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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중심의 기독교를 넘어 세계 기독교의 지평을 연 선교 신학의 거장 앤드류 월스 Andrew F. Walls

OCJ 2026. 8. 8. 05:24

오늘날 기독교는 더 이상 서구 유럽이나 북미 지역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남반구와 동반구에서 기독교 인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기독교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지형 변화를 그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고, 이를 신학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탁월하게 통찰해 낸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 기독교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개척한 영국의 선교 역사학자이자 신학자인 앤드류 월스 교수입니다. 

 


복음주의 교회사학자 마크 놀이 서구의 기독교가 전 세계적 기독교로 변모하는 과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앤드류 월스보다 더 깊은 지혜를 담아 글을 쓴 사람은 없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그는 현대 선교학과 교회사 연구에 있어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평생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중적 스타로서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비서구권 교회의 가치와 역동성을 발굴해 낸 숨은 보석 같은 학자였습니다.

1928년 영국 뉴밀턴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월스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초기 교부학을 전공하며 촉망받는 역사학도로 성장했습니다. 그의 삶과 학문적 여정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1957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감리교 선교사로서 서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파송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그는 신학교에서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자신이 옥스퍼드에서 배운 2세기 초기 교회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교실 밖 아프리카 토착 교회의 예배와 성도들의 삶을 관찰하다가 엄청난 영적 충격을 받게 됩니다. 복음이 아프리카의 전통 종교 및 문화와 충돌하고 또 융합하며 폭발적으로 뻗어나가는 생생한 모습이, 자신이 그저 책으로만 가르치던 2세기 초기 기독교 시대의 역동성과 너무나도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깨달음은 서구 중심적인 신학의 우월성을 철저히 내려놓는 겸손의 자리로 그를 인도했습니다. 

월스는 강단에서 가르치기를 멈추고 현장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성도들이 부르는 찬양, 조악하게 인쇄된 신앙 간증문, 오순절 교회의 설교 녹음테이프 등을 가장 소중한 역사적 사료로 수집했습니다. 그는 기독교의 진리가 서구의 세련된 신학적 틀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새로운 문화와 만날 때마다 번역되고 새롭게 생동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목도했습니다. 그의 신학은 안락한 연구실의 책상 위가 아니라 아프리카 교회의 치열한 삶의 현장, 즉 선교의 최전선에서 살아 숨 쉬는 신앙의 행적으로 빚어졌습니다.

앤드류 월스의 통찰력은 세계 신학계와 선교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는 스코틀랜드 에버딘 대학교와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비서구 세계 기독교 연구소를 창설하여, 서구 학계가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했던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기독교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데 평생을 헌신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은 현대 선교학 연구의 필수 교재가 되었으며, 그는 다양한 학술지 창간과 강연을 통해 기독교가 서구를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적 종교가 아니라 다중심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진정한 세계 종교임을 입증해 냈습니다.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하고 실제적인 영향력 중 하나는 수많은 비서구권 출신의 신학자와 목회자들을 양성하고 멘토링한 것입니다. 월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들의 맥락에서 복음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신학화할 수 있도록 독려했습니다. 오늘날 지구촌 기독교라는 개념이 학계와 교회 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학문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방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그의 헌신과 사랑 덕분입니다.

앤드류 월스의 삶과 학문은 오늘날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깊은 영적 교훈을 던져줍니다. 첫째, 진정한 신앙은 끊임없이 번역되고 성육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스는 기독교를 토착화 원리와 순례자 원리라는 두 가지 창조적 긴장 관계로 설명했습니다. 복음은 우리가 속한 문화와 일상 속에 깊이 뿌리내려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이 세상의 타락한 문화에 동화되지 않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순례자로 부르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어떻게 살아내고 증명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둘째, 변방을 향한 겸손과 경청의 태도입니다. 월스는 자신이 가진 학문적 우월감과 서구인으로서의 기득권을 십자가 앞에 온전히 내려놓고, 이름 없는 아프리카 성도들의 거친 삶 속에서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 역사를 발견했습니다. 오늘날의 교회 역시 화려하고 힘 있는 중심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곳, 고통받는 이웃들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세미한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장 강인하고 생명력 있는 신앙은 언제나 중심부가 아닌 가장 낮은 변방에서 피어납니다.

2021년 93세의 일기로 주님의 품에 안긴 앤드류 월스는 평생을 바쳐 복음의 위대함과 세계 교회의 눈부신 다양성을 증명해 낸 참된 스승이었습니다. 그는 기독교 역사가 서구 교회의 쇠퇴로 끝나는 우울한 역사가 아니라, 온 열방을 향해 멈춤 없이 전진하는 역동적인 하나님의 선교 역사임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해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의 모든 독자들 역시, 앤드류 월스가 남긴 숭고한 영적 유산을 기억하며 우리와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형제자매들을 품고 진정한 세계 기독교의 일원으로 쓰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나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 - 요한계시록 7장 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