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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의 은혜를 월요일의 일터로 이끌다: 그레이엄 후퍼 (Graham Hooper)

OCJ|2026. 5. 27. 03:42

[OCJ 인물 탐구]  현대 크리스천들이 겪는 가장 뼈아픈 갈등 중 하나는 바로 '신앙과 삶의 괴리'입니다. 주일 예배당에서는 거룩하고 헌신적인 성도이지만, 월요일 출근길에 오르는 순간부터 세속적인 경쟁과 실적의 압박 속에 내던져지며 신앙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일쑤입니다. 호주의 비즈니스 및 일터 사역(Workplace Ministry) 분야에서 숨은 보석과 같은 영적 멘토로 존경받는 그레이엄 후퍼(Graham Hooper)는 평생을 글로벌 인프라 기업의 고위 임원으로 일하며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강단에 서는 전임 목회자나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형 교회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와 똑같이 프로젝트 실패의 쓴맛을 보고, 승진에서 누락되며, 까다로운 상사나 동료와 부딪히는 치열한 직장 생활을 현장에서 겪어낸 '평범하지만 비범한' 직업인이었습니다. 현재 호주 멜버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그는, 수많은 비즈니스 리더들과 평신도들에게 "일터야말로 하나님이 우리를 빚어가시는 가장 치열하고 영광스러운 훈련장"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며, 호주 교계는 물론 전 세계 일터 사역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후퍼의 신앙 여정은 젊은 시절,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토목 공학자(Civil Engineer)로 일하던 중에 극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는 회심의 경험을 했고, 같은 해에 평생의 동반자가 될 아내를 만나는 축복을 누렸습니다. 이후 그의 삶은 단순히 교회 안에서의 종교적 활동으로만 묶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리셔스, 파푸아뉴기니, 두바이, 호주 등 6개국에 거주하며 20개국 이상에서 글로벌 인프라 기업의 엔지니어 및 수석 임원(Senior Executive)으로 활약했습니다.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신앙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영국에서 신학 훈련을 받기도 했던 그는, 세속적인 직장 안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거룩한 '긴장감'을 결코 놓지 않았습니다. 수백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야 하는 입찰의 압박감, 경쟁사와의 신경전, 구조조정과 갈등 관리 등 그가 매일 마주하는 비즈니스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후퍼는 이러한 환경을 세속적이라 비판하며 도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겉과 속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통합된 삶(Integrated Life)'을 사셨다는 사실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신앙이 일터에서의 윤리적 결정,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 위기 앞에서의 평정심으로 흘러나오도록 자신을 철저히 훈련했으며, 타협이 난무하는 건설 및 인프라 업계에서 정직과 성실을 대변하는 리더로 굳건히 자리 잡았습니다.

그레이엄 후퍼의 가장 뚜렷한 실천적 영향력은 그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저서들과, City Bible Forum 등 호주 전역의 일터 사역 단체들과의 활발한 협력에서 나타납니다. 

은퇴 후, 그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얻은 영적 지혜를 후배 크리스천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Undivided: Closing the faith-life gap (나뉘지 않은 삶: 신앙과 삶의 격차 좁히기)』와 『Proving Ground: 40 Reflections on Growing Faith at Work (믿음의 시험대: 일터에서 신앙을 성장시키는 40가지 묵상)』는 직장인 성도들을 위한 필독서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후퍼는 단순히 "직장에서 성경책을 펴놓고 전도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 대신 "크리스천 기업가는 어떻게 이윤을 창출하는 동시에 직원의 복지를 지키고 환경을 보호할 것인가?"와 같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좋은 비즈니스란 환경 보호와 윤리적 실천을 법적 기준 이상으로 준수하며, 창조 세계를 돌보는 지속 가능한 경영(Sustainability)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그의 멘토링과 통찰은 목회자와 평신도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깨고, 수많은 호주 직장인들이 자신의 책상을 '거룩한 제단'으로 삼아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후퍼의 삶은 현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훈을 남깁니다.

첫째, 일터는 우리의 신앙이 제련되는 '시험대(Proving Ground)'입니다.   
그는 질병이나 사별 같은 삶의 큰 위기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 시간, 불합리한 상황, 다루기 힘든 직장 동료와의 갈등 속에서도 우리의 믿음이 매일 시험받는다고 말합니다. 업무 스트레스와 부조리 앞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정직을 택하는 것 자체가 위대한 신앙의 증거이며, 하나님은 이 과정을 통해 우리를 정금(Gold)과 같은 그리스도의 성품으로 빚어 가십니다.


둘째, 신앙과 삶의 간극을 좁혀야 합니다 (Closing the Faith-Life Gap).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 현실의 이기적인 모습 사이, 그리고 주일의 거룩함과 평일의 세속적 태도 사이의 뼈아픈 간극을 정직하게 직면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내면의 진리와 외부의 삶이 일치하는 '나뉘지 않은(Undivided)' 통합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모든 일터 사역의 출발점입니다.


셋째, 성공과 실패 앞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십시오.
프로젝트 입찰에서 떨어지거나, 원하는 승진에서 누락되었을 때 세상을 원망하거나 편법의 유혹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후퍼는 비즈니스에서의 실패나 거절조차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교만을 꺾으시고 영광의 도구로 사용하시기 위한 신성한 훈련 과정임을 깊이 수용하라고 권면합니다.

우리는 흔히 '영적인 거장'이라고 하면 이름도 모르는 오지에서 평생을 바친 선교사나 수만 명의 회중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회자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수많은 회의와 이메일, 복잡한 재무제표와 피 말리는 계약 협상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하는 그레이엄 후퍼와 같은 일터의 제자들 역시 이 시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영적 거인입니다. 

그레이엄 후퍼의 묵직한 발자취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해줍니다. "당신의 월요일은 주일만큼이나 거룩하며, 당신이 매일 출근하는 그 일터가 바로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가장 역동적인 예배당입니다." 오늘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오르는 모든 호주와 오세아니아의 크리스천들이, 세상 속에서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통합된 성도'의 삶을 살아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  (골로새서 3: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