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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는 소리마저 들어야 하는 복원의 길: 전통 한지와 영혼의 수리

OCJ|2026. 6. 22. 04:13

[OCJ 논설]  주요 이슈: 2026년 5월, 덕수궁 복원 공사에 쓰일 전통 한지(이합지) 제작 과정에서 장인 부부가 시각이 아닌 소리와 촉감만으로 종이의 품질을 감별해내며 헌신하는 무형 문화재 장인정신 관련 뉴스

 

김한섭 장인이 쌍발뜨기로 한지를 만들고 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6940


2026년 5월, 덕수궁 복원 공사에 쓰일 한지를 만드는 장인 부부의 이야기가 세간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섬유만을 골라내어 대나무 발로 겹겹이 건져 올린 전통 '이합지(二合紙)'의 탄생 과정은 그 자체로 경건한 의식과도 같았다. 

 

흥미로운 것은 반세기를 곁에서 함께한 장인의 아내가 한지를 건조대에서 떼어낼 때 나는 미세한 '소리'와 '촉감'만으로도 품질의 진위를 완벽히 판별해낸다는 사실이다. 겉보기엔 똑같은 종이라도, 오랜 세월 숙련된 장인의 손끝과 귀는 결코 속일 수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속도와 효율성을 최고 가치로 삼는 2026년의 시대를 살고 있다. 건축물은 3D 프린터로 단숨에 찍어내고, 복잡한 문제의 해답은 AI가 몇 초 만에 도출해낸다. 그러나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문화재 원형 복원에는 인위적인 속성 재배나 가벼운 화학적 접착이 허락되지 않는다. 

 

상처 입고 무너진 과거를 되살리는 일은,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자연의 재료와 오랜 시간 묵묵히 자아를 비워낸 장인의 헌신을 절대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끊어진 전통과 잊혀진 무형 유산을 부활시키는 과정은 이처럼 더디고 고단하지만, 그 어떤 최첨단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생명력을 지닌다. 

 

우리의 영혼과 한국 교회가 회복되는 과정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창조주 하나님은 타락하고 깨어진 우리를 단순히 세련된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으로 덧칠하여 덮어두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찢어진 삶의 결을 세밀하게 어루만지시며, 마치 장인이 종이의 뜯기는 소리를 듣듯 우리의 깊은 신음과 회개의 기도를 정확히 분별하신다. 

 

시편 기자가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라고 고백했듯, 참된 영적 복원은 얄팍한 표면적 위로가 아니라 내면 깊은 곳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십자가의 정련 과정을 거쳐야만 완성된다. 혹시 우리는 무너진 신앙의 기초를 단숨에 재건하려는 조급함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진짜 회복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행사나 통계적 숫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일상의 골방에서 말씀과 기도의 씨줄과 날줄을 인내로 엮어내는 수고에서 시작된다. 덕수궁의 뼈대를 감싸고 호흡하게 만든 저 질긴 한지처럼, 오늘 우리의 삶도 위대한 장인이신 창조주의 예민한 손끝에서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다시 빚어지기를 소망한다. 가장 더디게 무릎으로 걷는 자가, 역사의 비바람 앞에서도 가장 오래 남는 믿음의 유산을 짓는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 시편 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