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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과 주변성의 목회로 하나님 나라를 심다, 강변교회 개척자 고 김명혁 목사

OCJ 2026. 8. 1. 05:17

현대 교회가 대형화와 화려한 성공 신화를 쫓는 시대 속에서, 참된 목회 리더십과 교회 개척의 본질은 무엇일까.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은 화려한 무대 중심이 아닌 가장 변두리에서 십자가의 참된 길을 걸어간 한 목회자를 조명하고자 한다. 바로 2024년 2월, 여든여섯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시골의 작은 교회로 주일 예배 설교를 하러 가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주님의 품에 안긴 고 김명혁 목사이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옥고를 치르고 순교한 김관주 목사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 평양에서 자란 그는 공산 치하에서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열한 살의 어린 나이에 홀로 삼팔선을 넘어 남하했다. 서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예일대학교 신학원 등 세계적인 명문 신학교에서 수학하며 깊은 신학적 소양을 쌓았다. 하지만 그는 학문적 상아탑이나 거대한 권력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평생을 철저히 낮아지는 목회자와 교회 개척자의 길을 선택했다.

김명혁 목사의 삶과 신앙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약함과 착함, 그리고 주변성의 영성이었다. 그는 1979년 서울에 강변교회를 개척하고 28년간 담임목사로 헌신했다. 그가 추구한 교회 개척은 단순히 건물을 짓고 교인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이 아니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유에 나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철저히 약하고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오셨음을 기억하며, 교회 역시 세상의 가장 낮고 소외된 곳으로 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의 목회는 눈물과 회개, 그리고 사랑의 실천으로 요약된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한 북한 정권을 향해서도 예수의 심장으로 용서와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연변의 조선족 학생들과 북한 동포들,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며 국경을 초월한 긍휼 사역을 펼쳤다. 강단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죄인 됨을 눈물로 고백하는 진솔한 회개의 기도가 흘러넘쳤으며, 이는 성도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참된 부흥의 원동력이 되었다.

김명혁 목사가 한국 교회와 세계 선교 역사에 남긴 실제적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는 고 박윤선 목사와 함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여 성경적이고 바른 신학을 갖춘 후배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또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를 창립하여 교회가 분열과 갈등을 넘어 연합하고,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이끄는 영적 어른의 역할을 감당했다.

 

무엇보다 그의 목회 리더십이 가장 빛난 순간은 아름다운 퇴장과 그 이후의 삶이었다. 2008년 은퇴 시기가 다가오자, 그는 어떠한 기득권도 주장하지 않고 신뢰를 바탕으로 후임 목회자에게 깨끗하게 리더십을 이양했다. 은퇴 후 16년 동안 그는 매주 주일마다 전국 방방곡곡의 미자립 교회와 농어촌의 작은 교회들을 직접 운전하며 찾아갔다. 차에 작은 선물들을 가득 싣고 변두리 교회 성도들을 위로하고 말씀을 전하는 것을 남은 생애의 가장 큰 기쁨으로 삼았다. 그의 마지막 숨결 역시 춘천의 한 작은 교회로 향하던 길 위에서 거두어졌다.

김명혁 목사의 생애는 오늘날 오세아니아와 전 세계의 성도들에게 깊은 영적 찔림과 교훈을 던져준다.

 

첫째, 진정한 영적 리더십은 강함이 아니라 약함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더 큰 권력과 화려한 스펙을 요구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리더십은 십자가의 길을 따라 기꺼이 낮아지고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 있다.

 

둘째, 교회 개척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 영혼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과 섬김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성공주의에 물든 현대 교회 속에서, 끝까지 작은 자들의 친구가 되었던 그의 발자취는 목회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부르심의 사명을 끝까지 완주하는 신실함이다. 은퇴 이후에도 편안한 노후를 거부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복음을 들고 길 위에 섰던 그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주님 부르시는 그날까지 영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사명을 감당해야 함을 도전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십자가의 사랑은 세상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강변교회를 개척하고 평생을 약자와 함께 울며 기도했던 고 김명혁 목사의 삶은,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진정한 영적 등대와 같다. 화려한 성공보다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선택했던 그의 순전한 헌신이 오세아니아와 전 세계의 크리스천들에게 깊이 새겨져,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사랑과 섬김의 새로운 교회 개척 운동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태복음 20장 2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