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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도, 승인도 없다"… 호주 주택가로 스며든 불법 '맨주먹 복싱' 논란

OCJ|2026. 5. 20. 03:27

호주의 평화로운 주택가 뒷마당에서 글러브 없이 맨주먹으로 주먹을 맞대는 이른바 '맨주먹 복싱(Bare-knuckle boxing)'이 은밀하게 성행하며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에어바운스가 설치된 시드니의 한 주택가. 호주의 날(Australia Day)을 맞아 가족 단위로 모인 사람들이 바비큐를 즐기는 평범한 모습 같지만, 마당 한가운데 깔린 고무 매트 위에서는 글러브를 벗어던진 남성들의 피 튀기는 격투가 벌어집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단 3분간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타 주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해 오기도 합니다. 상금도, 심판도, 공식적인 승자도 없지만, 이들은 오직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기꺼이 매트 위에 오릅니다.

초대장으로만 비밀리에 장소가 공유되는 이 행사는 뉴사우스웨일스주(NSW) 격투 스포츠 당국(Combat Sports Authority)의 승인을 받지 않은 명백한 불법 집회입니다. 당국은 "관련 법(Combat Sports Act)을 벗어나 격투 스포츠를 주최하거나 참여할 경우 심각한 처벌은 물론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현행 규정상 복싱 경기는 반드시 글러브를 착용해야만 합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39세의 랜들 레이먼트(Randall Rayment)는 종합격투기(MMA) 선수이자 주짓수 블랙벨트 출신입니다. '림 리퍼(The Limb Reaper)'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는 "정부가 맨주먹 복싱을 합법화하지 않기 때문에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고 당국을 비판했습니다. 레이먼트는 맨주먹 격투가 자신과 같은 젊은 남성들에게 규율과 멘토링을 제공하며, 길거리를 방황하던 이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퀸즐랜드주 로건(Logan)에서 9시간을 운전해 시드니 대회에 참가한 20세 청년 투이(Tui)는 "맨주먹 격투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싸움"이라며, 과거 길거리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먹을 쥐어야 했던 아픈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맨주먹 복싱의 유행은 음지를 넘어 호주 전역의 양지로 진출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 UFC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가 지분을 소유한 미국 기반의 '맨주먹 격투 챔피언십(BKFC)'은 전 세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호주(WA) 격투 스포츠 위원회는 2025년 6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퍼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BKFC 대회 개최를 최종 불허한 바 있습니다. 반면, 통합 격투 스포츠 위원회가 부재한 퀸즐랜드주에서는 전 세계 복싱 챔피언 앤서니 먼딘(Anthony Mundine)이 이끄는 '세계 맨주먹 격투(WBKF)'가 2025년 9월 로건에서 첫 유료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BKFC 역시 올해 2026년 4월 18일 퀸즐랜드 타운즈빌에서 호주 첫 공식 데뷔전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맨주먹 복싱 지지자들은 글러브가 없어 뼈를 보호하기 위해 펀치의 강도를 스스로 줄일 수밖에 없으므로, 전통적인 복싱보다 오히려 뇌 손상 위험이 낮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매우 단호합니다. 뇌진탕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앨런 피어스(Alan Pearce) 교수는 "강타가 줄어 뇌진탕이나 기절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누적된 작은 충격들이 뇌를 서서히 파괴하는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을 유발해 결국 치매와 유사한 상태에 이르게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호주 의학 협회(AMA) 소속 마이클 보닝(Michael Bonning) 박사 역시 "서로를 다치게 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스포츠"라며 전면 금지를 촉구했습니다.

시드니 이너 웨스트 지역에서 위기 청소년을 구제하기 위해 글러브 복싱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성공회 사제 데이브 스미스(Dave Smith) 신부의 입장도 의료계와 결을 같이합니다. 스미스 신부는 복싱이 비행 청소년들의 범죄나 마약 연루를 막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복싱은 엄격한 인위적 규칙 속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입니다. 글러브를 벗는 순간 그 행위를 절대 지지할 수 없습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내린 선택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한때의 쾌감이 훗날 개인의 정신을 파괴하고 가족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호주 사회 내 맨주먹 복싱을 둘러싼 도덕적, 법적 논란은 한동안 뜨겁게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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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스포츠와 원초적 폭력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요? 불우한 환경과 제도권의 무관심 속에서 상처받은 청년들이 ‘맨주먹 격투’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들만의 소속감과 규율을 찾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스미스 신부의 지적처럼 스포츠가 청소년을 긍정적인 길로 인도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보호 장비와 규칙을 무시한 채 폭력성만 남은 행위는 결국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뿐입니다. 지역 사회와 신앙 공동체가 이들 청년이 음지에서 벗어나 더 안전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치유받을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