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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심각해지는 원로목사 갈등과 은퇴 목회자 노후 문제… “오세아니아 한인 교회도 건강한 세대교체 준비해야”
위기의 목회자 세대교체, 한국 교회의 해묵은 진통

한국 교회가 원로목사 제도와 과도한 전별금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목회자의 은퇴와 노후 보장 문제를 개별 교회의 부담으로 남겨두지 말고 교단 차원의 공적인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서울 중구 공간새길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가 주최한 ‘건강한 목회자 세대교체를 위한 교회의 역할’ 포럼에서는 은퇴 목회자의 노후 대책 부재가 어떻게 교회 분쟁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최근 대형 교회 원로목사들의 과도한 재정 요구와 전별금 논란이 잇따르며 성도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상황에서, 이번 포럼은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정서와 제도를 공유하는 오세아니아 한인 이민 교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상담 사례로 본 목회자 은퇴 갈등의 네 가지 유형
포럼의 여는 발제를 맡은 기숙영 개혁연대 사무국장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교회문제상담소에 접수된 은퇴, 청빙, 퇴직금 관련 분쟁 사례를 분석하여 발표했다. 기 사무국장은 목회자 은퇴 시기에 발생하는 갈등은 한 번 시작되면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어 공동체에 깊은 내상을 입힌다고 지적하며, 핵심 갈등 유형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했다.
1. 수억 원대 이상의 과도한 은퇴비를 요구하거나 절차 없이 재정을 집행하는 등 재정 전횡 및 불투명성 문제이다.
2. 후임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교인 간의 충돌을 야기하는 경우이다.
3. 은퇴 목회자가 청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은퇴 후에도 교회의 운영권을 장악하여 후임 목사의 사역을 방해하는 관계적 갈등이다.
4. 내부 문제를 제기하는 성도들을 출교시키는 등 징계권을 남용하고, 노회나 총회가 부적절하게 개입하여 갈등을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이러한 갈등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목회자 측근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되어 소수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내부 거버넌스의 취약성, 중재 기관인 노회 및 총회의 역할 부재,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모호한 정관 등이 지적되었다.
유교적 가부장제와 성장주의가 낳은 원로목사 제도
세션 1의 발제자로 나선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는 한국 교회의 독특한 원로목사 제도가 유교적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적 성장주의가 결합한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교단 차원의 연금 제도가 미비했던 시절, 개척과 성장에 평생을 헌신한 목회자의 노후를 지교회가 책임지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한 제도가 오늘날에는 교회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도구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원로목사 제도가 공식적인 권한을 가진 담임목사와 비공식적인 권위를 유지하려는 원로목사 사이의 이중 권력 구조를 만들어내며, 이는 구조적으로 갈등을 축적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오세아니아 한인 교회에 주는 경종과 과제
이번 포럼에서 다뤄진 목회자 은퇴 갈등은 남반구 오세아니아 대륙의 한인 이민 교회들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의 많은 한인 교회들이 1세대 개척 목회자들의 은퇴 시기를 맞이하고 있거나 이미 세대교체 과정을 지나고 있다. 이민 교회의 특성상 재정적 기반이 취약한 미자립 교회가 많아 목회자 개인의 노후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로 인해 은퇴 시점에 이르러 교회와 목회자 간에 퇴직금이나 사택 지원 등을 두고 보이지 않는 갈등이 발생하곤 한다. 또한, 한국 교회의 원로목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명확한 예우 규정이나 사역 한계에 대한 정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후임 목회자와의 리더십 충돌로 교회가 갈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민 교회일수록 조기에 은퇴 준비를 시작하고 투명한 정관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공교회적 시스템 구축과 이별의 윤리 확립
포럼의 마지막 발제에서 김상덕 교수(한신대학교 연구교수)는 은퇴 목회자의 노후 문제를 개별 교회의 역량에만 맡기지 말고, 교단과 공교회 차원의 통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가 은퇴하기 최소 10년 전부터 당회와 총회가 은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매달 정기적인 은퇴 연금을 적립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또한 은퇴 후에는 후임자의 목회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교회를 완전히 떠나는 '이별의 윤리'를 제도화하고 실천하는 성숙한 목회 문화의 정착이 요구된다.
[EDITOR'S NOTE]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의 모든 영광과 권리를 내려놓고 이 땅에 오셔서 자신을 온전히 비우시는 '케노시스(Kenosis, 자기 비움)'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의 은퇴 갈등 이면에는 교회의 성장을 자신의 사유 재산이나 지분으로 여기는 인간적인 욕심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목회자에게 사역의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는 일입니다. 오세아니아의 한인 교회들이 한국 교회의 아픈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은퇴하는 목회자들은 주님께서 맡기신 교회를 온전히 주님께 돌려드리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고, 성도들은 평생 복음을 위해 수고한 목회자의 노후를 정직하고 따뜻하게 대접하는 공적인 책임을 다할 때, 우리의 이민 교회들은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와 공의를 증거하는 참된 신앙 공동체로 굳건히 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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