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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교회 문턱을 넘어 마을 속으로"... 종교사회학자가 제시한 위기의 한국교회 탈출구 '마을목회론'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세의 급격한 감소와 사회적 신뢰 하락이라는 이중적인 위기 앞에 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교회의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졌으며, 불과 25년 후에는 교인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생존의 위기 속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와 교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종교사회학자인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신간 '마을로 들어가는 교회'(아르카)를 통해, 교회가 자체적인 존립과 부흥에만 매몰되는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 울타리 밖 이웃들의 삶에 깊숙이 동참하는 '마을목회론'을 제안했다. 이는 교회의 담장을 허물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실천적 대안이다.
전도의 도구가 아닌 이웃의 '플랫폼'이 되는 교회
정재영 교수는 교회가 물리적으로는 마을 안에 위치해 있지만, 관계적·정서적으로는 주민들과 멀어져 있었다고 진단한다. 그동안 많은 교회가 믿지 않는 이들을 교회당 안으로 데려오는 것에만 집중해 왔으며, 구제와 복지, 카페나 도서관 운영 등의 대외 활동마저도 '교회 성장과 전도를 위한 수단'으로 도구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이러한 활동의 목적을 간파하고 있기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역사회의 진정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교회가 모든 사역을 직접 기획하고 이끌기보다는, 지역의 사람과 자원, 돌봄과 의미를 서로 연결해 주는 '지역사회 플랫폼'이자 공적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인이든 아니든 지역 주민들이 필요에 따라 언제든 들어와 머물고 소통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한 다섯 가지 마을목회 모델
정 교수는 직접 조사한 48개 교회의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교회의 형편과 목회 철학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마을목회의 형태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체계화하여 제시했다.
1. 복지서비스형: 독거노인 돌봄이나 지역아동센터 운영 등 전통적인 구제와 돌봄을 실천하는 모델이다.
2. 공간활용형: 교회 공간을 도서관이나 카페 등으로 개방하여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형태다.
3. 생활문화형: 인문학 강좌, 문화 공연, 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며 주민들과 보다 깊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모델이다.
4. 지역참여형: 지역사회의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마을 환경 개선 활동에 동참하며 목회자와 성도들이 마을활동가로 직접 나서는 방식이다.
5. 지역경제형: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대안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혁신적인 모델이다.
핵심은 프로그램이 아닌 '목회 철학'과 '인격'
마을목회의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나 대규모 행사가 아닌, 바로 '목회 철학'과 '인격'에 있다. 정 교수는 마을의 진짜 주인은 주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교회가 주도권을 쥐고 마을을 일방적인 시혜나 선교의 대상으로만 삼는다면 마을목회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교회는 지역사회 안에서 그리스도를 닮은 삶의 모범을 보이며, 주민들과 동등한 이웃으로서 서로 배우고 영향을 주고받는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책 말미에는 친구들교회, 송악감리교회, 해남새롬교회 등 지역의 형편에 맞춰 다양하게 꽃피운 마을목회 모범사례 8선도 함께 소개되어 실제적인 적용을 돕는다.
[EDITOR'S NOTE]
오늘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복음 자체의 능력이 상실되어서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삶이 이웃의 고통과 삶의 자리에 닿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 보좌를 버리고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이 땅(마을)에 오셔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우시고 병든 자들을 고치셨습니다.
오세아니아 지역의 교회들 역시 세속화와 교세 감소라는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재영 교수가 제안한 '마을목회론'은 비단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교회가 되새겨야 할 성경적 본질입니다. 교회가 스스로의 성벽을 높이기보다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생명수가 될 때, 세상은 비로소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의 필요를 돌아보고, 진정한 이웃이자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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