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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호주 비밀 첩보 기지 '파인 갭' 합의 60주년, 원주민 인권 침해와 가자 전쟁 연루 의혹으로 거센 시위 직면
호주 내륙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일급비밀 첩보 기지 '파인 갭(Pine Gap)'이 미국과 호주 간 설립 합의 60주년을 맞아 거센 항의 시위에 직면했습니다. 원주민의 신성한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비판과 더불어, 최근 중동 지역의 가자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군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던 준주(NT)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인 갭은 호주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비밀 시설 중 하나로 꼽힙니다. 1966년 미국과 호주의 합의에 따라 1960년대 후반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설립된 이 기지는, 거대한 흰색 돔 형태의 안테나들을 통해 위성 정보를 수집하고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시설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작전이 이루어지는지는 오늘날까지도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지난 주말 앨리스 스프링스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운집하여 파인 갭의 즉각적인 폐쇄를 촉구하는 3일간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시위에는 반전 운동가와 친팔레스타인 연대 그룹이 참여하여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서 파인 갭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노틸러스 연구소(Nautilus Institute)의 선임 연구원이자 파인 갭 감시 활동을 오랜 기간 이어온 리처드 탠터(Richard Tanter) 교수는, 역사적으로 파인 갭이 통제하는 위성 정보가 이스라엘 측에 제공되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활동과 호주의 직간접적 군사 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는다면, 호주가 집단 학살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대중을 안심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인권 운동가인 레마 나지(Remah Naji) 역시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앨리스 스프링스 중심부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는 정보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시위에서는 파인 갭이 세워진 토지의 원소유주인 아란테(Arrernte) 원주민들의 인권 및 주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파인 갭이 세워진 쿠윤바(Kuyunba) 지역의 전통 관리인인 펠리시티, 와이오나, 자퀴타 헤이스(Felicity, Wyonna, and Jacquita Hayes)는 공동 성명을 통해 "파인 갭은 우리의 신성한 성지에 세워졌으며, 우리가 통제하지도 않는 시설 때문에 바다 건너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에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들 원주민이 마주한 현실은 최첨단 기지의 모습과 극단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앨리스 스프링스 인구 약 2만 6천 명 중 8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 파인 갭과 달리, 원주민 관리인들이 거주하는 앨리스 스프링스 외곽의 '화이트 게이트(White Gate, 원주민어: Irrkerlantye)' 지역은 기본적인 생존 인프라조차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하수도 시설 없이 살아가며, 식수는 트럭으로 실어 오고, 전력은 소규모 태양광 패널에 의존하는 열악한 환경에 수십 년간 방치되어 있습니다.
녹색당 소속 리디아 소프(Lidia Thorpe) 상원의원은 시위 현장에서 헤이스 가족을 만나 이들의 조상 땅을 돌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그녀는 "가자 지구의 비극을 돕고 있는 이 군사 정보 기지는 훔친 땅 위에서 안정적인 권리를 누리는 반면, 정작 그 땅의 원주민들은 안전한 주거지와 식수조차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파인 갭은 과거 1983년 수백 명의 여성이 평화를 촉구하며 2주간 야영 시위를 벌였고, 1987년에는 1천 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리는 등 수십 년간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이번 주말의 60주년 시위는 1987년 이후 최대 규모로 조직되었습니다.
한편, 호주 국방부는 최근 언론의 질의에 대해 "정부는 정보 관련 사안이나 공동 시설의 운영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최첨단 국방 안보와 원주민의 잊혀진 권리, 그리고 글로벌 분쟁의 도덕적 책임 사이에서 호주 사회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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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독자 여러분, 광활한 호주 대륙의 붉은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대비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위성 장비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첩보 기지가 들어선 바로 그 땅의 원래 주인들은, 오늘날 마실 물과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지구 반대편 가자 지구의 비극이 호주의 지정학적 군사 인프라와 얽혀 있다는 의혹은 현대 사회가 얼마나 긴밀하고도 모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평화와 생명 존중, 그리고 소외된 이웃의 권리 회복을 향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파인갭 #앨리스스프링스 #호주원주민 #가자전쟁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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