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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J 기획] 축제와 애도 사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가 품은 두 개의 얼굴

OCJ|2026. 1. 23. 18:10

- 1788년 영국 함대 도착일 기념 vs 원주민에겐 '침략의 날(Invasion Day)' - "날짜 바꾸자" 목소리 속, 성숙해가는 호주의 역사 인식 - 식민 지배 아픔 아는 한인들, '공감'과 '존중'으로 이 땅을 이해해야

 

 

(시드니=OCJ) Joseph 기자 = 1월 말, 시드니의 태양은 뜨겁다. 거리 곳곳에는 호주 국기가 펄럭이고, 마트 진열대는 바비큐 재료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는 26일은 호주 최대의 국경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다.

 

여름의 절정에서 맞이하는 '롱 위켄드(Long Weekend)'의 설렘 뒤편에는, 그러나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묵직한 역사적 부채감이 공존한다. 호주 사회가 이 날을 두고 겪고 있는 '성장통'에 대해 OCJ가 들여다보았다.

■ 1788년 1월 26일, 그날의 진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1788년 1월 26일, 아서 필립(Arthur Phillip) 선장이 이끄는 영국의 제1함대(First Fleet)가 시드니 코브(지금의 서큘러 키)에 상륙하여 유니언 잭을 꽂은 날을 기념한다.

 

현대 호주의 건국 기원이자, 수많은 이민자가 이날 시민권 선서식을 통해 '호주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축제의 날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이날은 이 땅에서 6만 5천 년 이상 살아온 애버리지널(Aboriginal)과 토레스 해협 섬사람들에게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원주민들에게 1월 26일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학살과 전염병, 문화 말살 정책이 시작된 '침략의 날(Invasion Day)'이다. 그들이 이날 축포를 터뜨리는 대신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Always Was, Always Will Be)"라고 외치며 '생존의 날(Survival Day)' 행진을 하는 이유다.

■ "날짜를 바꾸자(Change the Date)"... 변화하는 호주

최근 몇 년 사이 호주 사회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호주라는 나라를 사랑하지만, 상처 입은 사람들을 배제한 날짜에 축제를 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멜버른 등 일부 지자체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했고, 울워스(Woolworths) 같은 대기업이 관련 굿즈 판매를 중단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젊은 세대와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는 국경일을 다른 날짜로 옮기자는 'Change the Date'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시드니 시 당국도 이날 새벽, 오페라 하우스에 원주민 예술 조명을 비추는 '새벽의 성찰(Dawn Reflection)' 행사를 가장 먼저 진행한다. 축제를 즐기기 전, 역사의 아픔을 먼저 기억하자는 취지다.

■ 우리 교민들에게 주는 의미

그렇다면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우리 한인 동포들은 이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식민 지배의 아픔을 그 어느 민족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는 민족이다. 나라를 잃은 설움, 문화와 언어를 빼앗길 뻔했던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에, 원주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기회의 땅 호주가 제공하는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수혜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균형 잡힌 존중'이다.

 

아름다운 불꽃놀이와 바비큐 파티를 즐기되, 잠시라도 이 땅의 원래 주인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 자녀들에게 "오늘은 호주가 생긴 날이야"라고만 가르치기보다, "누군가에게는 슬픈 날일 수도 있단다"라며 역사의 양면성을 함께 이야기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다문화 호주'의 일원이 되는 길일 것이다.

 

2026년의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시드니의 하늘에는 화려한 불꽃과 원주민 깃발이 함께 나부낄 것이다. 축제의 함성 속에서 작은 '성찰의 침묵'을 곁들이는 성숙한 하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