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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이민 생활 속의 질문, “네가 성내는 것이 옳으냐”

OCJ 2026. 10. 21. 04:00

찬송 : ‘내 영혼이 은총 입어’ 438장(통495)

본문 : 요나 4장 1~4절, 에베소서 4장 26~27절

 

  • 26절: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 27절: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

 

말씀 : 낯선 호주 땅에서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치솟는 렌트비와 물가, 언어의 장벽, 불투명한 비자 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우리는 종종 작은 일에도 쉽게 폭발하곤 합니다. 직장에서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좁은 한인 사회나 교회 안에서 내 경험과 주장이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혹은 오랜 이민 생활의 기도가 응답되지 않을 때 우리 마음속에는 통제하기 힘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오늘 본문의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피해 도망쳤던 선지자입니다. 그는 자신이 혐오하는 니느웨 백성들이 회개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받는 것을 보며 심히 분노했습니다. 요나의 분노 밑바닥에는 얄팍한 ‘정의감’이 깔려 있었습니다. "저렇게 악한 사람들은 망해야 마땅한데, 왜 용서하십니까?"라는 불만이었습니다.

 

시드니 한인 사회라는 좁고 치열한 울타리 안에서도 우리는 종종 요나와 같은 분노에 사로잡힙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동업자, 비즈니스 경쟁자, 혹은 교회 안에서 갈등을 빚은 누군가가 실패하고 무너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의’로 포장하곤 합니다. 밉고 싫은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하나님을 향해 원망 섞인 분노를 쏟아냅니다. 그런 요나를 향해, 그리고 오늘 우리를 향해 하나님은 부드럽지만 뼈아픈 질문을 던지십니다. "네가 성내는 것이 옳으냐."

 

자신의 감정에 빠진 요나는 죽어도 내 분노가 옳다며 항변합니다. 하나님이 햇빛을 가려주던 박넝쿨을 마르게 하시자, 그는 고작 식물 하나 때문에 화가 나서 죽겠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이 모습이 혹시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지요. 호주에서 누리는 얄팍한 안락함(박넝쿨)인 물질적 손해나 구겨진 자존심 앞에서는 죽을 듯이 화를 내면서도, 정작 하나님께서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주변의 영혼들을 향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합니다.

 

하나님은 박넝쿨을 아끼는 요나에게, "나는 이 큰 성읍에 있는 수많은 생명을 아끼고 용서한다"며 하나님의 크고 깊은 인내를 가르쳐 주십니다. 에베소서 말씀처럼 분노의 감정 자체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 감정이 나를 지배하여 죄의 틈을 내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우리가 일상에서 짜증 내고 분노하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우리에게 분노하셨다면, 과연 이 척박한 이민의 광야에서 살아남을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호주 생활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오래 참으신 그 크신 사랑을 먼저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의 인내를 거울삼아 오늘 하루 내 안의 분노를 잠재우고 화평을 이루어가는 믿음의 가정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기도 : 하나님 아버지, 고단한 이민 생활을 핑계로 쉽게 짜증 내고 이웃을 향해 분노했던 우리의 연약함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내 기준과 정의로 남을 정죄하던 마음을 내려놓고, 나를 향해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십자가 사랑을 기억하며 넉넉히 인내하는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