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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27장 33-34절 날이 새어 가매 바울이 여러 사람에게 음식 먹기를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먹지 못하고 주린 지가 오늘까지 열나흘인즉 음식 먹기를 권하노니 이것이 너희의 구원을 위하는 것이요 너희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잃을 자가 없으리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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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앞에 선 이민 교회: '세대교체'를 넘어 '사명 전수'로

OCJ|2026. 4. 15. 05:48

 

이민자의 삶은 늘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눈물로 일구었던 시간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민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디아스포라 교회들은 전례 없는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헌신해 온 1세대 목회자들의 은퇴 시기는 다가오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자를 찾지 못해 빈 강단이 늘어가는 '영적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력 수급의 문제를 넘어, 이것은 우리 시대 이민 교회가 직면한 가장 아픈 지점이자 가장 본질적인 신학적 질문을 던지는 사건입니다.

모세의 요단강, 그리고 '내려놓음'의 미학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대교체는 모세와 여유수아의 장면에서 발견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출애굽 시킨 위대한 지도자였으나,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요단강 저편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완결 짓기 위해 무리하게 강을 건너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호수아의 머리에 안수하며 자신의 권위를 기쁘게 이양했습니다.

오늘날 이민 교회의 위기는 '떠날 시기'를 결정하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고백의 부재에서 기피됩니다. 1세대 목회자들에게 교회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며, 자신의 생애가 투영된 결정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는 단순한 직무 정지가 아니라 정체성의 상실로 다가오곤 합니다. 그러나 참된 목회적 영성은 내가 세운 성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건너갈 '다리'가 되어주고 사라지는 '케노시스(Kenosis, 자기 비움)'에 있습니다.

'전문 경영인'을 찾는가, '영적 아비'를 기다리는가

후임 목회자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 이면에는 이민 교회 내부의 모순된 기대치가 존재합니다. 현대의 이민 교회들은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하고, 세련된 매너와 행정 능력을 갖춘 '완벽한 CEO형 목회자'를 원합니다. 하지만 정작 젊은 세대 사역자들은 이민 교회의 경직된 유교적 가부장주의와 1세대와의 문화적 괴리감 속에서 깊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사역자는 '구인 광고'를 통해 채용되는 직업인이 아닙니다. 성경적 계승은 '기능의 전수'가 아니라 '정신의 공유'입니다. 바울이 디모데를 "믿음 안에서 참 아들 된 디모데"라고 불렀던 것처럼, 이민 교회는 이력서의 스펙을 검토하기에 앞서, 우리 공동체의 고유한 눈물과 기도의 역사를 함께 짊어질 영적 아들을 품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디아스포라, 흩어짐의 영성으로의 회귀

이민 교회의 후임자 부재 현상은 어쩌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거룩한 멈춤'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건물 중심, 양적 성장 중심의 이민 교회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이는 교회'의 견고한 성채를 유지하는 것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흩어진 디아스포라로서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선교적 존재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후임자가 없다는 탄식은 곧, 우리가 건물을 관리할 관리자를 찾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바로 세우는 데 집중했다면, 그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의 리더십이 발아했을 것입니다. 

노을은 내일을 준비하는 빛입니다

은퇴를 앞둔 선배 목회자들에게는 '아름다운 뒷모습'이 필요합니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교만을 버리고, 성령의 주권적 인도하심에 교회의 미래를 맡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성도들에게는 새로운 세대의 목회자를 1세대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광야를 행군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넉넉한 품이 필요합니다.

이민 교회의 노을은 종말의 징조가 아니라, 새로운 새벽을 준비하는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비록 지금 강단이 비어 보이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일지라도,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당신의 몸 된 교회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세대는 가고 세대는 오되,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사명은 영원히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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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그 속에 영이 머무는 자니 너는 데려다가 그에게 안수하고... 네 존귀를 그에게 돌려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을 그에게 복종하게 하라" (민수기 27:18-20)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디모데후서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