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보기 →차가운 도심 한복판에서 피어난 온기, '일상의 영웅'이 세상을 구원한다
[OCJ 논설] 주요 이슈: 대만 휠체어 부부를 취객으로부터 지켜준 강남역 일상 영웅 사연

최근 연일 보도되는 각박한 뉴스들 속에서, 어제 전해진 하나의 사연이 우리 사회에 잔잔하지만 강력한 울림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역의 번잡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휠체어를 탄 대만인 부부 관광객에게 한 취객이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때, 이를 외면하지 않고 온몸으로 막아선 한국인 청년의 이야기다. 이 부부는 자신들을 끝까지 보호해주고 안전하게 자리를 떠날 수 있도록 도운 이 '이름 모를 의인'을 찾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온라인에 글을 올렸고, 이 소식은 이틀 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위기에 눈감는 것이 일종의 생존 방식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한파, 그리고 고도로 개인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누군가 곤경에 처했을 때 선뜻 나서는 일은 이제 대단한 결심을 필요로 하는 '특별한 행위'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홀연히 사라진 이 청년의 행동은, 진정으로 이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화려한 기술이나 거창한 권력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 베푸는 '작은 용기와 이타심'에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진정한 이웃의 의미를 묻는다. 강도 만난 자를 보고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의 안위와 율법적 정결을 핑계로 길을 피해 지나갔지만, 당시 사회적으로 소외받던 사마리아인은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싸매고 보호해 주었다. 사마리아인은 자신의 바쁜 일정이나 손해를 계산하지 않았다. 강남역의 의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휠체어라는 물리적 장애와 언어의 장벽 앞에 놓인 약자들을 본 순간, 주저 없이 그들의 방패가 되어주는 '선택'을 했다. 복음이 역동하는 자리는 화려한 단상 위가 아니라, 이렇듯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삶의 치열하고 척박한 현장이다.
2026년 6월 오늘,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휠체어 탄 부부들이, 영적·육체적 강도 만난 자들이 소리 없는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이웃이 되어주고 있는가? 진정한 영웅은 망토를 두르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아니다. 타인의 약함과 두려움을 나의 것으로 여기고, 기꺼이 내 어깨를 내어주는 평범한 일상 속의 시민들이다. 교회가,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이 어둡고 삭막한 거리에 나아가 그런 일상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약자를 지켜내는 용기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누가 이 세 사람 중에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 누가복음 10:36-37
'오피니언 > OCJ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청년들, 아날로그의 온기에서 ‘창조의 신비’를 엿보다 (0) | 2026.06.24 |
|---|---|
| 찢기는 소리마저 들어야 하는 복원의 길: 전통 한지와 영혼의 수리 (0) | 2026.06.22 |
| 벼랑 끝 식량 위기 앞의 ‘애그테크’, 창조 세계를 돌보는 지혜로운 청지기의 길 (0) | 2026.06.21 |
| 소멸하는 마을을 살려낸 기적, ‘환대’라는 이름의 복음 (0) | 2026.06.20 |
| 컨베이어 벨트식 교육을 멈추고 고유한 ‘부르심’을 일깨우다 (0) | 2026.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