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WORD

이사야 41:10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Today
Admin

뉴스

더보기 →
커뮤니티/인물

거리의 성자, 소외된 자들의 피난처가 되다: 빌 크루즈 목사 (Rev. Bill Crews)

OCJ|2026. 5. 2. 04:18

호주 시드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이자 풍요로운 메트로폴리스로 꼽힙니다. 하지만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와 고층 빌딩의 그늘 이면에는 빈곤과 노숙, 마약 중독이라는 짙은 어둠이 존재합니다. 이 차가운 거리의 한복판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빈민, 노숙인, 버림받은 청소년들의 아버지이자 친구로 살아온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 사회정의와 구제 사역의 상징이자 '빌 크루즈 재단(The Rev. Bill Crews Foundation, 구 엑소더스 파운데이션)'의 설립자인 빌 크루즈 목사(Rev. Bill Crews AM)입니다.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형교회의 스타 목회자는 아닐지라도, 호주 현지인들에게 그는 '거리의 성자'이자 호주의 양심으로 통합니다. 특히 한인 크리스천들에게 빌 크루즈 목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은인입니다. 2016년, 일본 정부의 극심한 압박과 현지 우파 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이 시무하는 애쉬필드 연합교회(Ashfield Uniting Church)의 앞마당을 흔쾌히 내어준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OCJ)"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묵묵히 실천해 온 호주 교계의 숨은 보석, 빌 크루즈 목사의 숭고한 삶을 조명합니다.

전기 엔지니어에서 거리의 사역자로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빌 크루즈는 본래 전도유망한 전기 엔지니어였습니다. 그러나 1969년 시드니 킹스크로스(Kings Cross)에 위치한 웨이사이드 채플(Wayside Chapel)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뒤바뀝니다. 그곳에서 마약 중독자, 가출 청소년, 학대받은 고아들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한 그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가장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라"는 거부할 수 없는 성령의 부르심을 경험합니다. 

결국 1971년, 그는 성공적인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호주 최초의 24시간 위기 센터(Crisis Centre)를 설립하여 버림받은 자들의 상처를 싸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시혜적인 태도로 빈민을 대하지 않았습니다. 노숙인들과 함께 밥을 먹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처 입은 영혼들 속에 내재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했습니다.

교회의 문을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열다
더 깊은 헌신을 위해 신학을 공부한 그는 1986년 호주 연합교회(Uniting Church) 목사로 안수를 받고 애쉬필드 연합교회에 부임합니다. 부임 직후 그가 한 일은 교회의 굳게 닫힌 문을 활짝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회고록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그저 교회의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오는지를 보았고, 그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그의 교회의 주요 성도는 정장을 입은 중산층이 아니라, 냄새나고 병든 노숙인들과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었습니다. 크루즈 목사는 성경 속 예수님이 세리와 창기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듯, 율법주의적 잣대 대신 무조건적인 환대와 사랑으로 그들을 품었습니다.

시드니 최대의 구호 단체 '빌 크루즈 재단(엑소더스 파운데이션)'
가난한 이들을 먹이기 위해 그가 애쉬필드 교회에 세운 '오병이어 무료 식당(Loaves & Fishes Free Restaurant)'은 현재 매일 최대 2,000인분의 따뜻한 식사를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시드니 최대의 구호 네트워크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빵만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 치과 및 메디컬 클리닉, 심리 상담, 이동식 푸드 밴(Food Van), 빈민층 자녀를 위한 무료 문해력 교육(Literacy program)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NGO 사역을 펼쳐왔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호주 훈장(AM, Order of Australia)을 수훈하기도 했습니다.

억눌린 자들을 위한 사회적 예언자
빌 크루즈 목사의 사역은 자선(Charity)에만 머물지 않고 정의(Justice)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는 호주 사회의 도박(포커 머신) 문제, 빈곤, 난민 인권, 기관 내 아동 학대 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정부와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내는 '행동하는 양심'입니다. 

특히 2016년, 호주 내 한인 사회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장소를 찾지 못해 곤경에 처했을 때, 그는 부당한 정치적 외압과 일본 정부의 거센 항의를 모두 견뎌내며 교회 마당을 내어주었습니다. *"반대 목소리도 컸지만, 피해 여성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한 그의 결단은, 전시 성폭력이라는 인권 유린의 피해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어낸 전 세계적인 연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행함이 있는 진정한 예배 (Faith in Action)
   빌 크루즈 목사의 삶은 교회가 웅장한 건물이나 화려한 예배 의식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됨을 보여줍니다. 교회 문을 열고 거리의 굶주린 자들, 상처받은 자들에게 나아가 손을 내미는 '실천적 행함'이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거룩한 예배임을 깨닫게 합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십자가의 용기 (Courage for Justice)   
   그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나 난민 보호 문제에 있어서 쏟아지는 비난과 핍박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타협하기 쉬운 세상 속에서도, 고통받는 자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the voiceless)를 대변하는 예언자적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가장 작은 자 속에서 예수님을 발견하는 시선  
   그는 노숙인과 소외계층을 단순히 '도와주어야 할 시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내 삶에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로 대우했습니다. 내 주변의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곧 하나님을 향한 나의 신앙의 현주소임을 우리에게 묵직하게 도전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의 기준은 부와 명예, 혹은 교회의 크기로 평가받곤 합니다. 그러나 호주 거리의 성자, 빌 크루즈 목사의 삶은 전혀 다른 하늘의 가치를 증명해 냅니다. 그의 강단은 차가운 길거리였고, 그의 교인은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자들이었습니다. 우리 오세아니아의 크리스천들이 그의 거룩한 헌신을 거울삼아, 각자가 서 있는 일터와 가정, 지역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작은 예수'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태복음 25장 4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