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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총대 할당제 부결이 던진 질문 교회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가

OCJ 2026. 11. 4. 05:05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과 규칙 개정안이 연이어 부결되면서 교단 내 성평등과 의사 결정 구조의 민주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5년 제110회기 총회에서 단 2표 차로 아쉬운 고배를 마셨던 헌법 개정안에 이어, 제111회기 총회에서도 여성 총대 파송을 의무화하려는 시도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좌절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제도 도입의 실패를 넘어, 교회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구조적 저항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실제로 총회 내 여성 총대 비율은 최근 수년간 2~3%대에 머물러 있으며, 오히려 최근에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까지 보이고 있어 변화를 향한 갈증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준비된 여성이 부족하다는 논리가 반복되고 있으나, 이는 구조적 기회를 차단한 채 개인의 역량만을 탓하는 전형적인 회피성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영등포노회의 사례는 유의미한 변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7년에 걸친 여성 목회자들의 연대와 여성위원회의 재가동, 그리고 노회 임원진과의 실질적인 협력이 어우러져 노회 차원의 당연직 총대 파송 결의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 해당 노회는 교단 평균을 상회하는 여성 총대 비율을 기록하며 선도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총회 단위의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변화의 실마리는 노회와 지교회라는 현장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시작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교회 내부의 권위주의적 문화는 단순히 여성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교회가 고립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벌이 가정의 보편화 등 가족 구조의 변화는 과거의 봉사와 헌신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성세대의 관습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교회는 다음 세대를 품을 동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익숙한 권력의 질서를 재조정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과 청년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유연하게 개선해야 할 시점입니다.

변화는 단순히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교회 내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배제와 차별이 아닌 환대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 위에 새로운 희망의 선례를 만들기 위해, 이제 교회는 준비된 여성들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진정한 의미의 동역을 실천해야 합니다. 제도적 장벽을 넘어 하나님이 세우신 공동체로서의 온전함을 회복하는 길은,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여성들을 진정한 의사 결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에디터 노트
교회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이가 차별 없이 동역하는 평등한 공동체여야 합니다. 특정 성별이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는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거리가 멀며, 오히려 복음의 확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변화는 단순히 제도를 갖추는 것을 넘어, 서로를 향한 존중과 환대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겸손한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청지기의 마음으로 교회의 구조를 갱신하여 모든 세대와 성별이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는 생명력 넘치는 공동체를 가꾸어 나가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