적인 신학교를 오가며 평생을 헌신한 찰스 링마(Charles Ringma, 1942~) 박사입니다.

194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952년 호주 브리즈번(Brisbane)으로 이주한 그는 평범한 인쇄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신학과 사회학을 공부하며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평탄한 길을 걷는 대신 거리의 마약 중독자들을 돌보는 현장 사역자로 뛰어들었습니다. 세계적인 메가처치 목회자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았지만, 아시아와 북미를 아우르는 저명한 신학자이자 교육자로 쓰임 받은 그의 헌신은 2024년 찰스 3세 국왕 탄생일 기념 호주 국민 훈장(Member of the Order of Australia, AM) 수훈으로 이어지며 그 진가를 다시금 인정받았습니다.
찰스 링마 박사의 삶은 지식과 행동이 일치하는 '성육신적 신앙'의 표본입니다. 그는 안락한 강단에 머무는 대신, 가장 낮은 곳에서 성경적 진리를 살아냈습니다.
빈민가 청년들을 향한 헌신: 1971년, 링마 박사는 브리즈번에 호주 '틴 챌린지(Teen Challenge)'를 설립했습니다. 1984년까지 1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도시 빈민가에서 마약과 약물 남용으로 죽어가는 청년들을 구출하고 회복시키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또한 호주 원주민(Aboriginal)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아픔을 끌어안았고, 기쁜 소식 센터(Good News Centre)를 세워 알코올 중독자들을 섬겼습니다.
성벽의 도개교를 내리는 신앙 (Lowering the Drawbridge): 그의 신앙적 실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는 디나(Deena)라는 여성과의 만남입니다. 심각한 마약 중독에 빠진 미혼모이자 성매매 여성이었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갱생 프로그램이 아니라 '안전한 피난처'였습니다. 링마 부부는 자신들 가정의 '도개교(성문)'를 내려 그녀를 직접 집으로 데려와 가족으로 맞이했습니다. 철저히 깨어진 사람들을 자신의 가장 내밀한 삶의 공간으로 초대하여 회복시킨 이 일화는, 그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얼마나 급진적으로 실천했는지 보여줍니다.
링마 박사의 영향력은 빈민가의 흙먼지를 넘어 학문적 상아탑과 캠퍼스 사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거리의 현실을 상아탑으로 가져온 교육자: 1990년대부터 그는 마닐라의 아시아 신학대학원(Asian Theological Seminary, ATS)과 캐나다 밴쿠버의 저명한 리젠트 칼리지(Regent College)에서 선교와 전도학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그는 필리핀의 도시 빈민 사역을 병행하며, 책상물림 신학이 아닌 땀방울이 밴 실천적 신학을 대학생들과 신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다음 세대를 향한 대화와 저술: 3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한 그는 청년들과 지식인들에게 깊은 영적 도전을 주었습니다. 특히 19세의 손녀 나시카(Naasicaa)에게 쓴 편지 형식의 책 『나시카 찾기: 불안의 시대에 전하는 희망의 편지(Finding Naasicaa)』를 통해 기독교 신앙, 영성, 그리고 사회적 변혁에 대한 현대 청년들의 치열한 고민과 불안에 진실하게 응답했습니다.
선교적 영성(Missional Spirituality)의 주창자: 그는 앙리 나우웬(Henri Nouwen)과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자크 엘륄(Jacques Ellul)의 철학과 관상 기도를 현대인의 삶에 적용했습니다. 내면의 고독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관상(Contemplation)'이, 세상을 변혁시키는 '선교적 행동(Action)'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학은 오늘날 캠퍼스 사역의 핵심적인 패러다임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성도들에게 주는 영적 교훈 (Spiritual Lessons for Today's Believers)
1. 행동하는 영성과 고독 속의 사색의 통합:
우리는 흔히 '사역'과 '기도' 중 하나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링마 박사는 "안전한 십자가는 없다"고 말하며, 하나님과의 깊고 친밀한 교제만이 번아웃 없이 세상을 섬길 수 있는 힘이라고 가르칩니다. 수많은 사역(In the Midst of Much Doing) 속에서도 침묵과 안식(Sabbath)을 지켜내는 것이 현대 신앙인들의 필수적인 훈련입니다.
2. 주변부를 품는 교육과 사역:
기독교 교육과 캠퍼스 사역의 진정한 무대는 크고 화려한 강당이 아니라 사회의 '가장자리(Ragged Edges)'입니다. 링마 박사가 마약 중독자들과 빈민들 곁에서 가르침을 실천했듯, 우리의 신앙 역시 세상의 버림받고 소외된 자들을 향해 도개교를 내리는 환대로 이어져야 합니다.
3. 다음 세대와의 진실한 세대 간 소통:
오늘날의 청년들은 교회의 일방적인 훈계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감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곁을 내어줄 영적 어른을 찾고 있습니다. 링마 박사가 19세 손녀에게 쓴 진솔한 편지들처럼,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그들의 의심과 고민에 공감하며 복음의 희망을 나누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찰스 링마 박사는 진정한 교육과 청년 사역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이들의 삶의 가장자리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성육신의 과정임을 가르쳐 줍니다. 불의한 세상의 아픔에 깊이 동참하면서도 십자가 앞에서의 고요함을 결코 잃지 않았던 그의 삶은, 너무 많은 사역과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영적 고갈을 겪는 현대 오세아니아 및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심장을 품고 각자의 캠퍼스와 일터, 그리고 소외된 이웃의 곁으로 조용하지만 담대하게 다리를 내려야(Lower the drawbridge) 할 때입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8 / Micah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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