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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국경 넘는 ‘기독교 민족주의’의 경고… “신앙이 극우의 언어가 될 때,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종교에 기반한 극우 민족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교계에서도 미국의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가 무분별하게 수입되어 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었습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공간이제에서 열린 ‘더 많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를 향하여’ 에큐메니컬 공동 신학 세미나에서는 개신교와 가톨릭계 학자들이 모여 종교가 정치적 극우 세력과 결합해 사회를 분열시키는 현상을 진단하고, 교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하이브리드 극우화'의 위기
발제자로 나선 정경일 박사는 오늘날 세계 극우화를 추동하는 핵심 동력으로 '종교 기반 민족주의'를 지목했습니다. 특정 국가의 정체성과 법률이 기독교적 가치와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민족주의는 더 이상 미국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정 박사는 전 세계의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이 서로를 모방하고 학습하며 매우 빠르게 ‘하이브리드화’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가 분석한 21세기 극우 종교 정치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정상화: 과거 배제되었던 극단적 발언이 상식처럼 통용되는 현상입니다.
2. 주류화: 극우 의제가 정당과 언론, 종교 내부로 진입해 공론장의 주체가 되는 현상입니다.
3. 기술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대중을 선동하고 조직화하는 방식입니다.
4. 국제화: 민족주의가 국경을 넘어 초국적 연대를 이루는 모순적 현상입니다.
미국발 극우 서사의 한국식 이식과 우려
정 박사는 특히 미국 신사도운동의 '7대 산(종교, 예술, 미디어, 기업, 정부, 가정, 교육) 정복론'이 한국 개신교 극우 세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 세력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CPAC(보수정치행동회의)의 모델이 한국에서는 K-CPAC으로 이식되고 있으며, 터닝포인트USA의 모델 역시 '빌드업코리아' 등의 형태로 한국 교계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 박사는 한국 사회에 누적된 불평등과 혐오, 그리고 뿌리 깊은 반공주의 DNA가 결합할 경우, 이 수입된 기독교 민족주의가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가톨릭 '통합주의', 사회적 불안이 낳은 '시대적 대상포진'
가톨릭 진영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의 김민 신부는 가톨릭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통합주의(Integralism)'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부정하고 국가 권력이 교회의 도덕적 권위에 복속되어야 한다는 정치신학적 흐름입니다. 김 신부는 이를 거창한 새로운 사상이라기보다 '시대적 대상포진'에 비유했습니다.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발현하는 것처럼, 현대 사회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불안이 극에 달하자 종교 내부에 잠들어 있던 극단적인 보수적 퇴행 욕구가 튀어나왔다는 지적입니다.
'중간지대'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해법
이러한 종교의 극우화 흐름 속에서 기독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정경일 박사는 단순히 진보 신학의 포용적 비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이 거대한 흐름을 막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극우·근본주의 그룹과는 대화가 어렵더라도, 보수적 교회에 속해 있으면서도 시민 사회의 상식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중간지대’의 목회자 및 성도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앙이 혐오와 배제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상식적인 소통의 광장을 넓혀가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DITOR'S NOTE]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언제나 낮고 소외된 자들을 향한 사랑과 평화,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신앙의 이름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세력을 확장하는 기독교 민족주의는 복음의 본질보다는 권력과 배제, 그리고 정복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깊은 우려를 자아냅니다.
참된 기독교 가치는 세상을 힘으로 정복하거나 타자를 배척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불안과 갈등 속에서 평화의 도구가 되는 것이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교회가 정치적 이념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사회적 양심과 상식을 지닌 성도들과 함께 대화의 다리를 놓을 때 비로소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십자가의 겸손과 사랑을 기억하며, 참된 복음의 길을 걸어가는 오세아니아와 전 세계의 성도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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