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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은퇴 후 대책 없다" 미주 한인 목회자 3명 중 1명 무방비… 오세아니아 한인 교회도 남의 일 아니다
평생 성도들을 돌보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해 온 이민 교회 목회자들이 정작 자신의 은퇴 이후 삶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미주 한인 목회자들의 실태 조사는 은퇴 준비의 심각한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며, 이는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의 한인 이민 교회들에도 시급한 공동의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주 한인 목회자 은퇴 준비의 척박한 현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가 발표한 '미국한인교회 목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장로교(PCA) 교단 소속 한인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와 관련해 교회 지원도 없고 개인적으로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목회자가 무려 34%에 달했다.
은퇴 후 충분한 저축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14%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55%는 노후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출석 교인 50명 미만의 소형 교회에서는 교회 차원의 은퇴 지원이 없는 경우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교회의 규모가 작고 재정이 취약할수록 목회자의 노후 안전망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개인의 책임을 넘어선 교단적 제도 마련 시급
목회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목회자의 노후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시니어 사역을 펼치고 있는 웰에이징 미션 대표 김재홍 목사는 한인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노후 준비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고 있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의 노후를 개인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교단과 대형교회가 함께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인 교계의 구조적 특성상 넓은 지역적 분포와 교단 재정 여건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장로교(PCUSA)처럼 노회가 목회자 청빙을 승인할 때 교회의 연금 및 의료보험 부담을 의무 조건으로 포함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한국 교단을 모체로 둔 교회나 오세아니아 현지 교단과 연계된 한인 교회들 역시 모교단 차원의 지원이나 연금 연계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리타이어'에서 '리파이어'로의 인식 전환
은퇴를 단순히 사역의 끝인 '리타이어(Retire)'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역의 시작인 '리파이어(Refire)'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70대 이후에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니어 목회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은퇴 후에도 축적된 영적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회와 교단이 함께 새로운 사역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일 설교자가 없는 시골의 작은 교회들을 순회하며 섬기거나, 지역 사회 봉사 및 선교 사역으로 연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은퇴 목회자가 영적 권위를 유지하며 교회의 성숙한 어른으로 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세아니아 한인 교회에 던지는 시사점
이러한 미주 한인 교계의 현실은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의 한인 교회들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오세아니아의 한인 이민 교회들 역시 대다수가 소형 교회로 운영되며, 목회자들의 이중직이나 재정적 취약성이 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현지 교단과의 연계성이 낮은 독립 교회나 군소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경우 은퇴 후 주거와 생계 대책이 더욱 막막한 실정이다.
따라서 오세아니아 한인 교계 역시 목회자의 노후 준비를 '믿음의 영역'이나 '개인의 책임'으로만 방치하지 말고, 교계 공동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은퇴 자금 코칭, 연금 가입 장려, 은퇴 후 시니어 목회 사역 연계 등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때이다.
[EDITOR'S NOTE]
평생을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성도들을 돌보고 교회를 일구는 데 온 삶을 바친 목회자들입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의 문턱에서 두려움과 막막함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성경은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하라"(갈라디아서 6:6)고 권면합니다. 목회자의 은퇴는 한 개인의 은퇴가 아니라, 그가 평생 뿌린 복음의 씨앗을 함께 거두고 축복하는 공동체의 거룩한 예식이어야 합니다. 이제 교단과 교회가 사랑과 책임감으로 이들의 헌신에 응답할 때입니다. 은퇴 목회자들이 노년에도 낙심하지 않고 '리파이어(Refire)'하여 하나님 나라의 성숙한 어른이자 동역자로 끝까지 쓰임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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