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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위에서 피어난 십자가의 역설, 고난이 구원의 통로가 되다

OCJ 2026. 8. 2. 06:13

김주찬(40) 목사 자서전 ‘위로’(신앙과지성사) 

 


북한의 꽃제비 출신 탈북민 1세대 김주찬 목사가 사선을 넘나든 고난의 세월을 딛고 치유의 사명자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적 자서전이다. 단순한 생존의 기록을 넘어 탈북민의 정체성 혼란을 보듬으며 남북의 화해와 다가올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예언자적 비전을 묵직하게 제시한다.

1986년 북한 함경북도 어랑에서 태어난 저자는 13세의 어린 나이에 혹독한 기근을 견디지 못하고 탈북을 감행한다. 소나무 껍질로 연명하던 처절한 '꽃제비' 시절부터 두 차례에 걸친 강제 북송, 생사를 넘나드는 감옥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의 초반 생애는 짙은 어둠의 연속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정착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과 문화적 이질감은 그를 또 다른 형태의 심리적 감옥에 가두고 지독한 방황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이 철저한 고립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그는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며, 자신과 같은 경계인들의 상처를 보듬는 사명자로 부름받는다. 2005년 검정고시를 거쳐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상담코칭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그는 자신의 고통을 학문적·신학적으로 철저히 승화시킨다. 후반부는 그가 사단법인 '위로재단'을 설립하여 북한 장마당 세대를 훈련하고 그들을 한국 교회의 영적 자원으로 세워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서술한다. 고난의 흉터가 오히려 타인을 살리는 빛나는 별로 승화되는, 한 편의 장엄한 현대판 요셉 서사가 기독교적 복선 위에서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실존적 경계선 위에서 피어난 십자가의 역설]


김주찬 목사의 자서전 『위로』는 처절한 생존의 기록을 문학적, 신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역작이다. 열세 살 소년이 소나무 껍질로 연명해야 했던 굶주림, 강제 북송의 공포, 그리고 차디찬 감방에서의 사투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밑바닥의 실존적 고통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성취는 그 고통을 단순히 전시하거나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를 십자가의 역설로 승화시킨 점에 있다. 

 

저자는 북한이라는 전체주의적 억압 체제와 남한이라는 낯선 자본주의 사회, 그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Marginal Man)’으로서의 뼈저린 고독을 가감 없이 토로한다. 남한 사회에 정착한 후에도 탈북민이 겪는 문화적 충격과 정체성의 혼란은 곧 깊은 정서적 그늘이 된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에서 경계인이란 언제나 본향을 향해 걸어가는 ‘나그네 된 자’들의 영적 실존을 은유한다. 저자의 생애는 국가와 이념의 경계에서 버림받은 자가 어떻게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택함 받은 사명자로 재탄생하는지를 드라마틱하게 증언한다. 

 

상실과 고립의 땅에서 흘린 눈물은 결국 타인의 아픔을 깊숙이 이해하고 품어내는 신성한 렌즈로 작용했다. 이러한 실존적 고백은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안주하고 있는 세속적 소속감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지만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지향해야 하는 순례자적 정체성을 상실한 채 표류하는 우리에게, 김 목사의 치열한 경계선상의 삶은 그 자체로 영적 각성을 촉구하는 예언자적 외침과도 같다.

[요셉의 영성과 고난의 구속사적 재해석]


작품의 기저를 흐르는 가장 강력한 성경적 모티프는 단연 ‘요셉의 영성’이다. 형제들에게 팔려 가 이방 땅 애굽에서 노예와 죄수로 전락했던 요셉의 생애는, 북한을 떠나 중국을 떠돌며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김주찬 목사의 궤적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고난의 흔적들을 향해 원망이나 분노의 화살을 쏘지 않는다. 대신, 그 모든 파편화된 비극의 조각들을 모아 ‘하나님의 구속사’라는 거대한 모자이크로 완성해 낸다. 연세대 신학과와 대학원 상담코칭학 박사과정을 거치며 그는 자신의 상처를 신학적, 심리학적으로 철저히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그 결과, 버림받은 꽃제비 소년의 상처는 이제 남한 내 탈북민들의 심리적 고립을 치유하는 가장 정교하고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요셉이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저자의 삶은 악과 고통마저도 선용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를 웅변한다. 현대 사회는 고난을 어떻게든 회피해야 할 대상이나 개인의 실패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다분하다. 

 

기독교 신앙마저 기복주의적 번영 신학에 물들어가는 이 세속화의 시대에, 김 목사의 서사는 고통이 어떻게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는 통로가 되며, 한 개인의 아픈 상처가 어떻게 민족을 살려내는 생명의 젖줄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신학적 교과서이다.

[‘위로(We路)’의 실천적 목회와 통일을 향한 예언자적 상상력]


이 자서전이 지니는 또 다른 위대함은 그것이 과거의 회고에 머물지 않고 철저히 ‘미래지향적’이라는 데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위로’는 상처받은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따뜻한 쓰다듬음(Comfort)을 의미함과 동시에,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 할 ‘우리들의 길(We路)’이라는 창조적이고 중의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2018년 사단법인 위로재단을 설립한 김주찬 목사는 탈북민들을 단순한 시혜나 동정의 대상으로 타자화하지 않는다. 

 

그는 북한의 장마당 세대야말로 체제 세뇌에서 벗어나 향후 북한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갈 주역임을 꿰뚫어 본다. 이들을 전인적으로 치유하고 훈련하여 한국 교회에 사명자로 파송함으로써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그의 비전은, 피상적이고 감상적인 통일론을 넘어선 고도의 전략적이며 실천적인 목회 철학이다. 

 

이는 오세아니아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에도 중대한 영적 도전을 안겨준다. 우리가 통일을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이익의 과제로만 치부할 때, 저자는 그것이 복음적 화해와 공동체성의 회복이라는 하나님 나라의 실현 과정임을 일깨운다. 기초생활수급이라는 얄팍한 안주를 넘어 배관, 네일아트 등 실질적 기술 교육을 통해 완전한 자립을 돕는 그의 사역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성육신적 사랑의 가장 현대적인 적용이다. 『위로』는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고 미래의 통일을 영적으로 직조해 내는 예언자적 상상력의 찬란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오늘날의 크리스천들에게 던지는 가장 묵직한 영적 통찰은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의 부르심과 섭리에 대한 절대적 신뢰다. 굶주림과 감금, 두 번의 북송과 사선을 넘나드는 탈출. 누군가의 영혼을 파괴하고도 남을 이 끔찍한 트라우마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와 맞닿는 순간 타인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영적 자산으로 승화되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께 나의 고난을 면제해 달라고, 혹은 상처를 흔적도 없이 지워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복음의 역설은 상처의 '제거'가 아니라 상처의 '사용'에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손과 옆구리에 여전히 십자가의 못 자국과 창 자국이 남아있었듯, 김주찬 목사의 몸에 새겨진 고난의 흉터는 그 자체로 분단의 아픔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복음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거룩한 흔적(Stigmata)이 된다.

또한, 그가 남과 북 그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경계인(Boundary-rider)'의 서러움을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온전히 포용하는 대목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나그네와 거류민'으로 부름받은 모든 크리스천의 본질적 정체성을 일깨운다. 특히 이민 사회라는 또 다른 경계선 위를 살아가는 오세아니아의 한인 디아스포라들에게 그의 고백은 남다른 울림을 준다. 현대 교회는 물질적 풍요와 안락함 속에서 이 순례자적 야성을 잃어버렸다. 

 

'위로'라는 단어가 단순히 마음을 달래주는 감상적 차원을 넘어, 상처 입은 자들이 연대하여 함께 생명의 길(We路)을 개척해 나가는 동력으로 작용하듯, 우리 역시 각자의 삶에 허락된 고난을 해석하는 시각을 십자가 중심으로 교정해야 한다. 고통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 긍휼함으로 내 곁에 있는 또 다른 고난받는 자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분열과 갈등으로 신음하는 이 시대를 향해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진정한 십자가 복음이자 참된 '위로'일 것이다.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고린도후서 1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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