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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복음으로 빚어낸 진정한 화해의 다리, 호주 최초의 원주민 주교 아서 말콤 (Arthur Malcolm)
호주 원주민의 역사는 깊은 상처와 눈물로 얼룩져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차별과 강제 이주, 그리고 도둑맞은 세대의 아픔은 오늘날까지도 호주 사회의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뼈아픈 역사의 한가운데서, 분노와 원망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높이 들고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길을 걸어간 한 영적 거인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 성공회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주교로 헌신했던 아서 말콤(Arthur Malcolm, 1934년 출생, 2022년 소천) 주교입니다.

1934년 호주 퀸즐랜드주 북부의 얄라바 원주민 공동체에서 태어난 그는, 부족의 전통적인 사냥 기술을 익히며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깊이 뿌리내린 채 성장했습니다. 얄라바는 본래 성공회 선교부로 시작된 곳이었으나, 당시 호주 사회의 가혹한 원주민 통제 정책 아래 많은 슬픔이 서린 곳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서 말콤은 그곳에서 복음의 빛을 만났고,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사명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는 단순히 원주민 사회의 영적 지도자를 넘어, 백인 중심의 호주 사회와 원주민 사회를 복음으로 연결하는 화해의 다리 그 자체였습니다.
아서 말콤의 신앙 여정은 철저한 섬김과 순종의 길이었습니다. 그는 얄라바 지역 교회의 사역을 돕던 중, 호주 전역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는 처치 아미 사역에 감명을 받고 사역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1959년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전도사 훈련 과정을 마친 그는 캡틴 아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여러 척박한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1974년, 그는 자신을 길러준 고향 얄라바의 채플린으로 돌아와 동족들을 영적으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78년 성공회 사제로 서품을 받았고, 마침내 1985년 호주 북부 퀸즐랜드 교구의 보좌 주교로 서품되며 호주 최초의 원주민 주교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주교가 된 후에도 그의 삶은 겸손했습니다. 그는 원주민 공동체를 순회하며 그들의 고통을 경청하고 위로했으며, 동시에 비원주민 사회를 향해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입각한 연대와 회복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원주민으로서의 고유한 문화를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버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문화적으로 다르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은 하나의 몸이라는 진리를 몸소 살아내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다양한 문화가 복음 안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아서 말콤 주교의 사역 중 가장 위대하고 역사적인 순간은 1988년 2월, 시드니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에서 열린 호주 정착 200주년 기념 예배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호주 성공회 수석주교였던 존 그라인드로드는 아서 말콤 주교를 향해 백인 교회를 대표하여 호주 원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폭력과 상처, 그리고 교회의 침묵과 동조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하며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이는 호주 연방정부의 공식 사과보다 무려 20년이나 앞선, 호주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회개와 화해의 선언이었습니다.
이때 아서 말콤 주교가 남긴 응답은 호주 사회와 전 세계 교회를 깊은 충격과 감동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나의 형제여,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원주민들은 깊은 상처 속에 고통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용서하는 법을 배운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통해서입니다. 우리가 먼저 하나님으로부터 그 크신 용서를 받았기에, 이제 우리도 당신들을 용서해야만 합니다."
이 역사적인 화해의 장면은 단지 한 종교 교단의 행사를 넘어, 상처 입은 민족이 어떻게 복음의 능력으로 가해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숭고한 영적 승리였습니다. 또한 그는 아내 콜린과 함께 1995년 출판된 호주 성공회 기도서에 화해를 위한 기도를 직접 작성하여 수록했습니다. "주 하나님, 우리를 하나로 모으시어, 주님과 화해하고 또 서로 화해하게 하소서"로 시작되는 이 기도는 오늘날까지도 호주 전역의 교회에서 울려 퍼지며 화해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는 전국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주민 성공회 협의회의 초대 의장을 역임하며 원주민 기독교 리더십의 확립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오늘날 성도들에게 주는 영적 교훈 (Spiritual Lessons for Today's Believers)
첫째, 진정한 용서는 십자가의 은혜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서 말콤 주교는 원주민이 겪은 역사적 억압과 분노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분노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십자가에서 받은 하나님의 한없는 용서를 기억하며 상대방을 향해 용서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오늘날 갈등과 분열이 만연한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그의 삶은 용서는 인간의 의지가 아닌 그리스도의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강렬하게 가르쳐 줍니다.
둘째, 화해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서 시작되어 이웃과의 연합으로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그가 남긴 기도문처럼, 진정한 화해는 사회적, 정치적 타협을 넘어 먼저 하나님과의 화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복음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자만이, 자신과 다른 문화, 다른 배경을 가진 이웃과 진정으로 화목할 수 있습니다.
셋째, 복음 안에서 온전히 승화된 문화적 정체성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는 백인 중심의 신학이나 제도에 동화되기보다는, 원주민의 지혜와 정서를 간직한 채 그것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는 현대 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자리와 부르심을 어떻게 거룩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모범입니다.
2022년 7월, 87세의 일기로 하나님의 품에 안긴 아서 말콤 주교는 이 땅에 지워지지 않을 평화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원주민의 권리 회복과 호주 사회의 화해를 위해 평생을 바친 그의 무기는 투쟁이나 정죄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화해의 기도는 오늘날 무너진 관계와 갈등 속에 서 있는 모든 크리스천에게 던지는 준엄하고도 은혜로운 초청입니다. 억압받는 자의 자리에서 용서하는 자의 자리로 나아갔던 아서 말콤 주교의 고결한 신앙은, 우리 시대의 교회가 걸어가야 할 참된 십자가의 길을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에베소서 2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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